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기사와 재미있는 기사

Post date: Jul 26, 2014 8:35:49 AM

얼마전에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 기사를 보아서 기뻤다.

일부를 인용하면:

-열정을 따르라는 환상적인 조언을 `가장 끔찍한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일과 커리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은 끔찍하고 나쁜 조언임에 틀림없다. 듣기에 좋고, 심지어 합리적으로까지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열정은 일을 성공하고 난 후에 얻어지는 부수적인 것이지, 어떤 일을 하기로 결정하는 시작점에 둬선 안 되는 가치다.

-왜 그런가. 열정이라는 것은 일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열정은 충동과도 같다. 열정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노력해 얻은 것들에 대한 가치를 깎아내리고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한다. 보기엔 얼마나 멋진가. 그저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취미로 배우던 요가에 `열정`을 느껴 요가센터를 창업했다는 이야기가. 또 얼마나 매력 있는가. 매일 일하면서 한 잔씩 마시던 커피에 열정을 쏟아붓기로 결심하고 카페를 여는 것이. 하지만 사실 이는 열정으로 포장된 충동이다. 진짜 열정은 자신이 하던 일을 꾸준히 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남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게 되는 시점에 생긴다. 이런 진짜 열정은 다른 말로 하면 `일에 대한 사랑`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라`는 명제와도 대척점에 서 있는데.

▶그 명제는 순서가 틀렸다. 직업으로 삼은 일을 좋아하고, 열정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어떤 커리어를 선택해야 성공할지에 대해 `타고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열정`을 핑계 삼아 무턱대고 지금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계획된 훈련(Deliberate Practice)`을 통해 발전시키면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열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여기에서 나오는 열정은 자기 커리어에 대한 주도권을 쥐는 데 좋은 지렛대 구실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잘하는 일에 열정까지 더하면 금상첨화고,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수년간 해온 일에 대한 환멸 때문에 열정을 좇아 직업을 바꾸는 사람이 많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충동으로 포장된 열정일 뿐이다. 뭔가 무작정 때려치우고 `열정을 따라` 나가기 전에 생각하라. 내가 `열정을 좇아` 시작하는 일에서 남들이 주지 못하는 중요한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주는 가치를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을지를 말이다.

직업을 바꾸는 것은 대부분 그 분야에서 실력과 기술을 키우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핑계에 불과할 때가 많다. 직업을 바꾸거나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기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일 안에서 변화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둬라. 그 안에서 실력을 키운다면 지금은 느껴지지 않는 열정이 나타날 것이다.

기사를 보고 너무 공감이 가서 책도 사서 보았는데 기사랑 똑같아서 기사만 열심히 보아도 될 듯하다. 하지만 책 제목 So good they can't ignore you은 마음에 든다. 요즘 생각하는 것은 저자의 생각이나 내 생각을 어느정도 범위까지 적용해도 될까이다. 예를 들어서 시스템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조직에서 무조건 열심히 일해보았자 저자가 말하는 것 같은 deliberate practice를 통해서 career capital (something valuable and rare)이 쌓이지 않기때문이다.

어제는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 뇌과학이라는 분야에 생소해서 그런지 여러가지 현상에 대한 해석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일기장에 적어놓았다.

여기에 일부 인용하면: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그런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하던데.

"인간이 가진 많은 착시 중의 하나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착시다. 다들 같은 세상을 사는데 나이가 먹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이유는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뇌의 정보 전달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빨리 전달하면 세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즉 같은 시간에 어린 사람들은 10∼20번 세상을 보는데 반해 나이가 든 사람들은 1∼2번만 볼 뿐이다. 그러니 같은 시간이라도 나이가 들면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세상을 슬로모션으로 보는 셈이고 늙은 사람은 기억에 저장되는 영화필름의 프레임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신경세포의 정보전달 속도를 높여주는 약을 개발 중이다. 약이 개발되면 나이가 들어도 시간이 가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물론 약이 없는 상황에서도 정보전달 속도를 빨리해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커피를 먹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 효과는 3분에 불과하다. 집중하면 정보전달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나 역시 한계가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세상에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이미 세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태어난 순간 게임의 법칙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나는 내가 정하지도 않는 게임의 룰에 최적화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 결국 세상이 갑이고 우리는 세상에 맞춰 살아야 하는 을이다. 뇌과학에서 인생의 갑이 되는 방법은 지금 이 순간 '지금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10∼20년 후의 미래의 나'로서 '지금의 나'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돼 정보전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중과 선택을 통해 나중에 내가 기억할 인생에서 괴로운 것과 즐거운 것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갑을 관계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나. 아니 뇌과학의 입장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뭔가.

"매시 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식욕, 안전, 사랑, 자긍심, 인정받는 것, 자아실현으로 구분했다. 사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자아실현의 욕구 쪽으로 가야 한다. 내가 누구고 내가 원하는 게 뭔가를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갑을 관계에서 을이 돼서 갑이 원하는 대로 잘 사는 것은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행복'은 아니다. 행복은 나 자신이 나에게 내준 숙제를 잘했을 때 오는 것이다. 자신이 인생의 갑이자 주인공이 돼야 한다. 내 인생에서 내가 조연이 될 필요는 없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정해진 게임의 법칙을 만나고 뇌도 거기에 최적화되지만 동시에 함께 살고 서로 소통하면 주어진 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보다 함께 사는 것이 자아실현에 도움이 된다. 독서를 하는 것은 남의 삶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역시 자아실현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