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Symphony No.3, Wagner

Post date: May 1, 2013 5:03:05 PM

Bruckner(1824~1896)은 Wagner(1813~1883)의 엄청난 팬이었다. Bruckner는 자신의 교향곡 2번과 3번 중 하나를 Wagner에게 헌정하고 싶어서 Bayreuth까지 찾아간다. Bruckner는 Wagner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적었다.

"Master, I have no right to rob you of even five minutes, but I am convinced that the highly acute glance of the Master would only have to see the themes, and the Master would know what to think of it all."

나는 당신의 시간을 5분도 쓸 자격이 없지만 아주 잠깐만 이 악보들을 봐주시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주시겠습니까..이런 느낌이다..(왠지 대학원생때 교수님들과의 미팅이 생각난다..)

Wagner는 악보를 두고 가라고 한 후, 그 둘은 저녁에 다시 만났다. Wagner는 교향곡 3번을 매우 마음에 들어하며, Bruckner의 헌정을 받아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 둘은 맥주를 엄청 마시고 Bruckner는 기쁜 마음에 숙소로 돌아간다. Bruckner는 아침에 일어나서 Wagner가 몇 번 교향곡을 받아주기로 했는지 기억을 못한다. (여기서 Bruckner의 성격을 알면 도움이 된다. Bruckner는 당시에 존경받는 음악가이자 작곡가였으나 본인은 굉장히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완성된 곡도 몇년에 걸쳐 수십번 고치고 악보도 여러 버전이 남아있어서 후대 연주가들은 어느 버전이 최종 버전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이를 Bruckner's problem이라고 한다.) 소심한 Bruckner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Wagner에게 몇 번을 좋아하냐고 다시 물어보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짐작이 간다. 결국

"Symphony in D minor, the one that starts with the trumpet theme?"

이라고 서신을 보내서 교향곡 3번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 부분도 미팅이 끝난후 미팅 내용을 기억못해 패닉에 빠졌다가 소심하게 이메일을 보내는 대학원생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런 사연끝에 Bruckner의 Symphony No.3는 Wagner라고 불린다. 그리고 악보 맨 위에는 다음과 같이 써있다고 한다.

"in deepest reverence to the unattainable, world-renowned, and exalted Master."

Bruckner 그 자체로도 정말 대단한 작곡가인데 (Mahler는 Bruckner가 유명하지 않았을 때부터 Bruckner의 지지자였다), 위와 같은 여러 일반인스러운 일화가 남겨져 있어서 더 애착이 간다.

모든 종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경이로운 점은 오선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 많은 곡들이 만들어지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Beethoven 이후의 작곡가들은 교향곡을 작곡할 때마다 교향곡의 완성이라고 불려지는 Beethoven 교향곡 9번앞에서 무너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Brahms, Schumann, Schubert, Bruckner, Mahler가 위대한 교향곡을 남겼고, Wagner 오페라의 orchestration은 교향곡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모두 Beethoven을 포함한 그 전대의 작곡가들의 악보를 엄청나게 공부했다고 한다).

리서치를 하다보면 정말 훌륭한 논문들 앞에서 어떻게 이런 논문을 쓸까 감탄하게된다. 하지만 그런 좋은 논문들을 공부하면서 내 리서치를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