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사업 ... (1~4)
글로컬 사업 예비선정을 축하하며, 대학본부 관계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글로컬 사업에서 부족한 점을 ①현재의 대학재정지원 불균형은 왜 생겨났는가? ②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교육 혁신은 무엇인가? ③앞으로 글로컬 사업비의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가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글로컬 사업 자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일반지원) 불균형은 왜 생겨났는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1 대학재정지원 수혜실적은 수도권 대학 3조 9천억 원, 비수도권 3조 8억 원으로(특수목적대학 제외)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를 학생 수로(입학정원 기준) 나누어 보면 수도권이 학생 1인당 837만 원인데 비해 비수도권은 476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와 같은 대학재정지원의 불균형이 생기는 이유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되는 교육비 예산은 늘리지 않고 (OECD 38개국 중 최하위 32위, 대학신문 2022) 무한경쟁방식의 연구비만 늘려 (GDP 대비 연구개발비 세계 2위, 사이언스타임즈 2022) 배분한 결과입니다. 우수기업과 우수학생의 수도권 쏠림에서 비롯되는 기본역량의 차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한경쟁 방식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점점 더 크게 만듭니다.
무한경쟁 일변도의 연구비 배분은 교수 개개인이 연구비를 수주해 오지 않으면 정상적인 학부 교육은 물론 대학원생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연구조차 할 수 없는 승자독식의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최종 피해자가 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교육과 연구 환경 구축을 위한 재정은 무엇보다 우선해서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학 연구비의 대부분은 연구 과정을 통한 대학원생 교육과 연구 성과의 공개를 통한 인류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지원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인류사회에 대한 공헌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우리나라 교육의 정상화와 지방대학의 위기 극복이 더 큰 문제입니다.
■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교육혁신은 무엇인가?
교육혁신에는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내용에 국한해서 논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OECD 국가 중 하위수준입니다. 이 비율을 개선하는 방법은 교수 수를 늘리거나 학생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연스레 학생 수가 줄어드니, 이 시기가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됩니다.
지금까지 시작도 할 수 없었던 소규모의 양방향 소통을 통한 키움(창의)교육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적정 수준이 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가르침(敎)과 키움(育)이 조화로운 교육(敎育)을 통해 더 우수한 창의적 인재 양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해외 명문대학에서 1,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면 강의와 함께 교수와 학부 학생이 1:1로 함께 고민하는 교육을 병행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부패사학은 청산되어야 하지만, 지방의 30개 대학만 육성하고 줄어드는 학생 수만큼 나머지 지방대학의 폐교를 기다리며, 현재의 열악한 교수 대 학생 비율을 그대로 유지해 가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닙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라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그 지방 소재의 대학이 있어야 함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모두 줄여 교수 대 학생 비율을 개선하고, 줄어든 학생 수만큼의 재정지원을 확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모든 대학에서 창의교육이 가능한 교육혁신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 앞으로 글로컬 사업비의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가?
지방대학 위기는 지방대학의 절대적인 교육과 연구 역량의 부족에서 시작된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 빚어낸 수도권 대학의 상대적 우위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대학 재정지원은 내년에 늘어나는 고등교육 예산을 합치면 약 9조 3천억 원이고, 서울대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은 연간 약 6,000억 원, 연세대학교는 연간 4,000억 원 정도입니다. 이에 비해 지방의 30개 대학에 지원하는 글로컬 사업의 연간 총사업비 6,000억 원은 지방대학을 위한 배타적 예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수도권 대학에 대한 상대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규모의 예산이 아닙니다.
지방대학 균형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현재의 불균형한 예산구조를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대학 재정지원 예산을 학생 수 기준으로 균등하게만 배분해도 현재의 50 : 50(수도권:비수도권)이 아니라 36 : 63이 됩니다. 여기에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기 위한 예산을 추가하면 최소 30 : 70 이상으로 비수도권 예산이 현재보다 최소 4조 원 이상은 증액되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지방대학 위기 극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예산의 증액은 정부를 비롯한 국회와 수도권, 비수도권 대학 모두와 관계된 사안으로, 단순히 정부 정책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에 더하여, 한정된 자원으로 한쪽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다른 쪽 예산이 감액되는 배타적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예산의 부족을 고려하면 수도권 예산을 줄여서 비수도권을 지원하는 방식 대신, 수도권 예산과는 별도로 비수도권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지방대학 위기 극복 특별예산)
나가며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재정지원을 더 받아오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은 중요하며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방대학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앞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변화의 동력이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비수도권 대학 총장과 여·야 구분 없는 비수도권 국회의원 모두의 중지를 하나로 모아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과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지방대학의 위기 극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