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고한다
지난 9월 8일 교무회의에서 약대의 통합 6년제 전환에 따른 약대 입학정원 확보를 위해 자연대(18명), 생환대(1명), 공과대(1명)의 학생 정원 감축안을 심의•의결하였다.
총장에게 고한다
지난 9월 8일 교무회의에서 약대의 통합 6년제 전환에 따른 약대 입학정원 확보를 위해 자연대(18명), 생환대(1명), 공과대(1명)의 학생 정원 감축안을 심의•의결하였다.
이번 교무회의의 심의•의결에는 의견수렴, 교수회 및 대학평의회 심의 등의 학칙으로 정해진 절차를 모두 생략한 심각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
이에 대한 대학 본부의 해명은 이번 교무회의의 심의•의결은 교무회의의 본연의 심의 임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대학 본부의 의사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교무회의 직후 시행된 학내 구성원 의견수렴(ʹ20.9.10.~ʹ20.9.24)에 첨부된 공문서에는 대학 본부의 해명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교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 사안처럼 상기와 같이 공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 본부의 해명이 틀렸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공지하였으니, 공문서가 위조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통의 문제이다.
직접적인 관련 학과와는 결과 통보를 포함한 단 두 차례(ʹ20.8.31, ʹ20.9.4.)의 협의를 끝으로 관련 학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수의 표결을 강행한 것이다(‘20.9.8).
총장 직선은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 대학의 자율을 위한 것으로 구성원의 의사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반대하는 사안을 해당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시간도 없이 무관계한 다수의 표결을 강행한 것은 총장 직선의 정신에 반함은 물론이요. 민주주의 외피를 두른 독재에 가깝다.
다수와 관계된 문제를 다수결로 표결함에는 표결의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소수에만 관계된 문제를 관련 없는 다수가 동일한 한 표의 의결권을 행사하여 소수를 표 수로 누르는 방식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다수의 이익만 지켜지고 소수는 언제나 불이익을 받는 방식은 정의롭지 못하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도는 다양하고 표결에 임하는 모집단의 관련성 또한 사안에 따라 다름으로 표결할 때마다 사안의 경중과 관련성을 따져, 표결하는 모집단을 바꾸거나 구성원 모두에게 다른 가중치를 부여 하는 것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현실적 제도의 맹점을 다소나마 보완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없는 다수의 표결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와의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시간을 통해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설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표결에 앞서 전제해야 한다. 이것이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와 구분되는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정의이며 대학 자율의 기본정신의 하나이다.
교육부가 정해준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구성원을 압박하는 것이 총장의 임무가 아니라, 구성원이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부를 상대로 현명한 협상을 하는 것이 총장의 임무이다.
부산대학교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조정이라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의 정의로움과 함께 그 과정과 절차도 정의롭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소통의 의무는 총장 직선과 대학 자율의 기본정신으로, 학칙과 규정에 없다 하여 결코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심의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모든 관련 학칙과 규정의 제•개정을 위한 심의 안건의 상정을 관련 학과와의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시간이 담보될 때까지 무기한 유보할 것임을 명확히 한다.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짓밟는 비겁한 총장이 아니라, 소수의 권리도 끝까지 존중하려 애쓰는 정의로운 총장이 되시기를 희망한다. 총장은 직접적인 관련 학과와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라!
2020년 9월 14일
교수회장 김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