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변(辯)
(그렇다면 열린 토론으로 이어가자!)
국립대학교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점은 구조적인 문제와 정책의 부재로 대별된다.
이에는 부산대학교가 스스로 풀어야 할 학내문제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 모두가 내포되어 있다.
■ 국립대학의 구조적 문제
① 인사제도
교육부 고위관료가 얼굴도 모르는 부산대학교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제도와 부산대학교에서 역량이 뛰어난 직원이 아닌 교육부에서 파견되는 관료가 사무국장이 되는 인사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행정권력은 인사권을 통해 행사되므로 인사제도와 지배구조는 결국 같은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인사권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치에 대한 부정과 그 맥을 같이 한다.
② 권력구조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를 위해 학칙과 예산의 ●심의-의결 ●집행 ●감사 권력은 분립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삼권분립의 원리를 택하고 있다. 왜냐하면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권력의 남용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에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분립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 업무의 효율성 추구를 목적으로 고안된 제도는 아니다.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좀 더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바뀌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본권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로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신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 국립대학 정책의 부재
① 대학교육 정상화
학령인구 감소와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이 콩나물 교실을 해소하여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 토론다운 토론과 실험다운 실험 수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말하는 이는 드물고,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문을 닫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선 교수 수를 늘리고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다고 부실/비리사학을 모두 구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② 국립대학 육성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기형적인데, 특수목적대학을 제외한 지방대학에서 수학 중인 대학원생의 수도권 쏠림이 훨씬 심각하다. 그럼에도 BK플러스 사업에 5630억의 막대한 예산을 풀면서 지방대학 균형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선택과 집중만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대학 예산 전부를 합친 금액이 몇몇 선진국 명문대학 예산보다 작아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국립대학 재정지원에는 항상 “0”이 하나 부족하다. 이에 지방국립대학 선별적 무상교육은 그 해법의 하나이다.
교육부가 없어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교련의 교육부 폐지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방국립대학을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육성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가?
■ 부산대학교 학내문제
대학 자치를 위한 권력의 분립은 심의권이 아니라 의결권의 부여로 비로소 시작된다. 심의권은 아무런 법적 강제력이 없다. 국가의 재정지원 또한 법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대학 담장을 넘어선 법개정이 필요한 문제로, 전국의 국립대학과 연대한 지속적인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
국립대학 정책이나 법개정이 필요한 문제는 총장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개선의 노력과 함께 현행 법체계 하에서 가능한 학내문제 해결은 지극히 당연한 총장의 의무이다.
● 교수 1인, 직원 6인의 비민주적 규정심의위원회(규심위) 위원 구성
(심의를 받아야할 학칙과 규정의 집행 당사자가 대다수 심의에 참여하고 있다.)
● 불합리한 재정위원회 위원 구성
(심의를 받아야 할 예산의 편성과 집행 당사자가 심의에 참여하는 기구를 누구도 심의기구라 부르지 않는다. 또한 총장 추천 인사가 과반을 넘겨 구성되어 있다.)
● 대학평의원회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 교수회 예·결산 심의권 부여
(부산대학교에는 예·결산 심의기구가 없다. 총장은 규심위를 이유로 이를 교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3년째 거부하고 있다. 규심위는 핑계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하였다.)
● 학칙으로 규정된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 등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다음은 이에 대한 단적인 예를 보여 준다.
부산대학교 규정심의위원회가 부결 시킨 (재검토 권고) 안은 교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2019.4.4, 교수회 예결산 심의권), 대학평의원회가 부결시킨 (재검토 권고) 안은 교무회의에 상정하여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학칙 개정을 강행하였다 (2019.4.23, 신설 단과대학 명칭). 이는 학내 심의기구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한 명백한 권력남용의 전형이다.
이 때문에 학칙과 예산의 ●심의-의결 ●집행 ●감사 권력의 분립이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전횡을 일삼던 것으로 알려진 창원대학의 총장이 구성원에 의해 탄핵 되었다 (2019.4.19.) 탄핵의 행정적 실효성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정치적 생명은 끝이 났다. 현재의 법률은 총장에게만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고 이에 저항하는 구성원의 최후의 수단은 탄핵이다. 탄핵은 이를 명시한 법 조항 유무와 상관없는 구성원의 태생적 권리이다.
■ 열린 토론
총장이 토론에 참여하는 대신 행동으로 말하겠다면 이 또한 토론의 한 형태로 수용한다. 행정직원은 직무의 특성상 다루기 힘든 주제도 있을 것이다. 효율성을 희망하는 행정직원의 충언은 이유 있는 항변으로 충분히 공감하며 효율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는 적극 동참 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원하는 주제를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포함한 총장선거, 교수TO, 강사법, 공간채산제..........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형식과 방법에 구애 받지 말고 열린 토론으로 이어가자. 이것이 부산대학교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작은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부산대학교 교수회장 김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