KAIST 도서관 책추천 글

Post date: Jun 17, 2013 5:48:51 AM

얼마전에 카이스트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위해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추천양식에 정말 열심히 글을 정말 열심히 써서 보냈다(카이스트 도서관 책추천 링크).

서명: 책은 도끼다,

저자: 박웅현

코멘트: 삶의 철학을 형성함에 있어 영향을 미친 책들이나 역경을 이겨냄에 있어 힘이 된 책은 셀 수 없이 많이 때문에 한 권을 고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 인생은 수많은 책들로부터 얻은 교훈과 제 경험이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서 형성되어왔습니다. 내성적인 저는 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고, 수입의 1/4은 항상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추천해드린 이유는 일단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행복과 혜택에 대해서 다독가인 저자가 통찰력있게 잘 설명을 해주었고, 각 장마다 또 좋은 책들을 많이 추천해주었기에 대학생분들이 본격적인 독서의 입문서로 삼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일단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들 것 같은 책들을 골라서 계속 읽을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이미 읽었던 책이 소개되었다면 저자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를 하였는지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대학생 여러분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은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와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인 것 같습니다. 어떤 고민의 해답을 얻고자할 때는 각기 다른 시각에서 써진 책들을 읽는 것이 균형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공지영의 책 같은 경우는 감정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고, 김어준의 책에서는 따끔하게 혼나는듯한 훈계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실용서적이나 자기계발서적을 한 권 읽으면 헨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나 법정스님의 책들을 같이 읽으면서 균형있는 가치관을 가꾸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원생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석지영교수님의 <내가 보고싶었던 세계>, 황농문교수님의 <몰입>, 이상묵교수님의 <0.1그램의 희망>인 것 같습니다. 모두 대학원생 과정 혹은 연구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에 대해서 묘사를 잘 해주셔서 아마 여러분이 느끼는 경험과 감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서 큰 위안을 얻을 것 같습니다.

독서의 세계는 한번 중독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의 책은 다른 여러 권의 책이나 음악, 나라, 시간으로 여러분을 이끌어줍니다.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인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비틀즈의 White Album이 완벽한 앨범이라는 구절이 나와서 그 이후로 비틀즈의 팬이 되었습니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좋아해서 재즈도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으면 콜럼비아에 가보고 싶어지고, 남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스에 가보고 싶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터키가 궁금하면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을 읽습니다. 저는 오르한 파묵이 <안나 카레니나>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고 말한 인터뷰를 보고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작가들 중에서는 김훈, 박완서, 유시민, 신영복교수님의 책을 좋아합니다. 좋은 작가를 발견하면 그 책은 다 사봅니다. 특히 김훈작가님은 기자생활을 하시다가 48살에 등단하시고, 박완서작가님은 가정주부로 지내시다가 40살에 등단하신 점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법정스님의 책들, <논어>, <장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영문판)>같은 책들은 두고두고 여러 번 읽습니다. 어렸을 때 지루하게 느껴졌던 책이 나중에 정말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험을 많이 해보아서 여러분도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은 두고두고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죄와 벌>은 등장인물들 이름을 도저히 외우지 못해 5번정도는 읽다가 포기하였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아야한다는 부담을 버리면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시집에도 더 애정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가장 최근 경험을 말씀드리며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저의 내성적인 성격에 굉장한 불만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수잔 케인의 <Quiet>란 책을 읽고 제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로 인한 편안함과 안도감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책들을 통해서 훨씬 아름답고 풍부한 인생을 가꾸실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결국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