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는 대학의 자율을 수호하고 대학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투쟁에 나서는 정의로운 조직으로 남아 있고, 대학 본부는 교육부, 기재부, 국회, 부산시, 대기업, 중소기업을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다니며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는 그런 조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 바르게 살라고 당당하게 가르침에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으면 좋겠고, 충분한 장학금을 확보하여 우리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산대학의 모든 학과에서 학부 학생들을 몇 개의 팀으로 나누어 창의연구 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볼 수 있는 팀 프로젝트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강의실 밖으로 한 발짝만 나서도 경비가 든다.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팀 프로젝트 비용을 지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의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느라 지쳐가는 시간강사 상당수를 연구교수로 전환하여, 연구할 시간이 없는 시간강사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여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 후속 세대양성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교수들이 부산대학교 교수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늦기 전에 노벨상 프로젝트가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대다수의 프로젝터가 단기성이라 하나를 끝내면 연구비를 받기 쉬운 새로운 전공으로 갈아타기 십상이다. 부산대학 교수에게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연구비에 구애받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본연구비가 지원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대학의 정신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대학에 있어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나 예산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를 가르치기 위해 대학의 정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예산이 필요함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대학의 자율성 회복을 위한 투쟁은 교수님들의 총의를 모아 교수회가 주도한다. 대학 본부라는 행정조직이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정책이 바뀌면 대학본부의 정책은 따라서 바뀐다. 그러나 대학 본부가 바뀐다고 교육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상관없는 대학 본부의 독자적 행정행위에 대한 저항이라면 대학본부와 맞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한이 교육부에 있는 사안을 두고 대학 본부와 투쟁하는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나. 교육부를 상대해야 할 일임에도 대학본부와 투쟁해서 대학 본부가 공식적으로 교육부의 정책에 저항하게 만들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교육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금 더 강력한 수단의 확보 그 이상의 실질적인 목적으로서의 의미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용재 교수님께서 잘 정리해 주신 향후 일정은 “언론 투고, 미디어대응, 전국교수대회 참가, 매일 저녁의 아고라 참여, 성금 참여, 비대위 집행위원 참여, 교수회 임원 참여, 국감 대비 교육부 정책분석 및 질문 개발, 전국 차원의 거국련, 국교련, 민교협, 사교협, 사회단체 등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 학내 자유토론 및 공청회 참여, 분향소 찾아가기, 학생들과의 대화, 학과 및 조교 네트워크 가동 등”이다. 이 중 어떤 내용이 대학 본부의 공식적인 저항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인가.


대학본부의 공식적인 저항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의 동력은 대학 본부의 동참 여부가 아니라, 법률로 보장된 정당한 권리행사에 대한 교육부의 부당한 압박에 대한 교수님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정의감이 아닌가. 이번 투쟁은 정의로움에 기반한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투쟁인 것 같다. 故 고현철 교수님의 고귀한 희생은 전국의 교수님과 학생들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정의감을 끄집어내는 데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본 부와와 교수회 사이의 건전한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깨지는 것은 견제할 대상이 없어진 쪽이나 견제할 능력을 상실한 쪽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종국엔 양쪽 모두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교수회는 모두를 위해 대학 본부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나는 부산대학이 좋다.


나는 부산대학이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뤄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는 그런 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부산대학이 캠퍼스 여기저기서 대학의 정신이 당당하게 외쳐지고, 예산확보를 위한 분주한 발걸음에 활기찬 그런 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김한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