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작성했던 글과 여기저기서 귀동냥한 연합대학에 대한 사견입니다.

허락 없는 이메일 죄송합니다.

****************************************************************

 

▣ 부산대학은 어떤 위기상황을 지나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많은 수험생들은 여건만 되면 수도권대학으로 진학하려고 한다. 조금 더 나은 교육과 연구역량을 지닌 학교에서 배우고자 하는 욕망은 결코 잘못 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연 수도권의 모든 대학이 지방의 모든 대학보다 교육과 연구역량이 뛰어난 것일까? 대학의 본질적 역량이 아닌 수도권 소재라는 지정학적 이유만으로 우수학생과 수도권대학과의 불합리한 매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재의 수월성(秀越性)에 근거한 많은 교육과 연구 관련 정책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근거한 경쟁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 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수도권집중이라는 기현상에 대한 책임을 수월성이란 이름으로 지방대학에 물어가는 것은 ‘무책임한 공정’인 것 같다. 교육과 연구 외적인 불균형의 해소가 전제되고 수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곧 다가올 학령인구의 감소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구절벽의 직격탄은 대학이 제일 먼저 맞고, 다음 10년에는 현재의 일본처럼 청년실업이 해소되어 취업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 날 것도 같다. 그러나 또 다른 10년 후엔 생산인구 및 소비인구의 급감이 우리나라 경제를 뿌리채 흔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때가 되면 외국과의 관계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일단 이는 차치하고 인구절벽이 대학사회에 가져올 문제를 먼저생각해 보자.


인구절벽의 시기를 넘어가면서 부산대학에 불어닥칠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시기가 도래한다고 해도 부산대학에 신입생이 모자랄 지경이 되면 대한민국은 문 닫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부산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평균 수능등급이 약 2.7등급이라고 한다. 그러나 2023년이 되면 전체 학생수의 감소와 함께 우수학생의 절대량도 줄게 된다. 수도권 대학이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현재의 기조 데로 수도권의 모든 대학을 한바뀌 돌고난 뒤 부산대학에 지원한다면 부산대학 신입생의 평균 수능등급은 약 4,2등급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세월이 흐르면 부산대의 사회적 평판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또 그 뒤를 이을 학생들의 취업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부산대가 극복해야 할 위기의 본질은 부산대학 신입생 부족이란 양적인 문제 보단 질적인 하락과 향후 부산대학 위상의 끝없는 추락이 아닌가?

 

▣ 질적인 하락을 부산대보다 못한 대학과의 통합을 통해 극복한다?

인구절벽의 위기상황을 지역의 대학이 힘을 모아 연합하여 대처해 나가자. 원론적으로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부산대학의 위기의 본질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근본적으로 잘 못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의 예를 생각해 보자. 기업에 있어 순이익의 절대량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높이기 위해 합병하기도 하고 때론 효율이 떨어지는 기업을 분사 또는 매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럼 대학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학생을 배출하기 위해서 통합을 해야 하는가? 하버드대학은 학부생이 7000명에 불과한데 부산대는 20000명을 넘는다. 모든 대학 평가에 졸업생 수에 대한 양적평가 항목은 없는 것 같다. 상대적인 비율 즉 주어진 여건 대비 효율에 대한 질적평가가 중요한 것 같다. 졸업생수에 집중한 대학의 양적팽창은 질적고도화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는 결국 부실교육을 유발하여 공익을 위한 교육이란 대학설립 목적 자체를 흔들게 된다. 결국 대학은 기업과는 달리 양적팽창이 아닌 질적고도화가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인 것 같다. 그런데도 수능성적 기준으로 다소 수준이 낮은 대학과의 통합을 통해 부산대학의 위기를 극복한다고? 부산대학의 질적 하락을 부산대학보다 못한 대학과의 통합을 통해 극복한다? 기타 중소국립대의 교수가 거점국립대학의 교수보다 못하거나, 우수한 학생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히 입시결과를 비탕으로 한 통계적인 이야기이다.


부산대학 예산은 약 5000억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개인 연구비, 교직원 인건비, 공공요금 등 고정비용을 빼고 나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용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꼭 필요한 예산만을 지원해 주는 현재의 대학예산 구조로는 수십조의 사내 유보금이 축적된 기업과 기업의 합병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규모의 경제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부산시내 4개 국립대를 통합해도 변변한 건물 하나 신축할 예산확보가 어려운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국립대학 예산구조의 실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10년전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통폐합 모형 중의 하나인 연합대학안을 근거로 생각해 보면 부산대학이 없어지고 통합된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이니, 이는 70년 전통의 부산대학이 사라지고 새로운 대학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형태의 연합대학의 추진은 부산대학 구성원 스스로가 70년을 이어온 부산대학의 전통과 자부심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요즘 교내를 떠들썩하게 하는 학생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재수, 삼수를 통해 부산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인 부산대학이란 자부심을 지키기 원하는 그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 이는 우리가 선택한 사회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지극히 교육적이고 정당한 요구이다. 부신대학을 믿고 선택한 학생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부 대학이 지켜 주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대학개혁의 중심엔 학생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일괄지원에서 선별지원으로 바꾼지 오래이다. 이 방식의 옳고 그름은 일단 뒤로 하자. 열악한 환경의 지방대학은 정부가 새로운 사업꼭지를 열 때 마다 조금이라도 더 지원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재정이 학생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으로 돌아가는 지를 살펴보면, 이러한 노력의 현실적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비단 제정확충뿐만 아니라 대학을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자구노력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론 대학외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과 인구절벽의 시대를 맞이하여 끝없이 추락하는 부산대학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것 같다.


국립대학의 사명은 무엇일까?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양성인 것 같으나, 약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준비도 국립대학의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용학문이 한계에 부딛힐 때 그 돌파구는 기초학문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의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립대학에선 당장의 수요가 작은 기초학문의 육성은 의무가 아닌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의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란 생각이 든다. 이것이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추구해야할 학문의 균형발전에 대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 기초학문을 위한 투자는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는 것 같다. 마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적금을 불입하는 것이 적당한가 하는 문제와 비슷한 것 같고 그 답은 현재의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삶의 무게중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1도1연구중심종합대학, 많이 어바웃하긴 하나 이 정도는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 해소 방안의 하나로 무상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지역거점연구중심종합대학 육성에 대해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를 동시에 지원하기에 너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면, 우선 연구중심종합대학에 걸맞게 대학원생 중심의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지방의 많은 우수학생과 학부모의 지역거점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무상교육이 주는 우수인재유입의 효과는 이미 명문대학의 반열에서 우수학생 우수교수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포항공대, 카이스트와 새로운 명문대학의 반열에 올라가 있는 울산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 등의 예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 아닌가?

 

******************************************* (2)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