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부여된 권한의 범위 (1~4)

(제목과 내용 일부 수정)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확정 발표하였습니다. 거점국립대학 첨단분야 증원은 경북대 294명, 서울대 218명, 전남대 214명, 충북대 151명, 전북대 71명, 부산대 20명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첨단분야 배출 인력의 차이는 당연히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됩니다.

 

지방대학의 위기 극복

우리 대학이 회장교인 전국 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수도권 대학 증원을 막기 위해 지방대학의 첨단분야 최소 증원을 합의했다고 합니다. (5월8일 5시, 대학 본부 관계자와 통화 후 제목과 사실관계 일부를 수정합니다)

 

수도권 지역에 첨단분야 학생정원이 늘어나면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속된다는 것은 지방대학 교수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모두의 힘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정부 정책 중 하나에 반하는 행정을 합의하는 것이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맹목적인 수도권 집중에 더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대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수도권 대학 총장 모두와 여·야 구분 없이 비수도권 국회의원 모두의 중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이미 실기한 듯한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이런 합의 과정의 정당성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문제는 전국 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에의 이런 합의의 과정에 우리 구성원의 의사가 배제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고등교육법 제15조 “총장은 교무를 총괄한다.” 이 한 줄의 법 조항만으로 규정된 총장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구분은, “후보 시절, 이 사안을 공약했어도 당선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표로써 위임한 권한은 부산대학교의 발전을 위한 것에 국한되며, 미래를 예단하고 부산대학교에 돌아올 혜택을 담보로 부산대학교의 대표 자격으로 개인적 소신을 피력권한마저 위임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부산대학교가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면, 그것은 부산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내린 결정을 대변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 내부의 문제

부산대학교 내에서 첨단분야의 학생정원이 증원되면 부산대학교 내의 다른 비인기 학과가 상대적으피해를 볼 수 있다는 대학 본부의 주장은 비인기 학과의 교수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뼈아픈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동일한 학문 단위 구조를 유지하며 학문의 균형발전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국립대학의 책무 중 하나인 기초학문을 보호하면서도 첨단분야 학생정원의 증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학문 단위 구조혁신을 일구어 갈 것인가? 이 선택에 따라 부산대학교의 미래 모습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누가 하는가?”입니다.


학내 대소사 모두를 구성원 모두와 결정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근간을 정하는 헌법 개정을 전 국민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는 것과 같이, 부산대학교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 또한 부산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 문제는 다음에 기회에 조금 더 자세히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대학교 구성원의 가슴속에 이미 심어진 이 갈등의 씨앗은 애써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논의의 장으로 끄집어내 치열한 논쟁과 갈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통합된 합의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려진 결론이라야 급변하는 세파에 휘둘려 이랬다 저랬다는 것을 반복하지 않는 뿌리 깊은 대학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

교육부가 학생정원만 늘려놓고 규정 외 별도 재정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대학 본부의 추측은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으나, 2023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많은 예산이 이미 편성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9.16.)

 

또한, 추가적인 예산 지원 여부는 이 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예산 지원을 더 받아 낼 명분이 생긴 총장 모두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수십 년 만에 처음 시도되어 많은 것이 미정인 사업의 경우, 필요한 예산조차 지원 안 해줄 것이라는 걱정이 이 사업의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부산대학교의 중대사를 처리할 때는 총장의 개인적 소신은 모두 내려놓고 부산대학교 구성원 모두의 의사를 물어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함께하는 대학 행정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목적이 아무리 의로운 것이라 해도 방법과 절차상 정당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