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많은 수험생들은 여건만 되면 수도권대학으로 진학하려고 한다. 조금 더 나은 교육과 연구 역량을 지닌 학교에서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연 수도권의 모든 대학이 지방의 모든 대학보다 교육과 연구 역량이 뛰어난 것일까? 중앙일보의 평가 방법의 타당성은 일단 논외로 하고, 그 평가자료에 따르면, 국가의 절대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교육환경(교원 비율 등)을 제외한 지방대학의 연구 역량은 결코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 결국은 대학의 본질적 역량이 아닌 수도권 소재라는 지정학적 이유가 더 큰 원인으로 우수학생과 수도권대학과의 불합리한 매치가 상당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지방대학의 역량이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빚어지는 현상이라면, 국가는 지방의 주민이 자신의 지방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수월성(秀越性)에 근거한 많은 교육과 연구 관련 정책들은 경쟁을 통해 더 뛰어난 능력이 있는 쪽에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 같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 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기현상에 대한 책임을 수월성이란 이름으로 지방대학에 물어가는 것은 ‘무책임한 공정’인 것 같다. 교육과 연구 외적인 불균형의 해소가 전제되고 수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니면 최소한 동시에라도 진행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안 없는 수월성에 근거한 정책은 수도권 집중이란 편식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가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사회불안 적 현상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생태계에서의 약육강식에는 안전장치가 있는 것 같다. 사자는 배고플 때 사냥에 나서지만 배가 부를 때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것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케 하는 요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에는 배부름이 없는 것 같다. 여기에 국가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 교과부의 사업 중에 연구 중심대학육성 사업이 있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WCU)과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BK21)이 그것이다. 이 사업들을 자세히 보면 수도권 명문대학의 경우는 다수의 학과가 이 사업에 선정이 되니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이란 이름에 걸맞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소수의 학과만 선정되는 지방대학의 경우는 연구 중심 ‘대학’의 육성이 아닌 연구 중심 ‘학과’의 육성으로, 지방대학의 육성이나 학문의 균형발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책인 것 같다.
열악한 환경의 지방대학은 새로운 사업 꼭지가 열릴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지원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비단 연구비뿐만 아니라 대학을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자구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론 대학 외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다소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 해소 방안의 하나로 무상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지역거점 연구 중심대학 육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학 외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실마리가 찾아질 때까지 지방대학에 대한 한시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는 지방대학 교수에 대한 연구비의 정책적 지원이 아니라, 연구중심대학의 선정과 그에 상응하는 장학금의 지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를 동시에 지원하기에 너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면, 우선 연구중심대학에 걸맞게 대학원생 중심의 장학금 지원만으로도 그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원생만의 무상교육에도 예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대학원생의 인건비를 확보해 오는 교수들에 대한 정교한 인센티브제도의 설계와 함께 현재의 반값 등록금 정책 기조를 고려해 보면 추가로 요구되는 국고 예산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도 같다.
지방 대학의 대학원생들이 배움과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의 조성이란 측면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많은 우수학생과 학부모의 지역거점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무상교육이 주는 우수인재 유입의 파급효과는 이미 명문대학의 반열에서 우수 학생 우수 교수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포항공대, 카이스트와 새로운 명문대학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는 울산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 등의 예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까지 연구중심대학에 대해 많은 분들이 주장해 왔으나, 이 주장에는 연구중심대학에서 소외될 기타 지방대학에 대한 정책적 고려 등 풀어야 할 많은 난제가 포함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따라서 무조건 이 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산대학을 포함한 모든 지방대학에서 더 좋은 안이 제시되고 공론화되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도출되기를 희망하면서 그동안 귀동냥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