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드는 수려한 아미를 살풋 흐렸다. 회의적인 빛이 맑은 눈동자에 감돈다.

"다른 녀석을 찾아보라고 말하겠어."

"그렇군…"

제이드를 놀려먹을 생각은 없다. 그만큼 루디아의 검술은 가히 예술이므로…

어떻게 치사한 수법을 쓰거나, 내가 마리오네트의 신변은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미친 척 날뛰면 또 모르지. 그만큼 그녀는 강하다.

검의 반사광이 아찔하게 허공을 수놓는다. 맑은 금속성과 날카로운 기합성이

한데 뒤섞이며, 칼날은 맹수처럼 상대의 약점을 노린다. 힘과 기술이 부딪힌다.

제이드는 두 사람의 대결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말을 흘렸다.

"불안하군. 랜버트가 밀려."

"당연한 것 아니냐?"

힘이야 어찌됐건 기술면에서는 확실히 열세. 전쟁터에서 적으로 맞부딪쳤다면

랜버트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아이고, 불안해서 못 보겠구랴. 저 바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응?

나는 랜버트의 눈을 보았다.

강렬한 투지와 억누를 수 없는 '즐거움'을… 나는 보았다.

강한 적과 대면할수록 불붙는 것.

호승심? 살의? 아니, 그런 것과는 다르다.

생사를 주고받는 순간의 열락.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고자 하는 의지.

그것이 영혼을 달구면, 모든 것은 잊혀지고 남은 것은 적과 나와 칼날이 뿌리는

섬광뿐…

랜버트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백색의 빛을 흘리는 루디아의 눈 역시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