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균형발전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은 수도권의 경제적 효율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으나,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부동산 광풍,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인구밀집으로 가속되는 치열한 경쟁과 사교육 광풍 등과 상당한 관련 있는 출산율, 이혼율, 삶의 만족도, 자살률 등 객관적 수치의 세계기록 갱신은 “왜 이렇게?”라는 의문을 생기게 한다.
수도권 편식구조의 폐해는 수도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방대학의 본질적인 교육 및 연구 역량과 무관한 대학외적 정치경제적 요인에 편승한 지방의 우수인재들의 수도권 진학 열풍이 지방대학 황폐화의 원인이 되어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 일상화된 사회현상으로 고착된 지 오래이다.
지방대학의 황폐화와 지방대학의 개혁은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단순히 원인과 해법의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방대학의 혁신적 개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본질적 해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굳이 먼 나라 명문대학의 1년 예산을 들먹이지 않고도 대학의 본질적 개혁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을 알 수 있다. 대선과정에서 공약되지 않은 수십조원의 예산을 국민적 합의 없이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정책마련이 우선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지방대학 황폐화를 해결할 현실적 해법의 하나는 지방국립대학 학부과정의 명목등록금 인하를 통한 학생에게 돌아갈 실질적 혜택의 구체화이다. 명목등록금의 인하는 체감온도가 낮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국가장학금 혜택 보다 지방대학 균형발전을 위한 추가재원 확보 없이 제도의 개혁만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생각된다. 많은 경우 구체화된 수치는 막연한 정보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생활 속 창의가 빛을 발하여 부를 창출하는 건전한 사회적 토양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화려해 보이진 않아도 환경, 자원, 에너지 문제 등 학문의 최첨단에서 인류의 당면과제를 풀어나갈 창의적 인재양성 또한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직 학문에 대해 잘 모르는 학부생들에게 알지 못하는 세상의 난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라는 것은 마치 설익은 사과를 먹자는 주장처럼 들린다. 이미 성큼 다가오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중요한 정책의 하나는 대학원 역량강화일 것이다.
따라서 황폐화된 지방대학의 균형발전을 위한 또 다른 현실적 해법의 하나는 지방국립대학 대학원생에 대한 실질적 혜택의 구체화 즉, 대학원 무상교육이다. 이는 지방국립대학에 수주된 프로젝트와 국가재정지원사업의 재설계를 통해 막대한 추가재원 부담 없이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무상교육의 파급효과는 이미 설립과 동시에 명문대학의 반열에 올라 우수교수, 우수학생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포항공대, 카이스트, 울산과기원 등의 예에서 증명된 것이 아닌가.
기초학문을 포함한 학문의 균형발전을 통한 미래사회 대비를 사명으로 하는 국립대학과 건학이념에 따라 실용학문 중심의 사회수요 반영이 가능한 사립대학과는 설립목적에 따른 차별화가 필요하다. 또한 막대한 적립금을 쌓을 여력이 있는 수도권사립대학과 구별하여 지방사립대학의 경우 법률이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 인상, 장학금 혜택 등 대학운영의 자율권에 관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그 당위는 등록금 등의 비율이 아니라 절대값의 비교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상승에 반하는 등록금동결 정책이 다양한 형태의 교육부실을 초래함은 당연한 귀결로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된다.
지방대학 황폐화와 지방대학 개혁의 현실적 괴리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지방대학 균형발전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근시안적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 숨어있는 자본의 독설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