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활을 하는 마음가짐

Post date: Jan 16, 2015 5:35:19 PM

예전에 쓰다가 미완으로 남겨놓은 글인데, 올 해가 대학원에 진학한지 10년째 되는 해라서 완성해본다.

1. 먼저 Ph.D.를 추구하기 전에 Research란 무엇인가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대학원생활=Research이다.

Ph.D는 research training degree이다. 즉 첫 2년간은 전공분야의 논문들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한 후, 나머지 3~5년의 기간은 리서치를 어떻게 하는지 배우게 된다. 대학원과정은 지식을 습득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해야만 마무리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생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들만 Ph.D.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ualification으로써 추구하는 degree도 충분히 값진 의미는 있지만 Ph.D.를 마칠 노력이면 어디를 가도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국학생들은 Research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Research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사실 20대의 5~6년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마음편히 쉬지도 못하고 고시생처럼 보낸다는 것은 굉장히 큰 투자이며 희생이다. 대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 했다고 절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2.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와 주제를 찾아서 연구하였으면 한다.

이는 너무 당연히 들릴 수 있겠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황에 맞추어서 자기 연구분야를 정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리서치를 하는 것이 어렵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지 어떻게 아느냐? 이도 굉장히 어렵다. 나는 음악과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고 관련분야의 독서를 즐긴다. 하지만 음악과 역사에 대해서 리서치를 잘 할 자신은 없다. 즉 습득하는 것과 창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나는 계량경제학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심심하면 계량문제를 풀고는 한다. 하지만 리서치는 어려웠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내가 새로운 Question이 생각나지는 않았다.

대학원 3학년 때, 영어공부를 할 겸 매일매일 Wall street journal과 Financial Times를 소리내어 읽었는데 finance에 관한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가 있고, 이 주제는 계속 궁금증이 생긴 사실을 알아냈다. 그때 지도교수님이셨던 Ed가 Empirical data를 다루는 RA를 부탁했었는데, 마침 California에 있는 한 은행에 관한 data였고, data작업을 하면서 empirical research가 나에게 훨씬 맞는다고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관련분야 논문을 계속 읽다가 용기를 내어 지금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Ed와 지도교수님을 만난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원생활이라는 것이 오리무중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목표, 방향, 진로 모든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주제가 정해지기도 하지만, 평생 연구할 것이라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계속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한다. 중간에 세부전공이나 주제 바꾸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없다.

3. 대학원생활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즐겨야한다.

개인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던 부분이다. 대학원생활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전혀 즐기지 못했고 의미를 찾지 못했다. 사실을 공부만 열심히 해와서 공부로 인정을 받았던 사람이 공부가 잘 안되거나 어려우면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시간을 내가 의미없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없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생긴다. Andrew Solomon는 How the worst moments in our lives make us who we are에서"forge meaning"이라는 말을 여러번 하는데 나의 mantra가 되었다. 의미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 힘든 과정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육에 약간의 상처가 나야한다. 자신을 최고의 자신으로 만드는 것이 인생의 한 목적이라면,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가꾸어나가고 실력을 키우는 것은 큰 기쁨이다. 5~6년의 대학원생활은 인생에서 자기 독립적인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선택한 career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가지고, 대학원생활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모든 순간을 즐겨야한다. 누가 강요해서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여전히 의미를 못 찾겠거나 즐기지 못하면 억지로 학위를 끝까지 마칠 필요는 없다. 대학원을 중간에 그만 두고 잘 사는 분들이 정말 많이 계시다. 내 앞에 놓인 길을 두려워할 필요없다. 이 시간에 충실하지 못하고 나답지 못하게 사는 것이 정말 두려워해야할 것이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대학원생활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보석같은 시간임을 이제 깨달아서 아쉽다.

4. 좋은 취미를 가지고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course work이 끝나는 3학년때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많아지게 되므로, 평생을 같이 할 취미 1~2개쯤을 갖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대학원생활동안 읽었던 책들은 내 인생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논문을 쓰면서 들었던 음악들은 지금도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논문을 쓸 때는 Bach의 음악이 최고이다. 또한 허리가 아파서 시작한 요가와 running은 지금도 인생을 풍요롭고 기쁘게 해준다.

5. 마지막으로는 간단한 tip이다.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면서 계속 advice하는 내용이다.

  • 초긍정적인 마음가짐,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한다. 지금 연구하는 주제에서는 자기가 최고이고, 이는 사실이다.
  • 무조건 아침 9시 전에 출근하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한다.
  • 매일 Research diary를 쓴다. Writing dissertation fifteen minutes a day를 참고하면 된다.
  • 지도교수와 최대한 많이 contact하고, 조언을 구해야한다. 큰 progress를 만들고 contact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단, 별 내용도 없이 미팅해서 지도교수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질문이라도 준비해라.
  • 지도교수가 아닌 교수님들과도 연구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advice를 구한다. proposal이나 defense 때 committee member를 처음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교수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advice할 준비가 되어있다.
  • 한국어와 영어 Speaking과 Writing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연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한순간에 향상되지 않는다.
  • 모든 논문,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해놓아야한다.
  • 졸업후 진로계획을 확실히 하고 준비해라.

요약하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아침일찍 학교에 가서 꼼꼼히 정리하고 공부를 하면서 지도교수와 communication 하고, 매일 매일 글을 쓰면 대학원생활을 실패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