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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시민 기본소득 실험 간담회 «이미 시작된 이야기, 기본소득»

게시자: 네트워크 기본소득청'소'년, 2017. 4. 26. 오전 3:42   [ Eeerum .Seong에 의해 업데이트됨(2017. 5. 2. 오전 1:03) ]




«이미 시작된 이야기, 기본소득»

4월 2일 일요일 오후 4시,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주관하는 시민 기본소득 실험 간담회가 열립니다. 


해외사례나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 아닌, 

국내에서 이미 실행 중인 기본소득 실험의 기획자, 유사 정책과 지원사례의 연구자들과 함께 

기본소득이란 희망이 동시대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한국에서, 우연과 무조건이 의무와 댓가, 자선과 감사를 대신하면 어떤 이야기들이 생겨날까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행사 개요 및 이미지 참조 바랍니다.


행사 개요







시민 기본소득 실험 간담회 기록: «이미 시작된 이야기 기본소득»

17/4/2

기본소득 간담회 기록

속기 및 정리 : 한주연, 백희원




[목차]

들어가며 - 패널 및 프로젝트 소개

청년이라는 시기, ‘돈'의 의미

발언권으로서의 기본소득이 되기 위한 조건

왜 지금 ‘청년', ‘기본소득'?

기본소득과 미래세대의 삶

플로어 대담 및 질문

내가 135만원을 받는다면?




들어가며 - 패널 및 프로젝트 소개


-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기본소득 실험 스토리 펀딩 진행


황예랑


한겨레21에서 일하고 있는 황예랑이다. 기본소득 기사를 처음 썼던 게 2013년 3월이다. 지면 1000호로 다뤘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기본소득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기자들끼리 ‘우리 스스로 기본소득을 받아보고 삶의 변화를 다뤄보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청년, 비정규직, 정규직, 농민, 가정주부 등 각 개인을 인터뷰해서 내가 기본소득을 받아야 할/받고 싶은 이유를 듣고 재원마련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이야기 했다.


시간이 흘러 작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가 열렸고, 당시 독일에서 온 강연자였던 아미라의 프로젝트로부터 영감을 얻어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게 되었다.


후원을 하신 분들 가운데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한 지원자 중 무작위 방식으로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11월 28일에 추첨해 12월에 지급을 시작했다. 지급 받고 계신 분은 후원해놓고 잊고 있었을 정도로 원래부터 기본소득에 큰 관심이 있었던 분은 아니고, 다음 메인 화면에서 보고 신청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지 피드백을 받고 기사로 발행하고 있다.


설계할 때 월 135만원씩 6개월 간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위에서 이야기 한 아미라의 ‘나의 기본소득’이 1000유로를 지급하길래 기준을 물었더니 ‘그냥 정했다’고 하더라.(웃음) 그 외 녹색당이나 다른 단체에서 30만원, 50만원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것도 참고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으로 135만원을 산정했다.


최종 지급일인 5월 14일 이후, 지급받은 분의 삶과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 지 기사로 써 보려고 한다. 시간의 변화와 생각의 변화, 물질적인 삶의 변화,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출/소비가 어떻게 되는가만 따지기 보다는 사회에 대한 인식 조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항을 정리해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려한다.


1600만원이 모인 현시점의 고민은, 2000만원이 되면 2호 지급자를 추첨하려고 하는데, 이걸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지/청년한테 주는 게 맞는 지가 궁금하다. 청년이 지금으로선 언론 등에서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차라리 엄청나게 빈곤한 사람들 예를 들어 ‘개장수’나 우리에게 ‘시민’의 개념을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이민자들에게 줘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또 ‘로또 기본소득’이라는 비판 지점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어, 여기 오신 분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




- 서하나, 신승리 대전 띄어쓰기 프로젝트 팀


서한나


한겨레21의 프로젝트가 독일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띄어쓰기 프로젝트는 그런 한겨레21의 프로젝트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시작하게 되었다(웃음). 6,47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면 프로젝트에 지원/참여가 되는 방식이다. 현재 첫 번째 분께 2회 지급, 2-3번째 분들께 첫회 지급을 마쳤다.


스스로 고용없는 시대에 고용되지 않은 사람으로(웃음)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사람이고,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 팀원으로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팀을 끌어가는 주체는 주로 청년들이고, 그간 기본소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신승리


띄어쓰기 팀에서 기획을 맡고 있다. 처음 기본소득에 대해 알게 된 건 책을 통해서다. 처음부터 ‘활동가로 투신하겠어!’라는 의지는 딱히 없었다. 청년 문제를 보며 어떤 충격적인 대안이 없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사회라는 생각이 들고, 기본소득이 많은 부분 거기에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갈수록 활동에 몰입되는 상황에 있다.





- 우성희, 송하진 독립연구자, "조건없는 공적 재정지원을 받은 청년의 삶 경험 탐구" 연구팀


우성희


우리들은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연구자로서 우리가 온전히 의미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며 같이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싶다는 욕망이 생길 무렵 청년 허브에서 연구 공모사업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기본소득처럼 3-4개월 정도 돈을 받으면서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기본소득에 공감하거나 지지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당시 기본소득이 이슈인데 오로지 ‘할 거냐 말거냐’ 식의 찬반에만 논의가 국한되어 있었고 재정에 대한 이야기만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얘기 말고 ‘그래서, 실제로 해보면 어떤데?’라는 질문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삼선재단이라는 작은 민간 재단에서 지난 6년동안 지역청년활동가 인턴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종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해당 사례 외에도 공공기관을 통해 지급되는 몇가지 지급 프로그램들에 대해 질적 방법론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청년이라는 시기, ‘돈'의 의미


우성희


처음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위와같은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게 아니라 ‘청년’이라는 삶의 한 시기에서 ‘돈’은 어떤 의미가 있나 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보고서에서 여섯 명의 청년들이 돈과 관련된 경험들을 기술했고, 그 이야기들 중에서 돈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의미분석을 했다.


첫번째로 돈은 ‘관계'였다. 관계망을 만들어 갈 때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관계를 대체하는 돈이라기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 노릇을 할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시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돈이다. 인터뷰이들은 하루하루 시간에 잡아먹히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돈이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조금은 벌어준다고 했다.

세번째는 ‘독립’을 가능하게 하는 돈이다. 단순히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성원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차원의 이야기다. 부모나 지역사회 어른들로부터 ‘온전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인정받는 존재가 되는 사례도 존재했고, 무언가에 대해 yes나 no라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례도 많았다.


송하진

보고서를 쓰며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2015) 라는 책을 많이 인용했다. ‘공적 재정 지원이 청년들에게 환대의 의미를 갖고 있는가'의 의미를 탐구해보기 위해서였다. 이때 ‘환대’는 단순히 ‘친절히 맞아줌’의 의미로 쓰이기 보다는 책에서 이야기 하듯 ‘재분배’의 의미다. 환대를 받은 사람이 곧 한 사람의 주체로 서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또 무언가를 나누어주는 주체가 되는 것을 환대로 본 것이다.


성남시의 경우 세팅 자체가 그러한 재분배 세팅이라고 확인한 부분들이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선발 과정을 거친 청년들이 자신의 사용처를 증빙해야 하는 요구들을 받거나, 선발되기 위해 나의 이야기를 잘 써서 선정되는 과정이 존재한다. 나중에 서울시 보고서를 보니 해당 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가 ‘감사’였다. 그런데 정책 실행 과정에서 누군가가 ‘감사’하다는 감정을 가지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삼선 재단 같은 경우 비영리 단체고, 관계 안에서 기부받은 돈을 ‘증여’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이것이 재분배의 성격-공공의 재원을 재분배하는 성격-보다는 기존의 장학금이나 기부자와 수혜자와의 관계 설정을 하고 있다. 6년 간의 실행과정에서 수여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위계가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하우나 정신을 잘 지켜가고 있었다. 정말로 기본소득이 사회 전체에 정책들을 시행할 때에는 이런 차이들을 잘 생각해 시행해야 한다.


백희원


기본소득은 아직 어디서도 실현이 된 적이 없다. 해외에서도 실험을 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급하게 확산되고 이슈가 되면서 청년수당같은 선별적 현금지급 정책이 도입되는 장면도 보인다.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감사합니다, 이걸 받아서 세금을 잘 내겠습니다’라는 댓글이 수 개나 달려있다. 물론 감사라는 감정이 나쁜 건 아니지만, 현금이 개인에게 투입될 때 그것이 어떤 이야기가 되는지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 프로젝트마다 수급자들이 어떤 감정/경험을 했는 지를 들어보고 싶다.


황예랑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청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현금을 지급한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험 대상자로 선정된 분이, 지급받는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이야기 했을 때, ‘네가 처음으로 받는 것이니 모범적으로 사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 분이 받는 기본소득이 어떻게 쓰이는 지 외부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마음대로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꼭 본인의 마음가는대로 쓰세요.’ 라는 이야길 자주 했다.


서한나


대전에서 크로스핏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31세 남성분이 받은 적이 있는데, 이전에 기본소득을 알고 있었고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임을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분 또한 ‘환대’의 의미에서 ‘감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대상자의 경우 대전에서 무급으로 잡지를 만들고 있는 분이었다. 창작의 재능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원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는 잡지에 글을 쓰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말하기를, ‘대전에서 청년들이 문화활동을 하는 건 3년 이상 못간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뒷 받침이 안되니까 이런 활동들도 생겼다 없어지고 생겼다 없어진다는 거다. 그런데 기본소득 지급을 받으면서 6개월 정도 더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너무 소름끼치고 안 믿기고,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 고민하고 있던 차에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신승리


보편성에 기반한 기본소득이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이라고 하는 기대가 충족되진 않을거다. 따라서 이게 너무 짠내나는 이야기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는 고작 3명 뽑아서 하는 연구가 양적인 부분의 보편성을 찾을 수 있겠냐고 의문을 표하는데 저희 프로젝트의 경우 대체로 연령대가 평준화되고 삶이 의도치 않게 비슷하게 다들 너무 짠내가 났다(웃음). 그래서 오히려 질적으로 볼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는데 청년의 삶의 보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



지급받은 분 중 한 분은 실기공 실습 시 하루 14시간을 100만원 받으면서 일했다고 한다. 근무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고, 생활이 객관적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분이 계속 저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괜찮다는 식의 이야기를 거듭하길래 의아했다. ‘왜 이렇게 자꾸 긍정적으로 풀어내지?’싶고..(웃음) 대체로 청년들의 삶이 강제적인 긍정이 아니면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또, 추첨이 있기 전에 알바 제의를 받았는데 추첨이 되고 결과를 받고 나서 알바를 안했었다는 이야기를 아주 나중에 들었다. 왜 늦게 이야기 했는지 이유를 물으니 ‘내가 돈을 받고 나서 일을 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프로젝트에 도움이 안될 거 같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검열이 많이 작동하는 것 같다.


발언권으로서의 기본소득이 되기 위한 조건


송하진


성남 청년배당 대상자와 삼선재단 대상자의 차이가 가장 많이 드러났던 부분은, 쓴소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였다. 청년배당 같은 경우에는, 물론 실제로 청년배당이 정책적으로 잘못설계 되어서 불만이 많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불만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반면 삼선 재단의 경우에는 불만을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감사’라는 부분에 있어서, 공공이 시민이나 대상자들한테 어떤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건 좋지만 얼마나,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결국은 그 위계의 차이가 드러나는 폭로의 순간이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관계맺기 하려 했던 시민이나 대상자들이 더 상처입지 않을까.


예를 들어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네가지 사업이 구체적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명하고 있다. 어떤 걸 할 때는 청년을 찾고 어떤 걸 할 때는 대학생을 찾는다. 굳이 ‘대학생’이라는 말로 프로그램을 가둘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어떤 땐 청년을 찾고 어떤 때는 대학생을 찾는 게 작지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을까?


나중에 정말로 정책을 설계할 때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는 부분은, 좀 더 길게, 자유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돈을 쓰고 그 의미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는 방식이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통제된 상태나 무언가를 확인하는 상태 안에서는 구체적인 의미들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성희


‘감사함이 환대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중요하지만 약자 내지는 청년 등 배제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의 방법론을 좀 더 섬세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환대는 기본적으로 이 자리에 온 모든 사람들이 성원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삼선재단 돈을 받는 분 중 한 사람은 ‘부담’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야기 했다. 내 마음대로 써보자-라고 해도 최대한 ‘성실하게 마음대로’ 쓰는 거다.


송우진


기본소득이 환대의 기능을 하려면, 재분배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금액도 그래서 어느정도의 볼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 50만원이 다리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초 생계 보장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대론에 관심이 많은데 자본의 편중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 기울어진 틀을 기본소득이 평평하게 하는 소득이 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우성희


모든 인터뷰이들에게 물었던 질문이 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나라, 공동체, 지자체 중 누구에게 받고 싶느냐는 것이었다. 대다수가 정부로부터 받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 분은 안받을 것 같다고 하더라. ‘왜 주는지’에 대해서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합당한 공감/동의가 없으면 나만 받는 건 불편하고 힘들다고 이야기 하더라. 당시에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나라에서 주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모아서 주는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나라에서 주면 마음 편하게 살겠지만 누군가가 모아서 주면 부담이 될 수 있다. 환대로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많은 공동체 실험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이 동의해서 주고받는 것의 기반이 있는 기본소득은 우정으로 인한 감사함이나 부담감을 떨쳐낸 다른 것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지금 ‘청년', ‘기본소득'?


백희원

청년들을 위한 다른 복지정책들이 없기 때문에, 부분 기본소득 혹은 현금지급 정책을 통해 정책적으로 전시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청년’인 것 같기도 하다.


서한나

청년 기본소득으로 이미 이미지가 대전에서 퍼지고 있는 걸 보면서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경제활동 인구에서 재정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지급 받는 대상과 이를 위해 세금이 걷히는 대상이 다른 현실 속에서 지급이 청년들에게만 돌아간다면 생길 반발이 아닐까 싶다. 굴러가는 상황을 봤을 때는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 답이 없는 것 같아 거기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싶다.




신승리


기본소득이 지향하는 철학적 가치는 모든 존재 자체에 부여되는 소득인데, 지급대상을 청년에 몰두할 때 발생하는 소득이 결국은 생산성으로 귀결되고 투자의 이야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시간적 여유에 대한 이야기로, 결과 산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누구한테 먼저 도입할 거냐로 싸우면 세대 갈등만 심화될 거다.


이야기할 수 있고 액티브하게 활동할 수 있는 주체가 청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먼저 줘라고 하게 되는 건가라는 딜레마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의도치 않게 팀원 구성 자체가 주체가 청년이 되다 보니 홍보할 때 지인들이 홍보가 많이 되고, 주로 페이스북으로 홍보하다보니 이를 활용하는 주체들이 지원하다보니 비슷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이 신청하게 되었다. 당첨 대상도 그래서 비슷한 연령대가 되었다.


황예랑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2016) 보면 주인공이 실업수당을 받으려고 컴퓨터로 입력하려고 하는데 직원의 도움을 받으려 하고 증명해야 하고.. 그런데 청년들과 다르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노인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터넷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기본소득의 애초 취지는 무조건성이 있는데, 이미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조건성’이 아닌가, 누군가를 배제하는 게 아닌가 라는 고민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국면에서 청년이 이야기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동이나 노인이 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20-30대가 처한 현실도 사회가 인정하고 공감하고 해결해봐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청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게 아닌가.


송하진


삼선재단에서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가는 청년들을 돕는 이유는 다른 삶을 살아보려 한다는 걸 ‘기특’하게 생각한 것 같다. 재단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기답게 살아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이야기 하는 지원자들이 지역에 갔을 때 자기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걸 듣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낯선 곳에서 아무런 자본/관계 없이 새롭게 자기답게 살아보려는 존재에게 필요한 건 현금지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왜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먼저 주냐?라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청년한테 제일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쓴 후 읽기모임에서 만난 청년들이 돌아보면 그래도 내가 사회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관계 였던 것 같다- 고 이야기 하더라. 처음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경험 자체가 30대 중반인 나와 20대 중반인 사촌동생 간에 너무 다르다. 지금은 정말로 관계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신승리


기본소득 운동이 여기서 그치면 안되겠지만, 청년 주체들은 기본소득이라는 의제 자체에 마음 속 깊이 동의되어 활동을 시작했다기 보다 개념을 접하며 생기는 동요들 때문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신뢰를 잃은 거대 미디어나 위로부터 시작하는 교육적인 탑-다운 방식보다 오히려 작은 조직들에서 시작하는 것, 그냥 내 친구가 받았을 때 바꿔내는 삶의 효과들을 보면서 기본소득에 더 공감하게 되는 거다. 지금 청년세대는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강하게 경험해 온 주체들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라는 것에 빠르게 지지하고 동의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기본소득과 미래세대의 삶


백희원


기본소득을 통한 삶의 변화가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같이 왜소한 상상으로 가면 안되지 않을까. 언젠가 이 정책이 도입이 되기까지 욕망은 사라지고 필요한 것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더 나은 삶의 양식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신승리


아메리카노 외에 자기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더 좋겠는데, 이미 바닥이 많이 패여있기 때문에 바닥이 먼저 메워져야 하는 것 같다. 6개월 지급으로 삶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평생 주어진다면 삶의 양식까지 바꿔볼 수도 있는거다. 그래서 지금 세대가 기본소득을 받아서 다음 세대에게는 당연한 것이 되고, 새로운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


송하진


다양한 삶의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이 돈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잉여자금일 수 있고 그때 그 사람들의 삶은 또 어떤지 알아봐야 한다.


우성희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을 준다면 사람들이 일을 안할까? 뒤집어서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을 줄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4차 산업혁명이 머지 않은 현실임을 이야기 해야 한다. 미래에 기성세대가 되어서 내가 덜 실감하게 될 수도 있지만, 다음 세대가 되면 공장에서 모든 걸 만들기 때문에 노동 자체가 거의 사라진 시대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자본이 자본을 낳고 노동을 해서 소비를 하는 사람의 수는 적어지기 때문에, 자본이 필요로 하는 소비를 위해 ‘이 돈을 받고 소비를 해달라’는 의미에서 최저의 돈이 당연히 지급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보수정당에서 기본소득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여러분들이나 저나 기본소득의 취지가 그런 건 아닐 것 같다. 이미 기본소득이 정치적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전략적 대응을 짜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보는 인간의 상이나 세계관은 뭔지 궁금하다. 돈을 지급하는 사람들은 금융교육을 시켜야 된다는 류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다. 그들을 설득시키려면 소위 ‘짠내나는 이야기’로 호소해야 한다는 점이 딜레마다.


백희원


위에서 뭔가 탑다운으로 정책이 내려왔을 때 그걸 우리가 어떻게 소화할 역량을 만드느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계속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면 된다. 수혜로서 받을 것이냐 권리로서 받을 것이냐는 고민은 오히려 더 오래걸리는 일이고, 지금부터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동안 재밌는 기획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게 135만원이 주어진다면


황예랑


그러고 보니 내가 받는다면 어떨지는 막상 생각해본 적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고, 여행 등을 가거나 그 중 일부를 누군가와 나누어 써보고 싶다.


서한나


대전기본소득네트워크에서 활동비로 얼마 정도 살았는데 그게 일종의 기본소득이었다. 지난 달을 끝으로 활동비를 못받는데,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다. 도서관 가고 싶으면 도서관 가고 영화보고 등.


신승리


6개월만 준다면 저축할 것 같다(웃음). 나 역시 지금처럼 살 것 같은데, 그게 생활 수준을 유지한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가치관을 유지하고 싶다는 측면에서다. 일을 어차피 열심히/많이 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럼 사회적 약자나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과 나의 일이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플로어 대담 및 질문


태환


노동하지 않고 받는 돈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보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을 해서 임금으로 받는 돈은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기본소득을 통해 던져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민


기본소득 실험 관련해서 생각이 있어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겨레21 프로젝트의 경우 1인당 135만원, 현재 녹색당이나 노동당에서 이야기하는 건 1인당 30-50만원이다. 개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 가족/가구 별로 각각 똑같이 주면서 가족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 지 보면 어떨까? 재원이 가능하다면 6개월 대신 1년이나 2년 정도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급 ‘대상’을 만약 가구로 바꾸어 지급해 본다면 청년 개인 외에 좀 더 나이대가 있는 사람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K


보통 생계 부양자가 있고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자가 따로 있는 가구가 일반적이다. 한국 사회가 처한 상황-출산 문제 등 체제 위기적인 측면과 관련해 정책 실험 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철학, 인간의 권리와 같은 부분까지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가구를 하나 선택해서 가구가 부양해야 할 시부모, 갓태어난 어린아이, 대학생, 고등학생, 주부 아내, 생계부양자 등 지금은 이미 무너져버린 이른바 ‘4인 가족을’ 오히려 거꾸로 선택하고, 그 가구에 개인 단위로 아기에서부터 노인까지 주는 방식으로 실험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구나 가정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실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연


동의한다. 한국 청년들은 기본소득을 부모로부터 지급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장년층도 청년층도 서로 힘들고 세대갈등도 생겨난다. 말씀하신 것처럼 청년들의 자립과 가구 내에서 각개전투 해 해결하는 소득 문제를 해결하면 많은 문제들이 동시에 잦아들 수 있는지도 모른다.


송하진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중산층 가정의 친구가 지원을 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부모로 부터 받는 기본소득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가족구성, 소득구성에도 삶을 바꿔놓는 기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백희원


기본소득을 받았을 때 세계와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가구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관계 속에서 돈이 흘러들어왔을 때 우리의 거리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