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 폐지는 아직은 이른 듯하다.
만약 총장 직선이 폐지되고 간선이 되어
교수들이 총장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이 선거인단이 총장을 선출한다면 결국은 교수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도 같다.
그러나 간선으로 가기 위한 논의의 시작이 선거 과정의 타락 때문이라면, 대학 총장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인의 수가 줄어들면 줄어든 만큼 더 유혹하기도 유혹당하기도 쉬운 구조가 되는 것은 아닌지?
후보자들로부터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선거인단의 높은 도덕성이 담보되었다고 가정해도 또 다른 문제는 대학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문제가 된다.
지난 KAIST 총장 선출 과정에서 KAIST 이사들에 대한 교과부의 외압이 언론에 보도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를 보면 현재의 대학 선거가 대학 자율의 문제로 존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소수의 총장 선거인단에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외압으로부터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수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것 같아 조금은 잔인한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외압에 대한 대응이나 내부적인 타락의 방지라는 측면에서 모두 함께하는 직선이 개선의 여지는 많지만 그래도 오늘의 우리 대학 현실에는 필요한 제도가 아닌지?
외부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내부적으로 합리적인 선거문화가 정착되면, 그때는 효율성을 이유로 총장 간선이 논의되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총장 간선이 되더라도 전체 교수들의 뜻이 왜곡됨 없이 그대로 반영될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을 통해 총장 직선이 시작된 1991년 이후부터 대학 민주화가 시작된 것으로 가정하면 대학 민주화의 역사는 불과 20년에 지나지 않는다. 교과부에서 총장을 임명하던 시절에 그려진 지배구조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은 짧은 역사의 산물로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숙제인 것 같다.
그러나 부산대학교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선거의 여파로 대학다운 선거문화의 정착이 중요한 이슈가 되어 있다. 이는 당연히 정착되어야 할 중요한 선거 절차상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 깊숙이 덜어와 있는 또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부산대학교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그려 나갈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모시는 일이 아닌지?
선거일이 다가오면 모든 후보의 정책이 비슷비슷해진다. 최소한 지난 선거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 이는 대학 사회가 다양한 계층의 집단이 아닌 단일 월급체계로 구성된 단일 집단이란 점과 현재 우리 대학을 뜨겁게 달구는 많은 문제가 대학 외부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대학교를 위해 많은 분이 총장으로서 봉사하기를 자처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정책의 차별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유능한 교수를 대학의 장으로 모실 수 있는가가 아닌지? 이것이 혹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는 아닌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