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자 부산대학교 홍보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BTO 사업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있고, 만약 해지가 되면 부산대학은 1,104억 중 매년 일정 비율로 감가상각한 나머지 금액을 30년 동안 갚아야 한다고 한다. 농협중앙회 등 금융권과의 문제는 큰 틀에서 해결 방안이 마련되면 결국 이자 조율의 문제만 남게 되니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국가나 부산대학이 1,104억 중 감가상각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직접 갚는 것이 해결 방안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이 사태의 해결은 기존의 사업자가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공개입찰 등을 통한 대체 사업자의 선정과 함께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현재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효원문화회관의 수익구조로는 공대 건물, 체육관, 정문, 주차장 등 직접적으로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없는 투자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어지간한 사업성이 보이지 않는 한 이런 조건을 선뜻 맡아서 하겠노라고 나설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안고도 미래의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려는 대체 사업자가 있다면, 이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안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또 다른 무리수는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만약 이런 대체 사업자가 없다면,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선 잠식된 자본금의 일부를 털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그렇지 않고 쉬쉬거리며 무리하게 해결 방안을 찾으려 하면,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의 효원문화회관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와 공개입찰을 통한 대체 사업자들의 제안서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검토를 통하여 부산대학에 잠식된 공대 건물, 체육관, 정문, 주차장 등에 대한 의무적 투자 부담 중 일부분을 털어줌으로써, 현재의 효원문화회관이 가지고 있는 가치만큼의 투자를 통해 정상적인 BTO 사업을 승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교육기관에서 할 수 있고 또 해도 되는 정상적인 BTO 계약 관계를 유지하면서 향후 30년간 두 번 다시 이런 일로 발목 잡히지 않고 무리 없이 갈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 방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없는지?
그럼, 누가 어떤 방법으로 부산대학 내에 잠식된 자본금에 대한 부담 중 일부를 털어줄 수 있는가?
교육과 연구에 투자되어야 할 학생들의 등록금을 재원으로 지금의 사태를 해결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같다. 그러면, 교직원들이 매달 일정 금액의 급료를 모아 부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몇 년이 될지도 모르는 기간 동안 교직원이 매달 1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서 공대 건물, 체육관, 정문, 주차장 등에 대한 일정 부분의 부담을 줄여 간다면, 당연히 교직원에게 공대 건물, 체육관, 정문, 주차장의 일정 부분에 대한 소유권이 주어져야 하고, 어느 시점에선 공대 건물, 체육관, 정문, 주차장 중 일부를 팔아 현금화하고 나눠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권리관계가 아닌가? 그런데 공대 건물, 체육관, 정문, 주차장 등은 국가의 재산으로 귀속되니 이것 또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모든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국가가 부담해야 하지 않는가?
1. 비영리기관에서 BTO 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연 것도 국가이고,
2. 사업계획을 승인한 것도 국가이고(추정),
3. 건축물의 소유권도 국가가 가지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부담의 주체도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민자도로 등 수많은 민자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적자분을 국가가 보상해 주고 있지 않은가? 효원문화회관 사태의 경우는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시설물과 부산대학 내의 교육시설물로 이분화된 구조로 비유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원리는 동일한 것 같다.
나는 경영이나 법률전문가도 아니며 계약서를 본적 도 없다. 계약 관계의 유효성에 대한 이해도 없다. 그러나 계약 관계 이전에 원칙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고, 안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서, 또 다른 걱정거리는 많은 교수님들이 걱정하는 바와 같이 계획에 없던 국가의 재원이 투입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부산대학에 물어 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부산대학을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지정하고 부산대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훼손해 갈 가능성이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의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비영리기관인 대학에 묻는다는 것은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SONY사가 10,000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4년간의 적자를 딛고 5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예상한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보도 되었다. 세계적인 대기업도 몇 년간 적자를 내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부산대학이 처음부터 무조건 흑자를 낼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민간업자의 사업 실패가 비영리기관인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교육과 연구를 담보로 BTO 사업을 허락하는 것이나 동일한 것이 아닌가? 향후 국가의 예산 부족과 민간업자의 경영 효율성을 이유로 계속해서 진행될 BTO 사업에 대한 좀 더 신중한 접근을 위한 중요한 교훈으로 족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끝으로, 부산대학의 관리 소홀의 문제인데 이는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바와 같이 검찰에서 비리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서 이번 사태를 대하는 국가의 입장에는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차이는 명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실리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이것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 훼손의 이유는 될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부산대학교 교수의 일원으로서 비록 사실관계도 정확히 모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 본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