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구조혁신에 대한 제언 (1~3)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글로컬 사업의 의미와 문제점은 다음 기회로 하고, 글로컬 사업이 요구하는 ⓵구조혁신을 위한 기본원칙은 무엇이고 ⓶이 원칙에 따라 부산대학교는 어떤 구조혁신을 해야 하고 ⓷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추진 전략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학 구조혁신의 기본 원칙

부산대학교의 구조혁신을 논하기에 앞서 구조혁신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비교과 과정의 활성화

“진정으로 창의적인 것은 가르칠 수 없다.” (김영정, 서울대 철학과) 창의 그 자체는 강의를 통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敎), 소규모의 토론, 실험·실습, 팀 프로젝트 등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통하여 능력을 키워주는 것(育)입니다. 그러나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고려하면 소규모의 양방향 소통 교육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강력한 보조수단이 비교과 과정의 활성화입니다.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어우러짐 속에서 공통된 관심사를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배우고 커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캠퍼스에 상주하는 학생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② 다양한 교육과정에의 접근성

현실적인 한계는 있으나 누구라도 자신이 듣고 싶은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부전공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교육기관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③ 학생정원 조정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학생정원 조정이 행해졌고 앞으로도 어떤 이유로든 계속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각 단과대학의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비율대로 줄여가는 정원 조정 방식을 택하면 조정을 몇 차례만 거쳐도 20명 안팎의 소규모 학과는 학문 단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학문 단위별 최소 학생정원은 학칙으로 정하여 보장하고, 이를 상회하는 여분의 학생 수를 대상으로 필요한 정원 조정을 해나가는 방식이 타당합니다.


[2] 부산대학교의 구조혁신

상기의 원칙을 기준으로 부산대학교의 여건을 고려한 구체적인 구조혁신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① 밀양캠퍼스

밀양캠퍼스 생명자원과학대학의 경우 현재 입학생의 23.6%가 자퇴를 하고 있습니다. (부대신문, 1628호) 밀양캠퍼스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 교양과목, 부전공 등을 접하기 힘든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기피하는 캠퍼스의 문제점을 오랜 기간 그대로 방치한 것은 교육기관의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밀양캠퍼스처럼 외진 곳에 오랜 기간 머물고 싶어 하는 청년층이 많지 않음을 고려하면, 밀양캠퍼스는 장기간 상주를 요하는 정규학부 교육 과정이 아니라 어학연수, 취업사관학교, 계절학기 등의 단기 교육 과정과 밀양과 같은 지역 특성을 요하는 치유센터, 주말농장, 연수원 등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학생 교육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타협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② 양산캠퍼스

양산캠퍼스의 경우도 현재의 학부 학생 수만으로는 특정 전공 이외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따라서 학부 교육은 하나의 캠퍼스로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양산캠퍼스의 교육·연구·실습 등 모든 인프라를 장전캠퍼스로 옮길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양산캠퍼스를 생명과학 중심으로 특화해 장전 캠퍼스와 더불어 이원화된 정규학부 교육 캠퍼스로 활성화해야 많은 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더하여 부족한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연구교수 제도의 확대 개편과, 생명과학 관련 연구기관의 유치 및 치유센터의 건립 등 교육과 연구의 선순환구조 형성을 위한 다각도의 전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③ 교육대학교

교육대학교와의 통합논의의 결과는 알 수 없으나, 통합을 전제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현재 논의 되는 사범대학 이전을 통한 교원 양성기관의 집적은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관점을 고려해 보면 교원 양성 특성화라기보다는 다양한 교육활동으로부터의 격리에 가깝습니다.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적인 교원양성을 위해선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의 학생도 다양한 교육활동 속 어우러짐에 많이 노출되어야 합니다.


 모든 교육행정에는 학생이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교육대학교의 356명의 입학정원과 부산대학교의 10%에도 못 미치는 캠퍼스 면적(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등 향후 확장성을 고려하면 다양한 교육 활동과 어우러짐이 필요한 학부 교육 과정 대신, 특정 전공 교육에 집중하는 전문대학원 중심의 교육과정 및 연구소, 센터의 유치 등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ㆍ연구 캠퍼스로 특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이 문제는 통합이 가시화되면 교육대학교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부산대학교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학부생 교육을 여러 캠퍼스로 분산시켜 부실 교육을 초래하기 보다는 장전과 양산 두 캠퍼스로 집적하여 내실 있는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함이 바람직합니다.


④ IT대학

IT대학의 설립 논의가 시작될 무렵 한 달 내로 대학평의원회와 교무회의를 거쳐 설립하겠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지금까지 아무런 논의가 없습니다. IT대학 설립에 관해 정보의생명공학대학과 공과대학을 비롯한 학내 관련 학과 모두와의 충분한 논의가 우선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⑤ 기타

이외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도출되는 기타 혁신안 모두 부산대학교의 미래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되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언급한 내용은 하나의 제안으로 학내 구성원 모두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더 좋은 안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 부산대학교 구조혁신의 추진 동력

부산대학교의 구조혁신을 위한 다음과 같은 총 4년에 걸친 추진체계를 제안합니다.


부산대학교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구조혁신이 거의 없었던 이유를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래에 인터넷 검색창에서 “국립대학”을 치면 나무위키가 보여주는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국립대의 경우 어디에 소재하든, 어느 학과이든 간에 정원이 미달되는 일은 없고 총장에게 저항한다고 하여도 교수직을 잃을 일도 없고 총장의 임기도 제한되어 있는 터라 학과 구조조정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구조혁신에 반대하는 순서는 보통 ⓵ 먼저 교수가 반대하고 ⓶ 그다음은 관련 학생 ⓷ 그다음은 관련 동문회 ⓸ 그다음은 지역 언론 ⓹ 그다음은 지역 정치인이 나섭니다. 여기에 이르면 시작할 때의 좋은 명분과는 상관없이 동력을 잃고 대부분 계획이 철회됩니다. 어떤 정책에도 찬반은 있기 마련인데, 반대의 목소리가 다수라면 애초의 계획은 철회되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총투표라는 지극히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모두의 힘으로 변화의 동력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혁신의 성공 여부는 그 동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헌법 개정을 국민총투표로 결정하는 것과 같이, 부산대학교의 미래를 결정짓중대 사안 또한 구성원 모두가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나가며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 증액을 포함하면 9조 원에 달하는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비에 비하면 6,000억 원 규모의 글로컬 사업비는 지방대학 균형발전을 위해 충분한 예산이 아니며 사업 운영방식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으나, 비수도권 대학을 위한 배타적 예산의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조금 더 자세히 논하겠습니다)


우선 이 사업 준비를 위해 애쓴 대학 본부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공들여 마련한 초안을 몇몇 보직자의 결정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와 공유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구성원 다수의 의지를 담아내는 대학다운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사업이 아무리 급하게 돌아가도 이를 이유로 무르익지 않은 결론을 억지로 담기보다는 무르익지 않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