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겨야 하나 (1~3)

 

최근 넉넉한터를 둘러싸고 두 가지 이슈가 제기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넉넉한터, 농구장, 보도블록 광장 전체를 ‘시월광장’으로 바꾸기 위한 의견수렴입니다. 이유는 “부마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공간 명칭을 알기 쉽게 구분하여 학내 구성원 및 지역주민에 대한 개방 공간으로써의 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물론 부마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10·16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하기를 염원하기에는 10·16 기념관이나, 10·16을 부산대학교 기념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넉넉한터”라는 이름은 단순히 운동장을 지칭하는 단어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두 명의 기억이라면 이는 개인적인 추억에 머물지만, 부산대학교를 거쳐 간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기억이라면 이는 부산대학교 고유의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되는 것이 아닌지요.


개인적으로 부산대학교에서 사라져 아쉬웠던 시설물은 시계탑입니다. 이 시계탑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려 본 경험은 부산대학교 동문 여부와 상관없이 부산대학교를 거쳐 간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기억으로 시계탑이 없어짐과 더불어 점차 잊혀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대학교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대학입니다. 그렇다고 부산대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스스로 부정하면, 해외 명문대학과 같은 500년의 역사와 전통은 누구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역사는 단순히 예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유형의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담고 있는 무형의 언어 속에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산대학교의 역사를 지우고 그 위에 부마 민주항쟁의 역사를 씌우는 것이 아니라 부산대학과 함께 한 모든 역사와 전통이 공존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희망합니다.


두 번째는 9월 19일부터 넉넉한터를 개방하면서 고지한 “캠퍼스 녹지공간(넉넉한터)을 유지 관리될 수 있도록......잔디 훼손 위험이 있는 스포츠 활동(축구 등) 불가” 안내입니다. 왜 운동장이 녹지공간으로 분류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녹지공간을 잘 가꾸는 일도 중요하고, 운동장에 잔디를 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사토 운동장이건 잔디 운동장이건 상관없이 학생 활동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만약 학생 활동과 아름다운 캠퍼스 가꾸기가 충돌하면 학생 활동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것이 올바른 대학 행정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의 설립 목적을 생각해 보면 학생 활동이 더 중요하고 아름다운 캠퍼스 가꾸기는 보조적인 것이어야 마땅합니다.


넉넉한터를 두고 최근에 일어난 두 가지 일은 작다고 하면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이 일을 통해 교육기관의 정체성 그리고 부마 민주항쟁의 역사와 우리 대학 역사와 전통의 공존에 대해서 모두 함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