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do what you love, Do what do you

Post date: Jul 7, 2014 10:21:18 PM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과 나의 가치관이 다르면 애초에 상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황하는 학생에게 "한 번뿐인 인생인데 너의 가능성을 모두 발휘해서 너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살아야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을 때 "왜 그래야하는데요, 저는 이대로도 좋아요"라고 말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래,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라고 말해준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나와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가 가장 비슷했다고 느끼는 책은 황농문교수님의 몰입이라는 책이다. 황농문교수님은 후회없는 삶이란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발휘하고 그 한계를 넓혀가는 삶을 사는 것, 즉 자아실현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달려있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을 인용한다.

나는 첫 수업시간에 what do you want to do?와 what do you want to create?라는 질문을 한다. what do you want to do라는 질문에는 시간과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대답하면 된다. 세계여행하기, 스카이다이빙하기, 스킨스쿠버하기, 춤배우기 등이 되겠다. 반면에 인생을 통틀어서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무엇을 만들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심각하고 재미없을 뿐더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기에 별로 고민되어지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Maestro와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계생산이 죽도록 체감하더라도, 즉 투입되는 노력대비 향상되는 결과물이 미미할지라도 완벽을 추구해야하고, 이에는 엄청난 자기희생이 뒤따르기에 모두가 그런 삶을 추구할 필요는 없겠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인생이란 professional life와 personal life가 날줄과 씨줄처럼 엮어서 직조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왠만한 분야는 global competition이고, 발전속도가 어마어마하다보니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all-in해도 될까말까이다. 지금도 professional life와 personal life의 균형이 무엇이지 모르겠지만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내 인생을 통해 만들어내고 싶은 것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참는 것이 이제는 어렵지 않다.

Don't do what you love, do what you do, 얼마전에 보고 책상에 붙여놓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