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산업수요에 맞춘 대학의 정원조정이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래를 놓고 올바른 판단인지엔 확신이 없다. 알파고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재조명해 주는 것 같다.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떤 인간을 요구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문학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다만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이 인문학도를 양성해야 하는 지엔 의문이 있다.
실용 학문의 수업을 인문계열 학과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으나, 본질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희망하는 학생에게 길을 터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문학도는 인문학도로서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인문 역량 강화란 인문학도들에게 실용 학문을 배우게 하거나, 인문학 강좌 수를 늘려 수업을 더 많이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공, 상경, 법학, 의학 계열 등 실용 학문은 지식습득을 위한 상당한 성실성이 전제되어야 비로써 창의가 가능해지는 학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실용 학문의 경우 상당 부분의 지식이 그 자체로서 실용적 의미를 가지지만 인문학은 지식의 실용성보다는 인간에 대한 고민과 성찰 능력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닌지? 실용 학문과는 달리 인문학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학문이기에 강의실에서의 강의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1%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채워 가야 할 1%가......... 이건 나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편견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안팎의 삶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보고, 스스로 성취해가는 자기주도적 성찰의 과정에서 그 부족한 1%를 채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창의연구학기제란 이름으로 정식 교육과정의 틀 속에 녹아들어도 좋은 것은 아닌지? 교육과정이 강의실 바깥으로 확장되어도 좋지 않을까?
인문계열의 학과는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학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한 변화와 개혁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문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용감한지도 모르겠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개혁엔 많은 부작용이 따르는 것 같다.
최근 국가에서 풀고 있는 많은 국가 재정 지원사업을 보면 정작 절실한 곳은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굳이 필요치는 않으나 참여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참여가 유도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예산의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또한,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따르는 부작용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보단 땜질식 봉합이 흔한 것이 아닌지. 따라서 변화와 개혁은 내부로부터 일어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저 최근 유행처럼 번져 가는 자유학기제란 말을 접하고 우리 대학에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면 인문계열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다. 이 안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것이다. 변화에 동반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개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일단 뒤로 하고, 이것이 정말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가? 아니면 더 좋은 무엇이 있는지를, 외부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잠시나마 다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에 개인적인 사견을 몇 자 적어 본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