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가 직면한 위기.
우리의 현실
전체 입학 정원의 50%를 차지하는 수도권 대학을 먼저 채우고 부산대학교를 나중에 채운다면 부산대학교에는 상위 51%의 학생부터 입학하게 된다. 학령인구가 30% 줄어도 수도권 대학이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면 상위 72%부터 입학하게 된다. 이에 더해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되면 그나마 부산대학교에 진학하려던 몇몇 상위권 학생들조차도 수도권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부산대학교의 경우 정원을 못 채울 걱정은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신입생의 수준 저하는 피할 수 없다. 졸업을 앞두고 서너 곳에 입사가 내정되어 기뻐하던 시절은 이미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이다. 기업에서 찾지 않는 대학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나 이 위기 자체보다 이 위기를 우리의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
부산대학교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면 훨씬 나은 교육과 연구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이는 부산대학교의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부산대학교의 교육과 연구 환경이 더 좋아진다고 수도권으로 몰려가던 학생들이 발걸음을 돌릴 것인가”에는 의문이 생긴다. 교육과 연구 환경이 어떤가를 잘 따져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수도권 집중의 시류와 이에 편승한 수도권대학에 대한 맹신에 파묻혀 맥을 못 추는 것이 우리 문제의 핵심이다.
1. 무상교육 (학점 3.0 이상)
2. 실험·실습 교육 정상화 및 기초학문 육성
먼저 직전 학기 3.0 이상의 학생에 대한 무상교육을 제안한다. 물론 무상교육이 실현된다고 해도 당장 부산대학교가 수도권 명문대학에 버금가는 대학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대학교의 끝 없는 추락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혹 이것이 안 된다 해도 최소한 국립대학에서만큼은 경제적 부담 없이 배울 수 있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이다.
다음은 실험·실습 교육 정상화 및 기초학문 육성을 제안한다. 교수가 개인적으로 연구비를 수주해 오지 않으면 실험·실습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기형적 교육 구조는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런 구조를 방치하고선 4차산업혁명을 논할 수 없다. 또 사립대학이 현재의 먹거리에 충실한 은 어쩔 수 없으나 최소한 국립대학에서만큼은 미래 먹거리의 근간이 되는 기초 학문을 육성해야 한다.
국립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법안
부산대학교에만 특혜를 받아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지금까지는 선거철마다 다짐만 무성했을 뿐 그런 특혜는 없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조금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세상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 기대만큼이나 부산대학교만 명분 없는 특혜를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최근 많이 회자 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참 신선하게 들리는 매력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때만 되면 언급되어 온 거점국립대학 육성책과 내용이 거의 흡사하다. 만약 거점국립대학에만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면 나머지 국립대학이나 사립대학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일수록 무수한 논쟁만 야기시키고 종국에는 쟁점 사항을 모두 뺀 허울뿐인 안이 되거나 “아무것도 하지 말자”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전체 국립대학을 아우르는 국립대학 법의 제정은 훨씬 더 포괄적인 대안이 된다.
국립대학 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재정지원의 구체화이다. 국립대학 법이 허울뿐인 법안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는 실효성 있는 법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방국립대학 무상교육 (학점 3.0 이상)과 실험·실습 교육 정상화 및 기초학문 육성을 포함한 재정지원의 구체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시기의 조율
지난달에 교육부 차관은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 언급하였다. 국립대학 법 제정은 사립대학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등록금은 인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불가피하다면 이 정책은 국립대학 법의 제정과 같이 그 시행 시기가 조율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사이에 첨예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최소화시켜 법 제정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나가며
배우고 싶은 학생은 최소한 국립대학에서만이라도 경제적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지방에도 우수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어야 국가의 균형발전이 가능해진다.
국립대학 법의 제정에는 국립대학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국립대학법이 또 다른 허울뿐인 법안이 되지 않도록 대학 본부는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담은 목소리의 적극적인 개진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새 정부 초기에는 많은 것들의 방향이 결정된다. 부디 이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