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대학입시 철이 다가오니 연일 뉴스에서는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도한다. TV 광고 속에 대학이 등장하고, 거리에는 대학 광고 현수막이 붙고, 입학설명회 자리에는 비보이와 치어걸들이 등장한다. 이것이 과연 교육기관의 본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방대학이 상품을 팔기 위한 지방기업으로 변질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과연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이 문제의 답은 “왜 수험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가?”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지방에 소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교육 외적인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모든 문제를 대학의 책임으로 물어가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교육 외적인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이는 수도권 집중의 책임을 지방대학에 묻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체급 없는 권투경기가 과연 공정한 경기인가?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60%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대학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불공정한 평가는 평가 외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가치의 왜곡을 유발한다. 그래서 이 평가라는 것은 미래를 담보로 하는 중요하고도 위험한 작업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몰려드는 수도권대학과 노력해도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지방대학의 현실은 교육기관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 가치의 희석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는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학 모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과연 수험생들은 대학교수들의 연구 역량과 강의의 질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학을 지원하는가? 물론 연구력과 강의의 질을 높이는 일은 중요하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보다 나은 인재 양성은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위기의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현실적 방안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같다.
KAIST나 포항공대는 지방소재의 대학이면서 지방대학으로 분류되지 않고 왜 명문대학으로 분류되고 있는가? 무상교육이 주는 파급효과가 오늘의 우수학생과 우수 교수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방거점국립대학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수한 학생들의 지방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해마다 떨어지고 있음을 보고 있지 않은가? 지방소재의 모든 지방대학이 "지방대학의 위기"라는 공통 분모를 떠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의 위기를 누구나 이야기하면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위한 지방대학 협의체를 왜 구성하지 않는 것일까? 왜 지방대학들은 하나의 구심점을 형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가지고 교과부와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소통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지방대학 문제 해결의 주체는 지방대학이어야 하지 않은가?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