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병폐를 막기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전체를 태워버리겠다는 발상으로, 총장직선제의 폐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에 학생 수가 약 1/3이 감소하는 위기 상황에서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이전에 교과부에서 흘러나온 1도 1 국립대학의 황당한 통폐합 발상이 지금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보면 총장직선제 폐지는 국립대학 통폐합을 위한 수단으로 강행되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학생 수 감소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이 무엇인가를 자문해 보면 교과부의 입장이 전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학 간의 통폐합과 대학 내의 통폐합 두 가지로 생각된다. 대학 간의 통폐합은 유사 학과의 통합이 기본이지만 대학 내의 통폐합은 이중 학과 간의 통폐합이 주를 이룬다. 2020년 이전에 대학 간의 통폐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학 내의 학과의 폐지 및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만약 대학 간의 통폐합을 선택한다면, 이 시점에서 통폐합의 합리적인 모델을 짚어 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도 같다.


지방의 거점국립대와 인근 지역 교육대학과의 통폐합에 관한 여론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다수 교육대학은 거점국립대와의 통폐합에 부정적이었던 것 같고 거점국립대학은 교육대학과의 통폐합에는 큰 거부반응이 없었던 것 같다. 거점국립대학교와 교육대학의 통합과 함께 나머지 지방국립대학들을 지역별 특성화대학으로 통폐합을 유도해 가고 여기에 부실 사학의 정리가 병행되면, 1도1 국립대학이라는 현실적 필요성을 지나치게 뛰어넘는 무리한 통폐합보다는, 통폐합이 피해 갈 수 없는 외길 수순이라면 1도 1종합대학 1 특성화대학이 그나마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현실적인 통합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국립대학에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끌어낸 교과부 정책의 방법상의 문제는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결과만을 놓고 보면, 교과부는 1도 1 종합대학 1 특성화대학으로의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을 모두 손에 쥐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무리한 총장직선제 폐지의 강행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참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달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상술한 내용 들은 단순한 나만의 소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소설이 나만의 상상으로 끝이 나든 아니든 교과부의 속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부산대학교는 곧 다가올 대학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과 연구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해 가야 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교육역량은 교육의 목적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교육받은 학생들의 교육을 통한 성숙도와 사회적 기여도를 통하여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에는 정확한 평가 기준이나 평가방법이 없는 것 같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사회문제가 없다”라고 가정하면, 졸업생의 사회적 평판도는 우수신입생과 우수졸업생이라는 선순환구조 형성에 대한 책임이 대학에도 일정 부분 있으므로 그나마 공감이 가는 평가 항목이다. 그러나, 결국은 평가될 수 없는 본질을 곁가지만을 가지고 무리하게 평가하고자 할 때 본질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 같다. 도를 넘어선 곁가지에 대한 평가는 소신 있는 교육 의지를 꺾고,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시간을 엉뚱한 곳에 매몰 시켜버리는 것은 아닌지!


대학에서의 연구는 왕성한 창의적 연구 활동을 통한 사회적 기여가 목적이지 논문 편수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논문을 소홀히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논문 편수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창의적 연구 활동의 결과물로 취급되어야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논문 편수, 취업률, 충원율 등의 연 단위의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정책과 왕성한 창의적 인재 양성과 연구 활동을 위한 자발적 동기 부여에 집중하는 정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이야기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고, 그 결과에는 큰 차이가 생길 것 같다.


예산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언제나 부족했고,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이다. 예산이 늘면 씀씀이도 항상 함께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방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이해관계의 조정을 포함한 의지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다!


앞서가는 분들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면피만을 공동의 목표로 하거나, 다수를 위해야 할 집단에서 약자를 도려내는 철 지난 강압적 제도의 강행보다는, 창의적 인재 양성과 연구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 동기부여에 모든 제도와 예산을 집중하고, 그 결과물로서 많은 성과가 나오게 되는 구조를 형성해 가는 것이 조금 긴 호흡에서 부산대학교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문대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학내외적으로 출렁이는 많은 난제 속에서


모두를 다 가지는 것이 아니라 줄 것은 주고, 지킬 것은 지키고, 할 일은 하기를 기대하는 부산대학교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곧 다가올 대학의 위기에 좀 더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기 위한 부산대학교 전체의 공감대 형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자 적어본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