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진공 청소기, 진공 포장, 진공 상태 등 과학적인 용어 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공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공의 개념은 압력과 많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동시에 진공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단위가 여러가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본격적으로 진공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압력과 진공의 상관 관계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본 다음, 진공을 표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단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진공이란 무엇인가?
진공이란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 혹은, '대기압’보다 휠씬 낮은 상태에 있는 ‘압력’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기가 없다"라는 이미지도 존재하지만, 압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대기압’과 ‘압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 대기압이란 무엇인가?
지구 대기 전체의 무게가 지표면에 가하는 압력을 의미합니다. 즉, 공기의 무게가 우리한테 주는 힘이 대기압입니다. (대기의 압력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 압력이란 무엇인가?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단위 면적당 기체 분자가 누르는 힘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 주위의 대기는 기체 분자들이 우리 몸을 계속 누르고 있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 진공과 압력의 관계란?
진공은 압력이 줄어든 상태를 의미합니다. 만약 밀폐된 공간에서 기체를 빼내면 우리를 누르는 분자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압력이 작아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서, 진공 상태는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으로 채워진 공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대기압은 아무것도 빼지 않은 꽉 찬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되셨을까요? 진공의 뜻 중 하나였던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 개념은 특정 공간에 있는 분자들을 뺀 상태이기 때문에, '대기압’보다 휠씬 낮은 상태에 있는 ‘압력’의 개념은 분자들을 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뜻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진공의 반대말도 있을까?
찾아본 결과,,, 명확한 명칭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공은 물질이 없는 빈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모든 상태가 진공의 반대 상황이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단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공과 압력을 나타내는 단위는 여러가지가 존재합니다. 각 단위는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각자 성립된 계기나 시대가 다릅니다. 이를 시대순으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atm (에이티엠)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Atmosphere의 약자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표준 대기압을 나타냅니다. 수학자인 토리첼리가 수은을 이용한 실험으로 발견을 하고, 파스칼의 실험으로 완성이 된 단위입니다.
atm은 지구의 중력, 온도, 단면이 기준점에 맞는 상태에서 완전 진공 상태에 있는 수은주를 76cm 올릴 수 있는 압력을 나타냅니다. 즉, 지구의 표준 대기압은 수은 76cm를 들 수 있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2. mmHg/cmHg (17~18세기) (밀리미터수은주, 센티미터수은주)
앞서 언급한 실험에서 파생된 단위입니다. 토리첼리가 대기압은 수은(Hg) 760mm(76cm)의 압력과 같다고 발견하면서 1 기압(atm)을 760 mmHg로 정리하였습니다. 직설적으로 이해하자면, 1 기압은 760mm의 Hg(수은)을 들어 올린다는 말입니다. 76 cmHg도 같은 개념이며, 760mm를 센티미터로 바꾼 단위입니다.
● 수은을 이용해야지만 mmHg를 쓸 수 있을까?
No! 수은을 사용하지 않아도 mmHg를 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의학계입니다. 혈압을 재는 데에 mmHg가 쓰이는데, 혈압계에는 수은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3. Pa/µPa/mPa/hPa/kPa (17세기, 1648년) (파스칼, 마이크로파스칼, 메가파스칼, 핵토파스칼, 킬로파스칼)
1Pa는 1 ㎡의 공간에 1 N(뉴턴)이 작용할 때의 압력(N/㎡)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공간에서 힘이 작용할 때 압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단위입니다. 파스칼이라는 과학자가 공기의 압력은 고도와 관련되어 있다고 증명한 실험을 통해 정의되었으며, 1 atm은 101,325 Pa입니다.
Pa는 오늘 나올 단위들 중 유일하게 국제단위계(SI)에서 설정한 압력의 표준 단위입니다. 다른 단위들을 제치고 Pa가 선택된 이유는, 국제 규격의 근간이었던 MKS 단위와 N(뉴턴) 을 이용하여 계산을 하였고, 다른 단위와는 다르게 실험 장치에 의존하는 파생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SI로 설정되었다고 합니다다.
µPa/mPa/hPa/kPa 모두 파스칼을 기본 단위로 한 개념이며 압력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범용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µPa은 1Pa의 1/1,000,000을 나타낸다. 초고진공과 같이 미세한 압력 단위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mPa은 1Pa의 1/1000을 나타낸다. 진공 환경 속 낮은 압력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hPa은 1Pa의 100배를 나타낸다. 기상 예보에서 대기압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kPa은 1Pa의 1000배를 나타낸다. 대기압과 같은 높은 압력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 뉴턴(N)이란?
뉴턴은 아이작 뉴턴에서 따왔으며, 국제 표준(SI)이 되는 힘의 단위입니다. 일정 면적 당 적용하는 힘의 세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 MKS 단위계란?
미터(meter), 킬로그램(kilogram), 초(second)를 기본 단위로 하는 단위계이며, 국제단위계의 등장 이전에 근간이 되었던 단위들입니다. 실생활이나 과학 분야에서 통일되서 쓰였지만, 현재의 SI는 여기서 더 늘어나 전류, 온도, 광도 등등 다른 단위들을 더 추가된 형태로 쓰이고 있습니다.
4. Torr/mTorr (20세기초) (토르, 밀리토르)
Torr는 mmHg와 마찬가지로 수은주 1mm를 기준을 삼고 있습니다. 수은주(mmHg)와 같은 개념으로, 1atm은 760Torr와 같습니다. 앞서 대기압의 개념을 발견한 토리첼리(Torricelli)의 이름을 따서 20세기 초의 과학자들로 인해 정의되었습니다. Torr는 미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위입니다.
mTorr는 Torr의 1/1000을 나타내는 단위로 좀 더 세부적인 진공 상태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즉, 1Torr = 1000mTorr이다.
5. bar/mbar (1909년) (바, 밀리바)
bar는 노르웨이의 기상학자였던 빌헬름 비에르크네스가 기상학에 이용하기 위해 고안한 단위입니다. Pa은 표준 대기압과 비교했을 때 숫자가 크고 복잡해서 좀 더 쓰기 쉬운 단위로 정의하였다고 합니다. Pa와 정확히 105배가 차이가 나며, 그로 인한 편의성 덕분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1 atm이 1.013 bar인데, 둘 사이의 차이가 작기 때문에 어림잡아서 1atm = 1bar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mbar는 bar의 1/1000을 나타내는 단위다. 고진공 영역을 측정할 때 mbar가 더 유용하게 사용되고, 유럽에서는 압력 측정 기본 단위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6. psi (프사이)
psi(Pound per Square Inch)는 제곱 인치당 파운드 (Pound per Square Inch)를 나타냅니다. 1 in²(제곱 인치)의 공간에 1 lb(파운드)의 힘이 작용할 때의 압력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인치와 파운드를 기준점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 atm은 14.696 psi이고, 1 psi는 6895 Pa에 해당된다고 힙니다. 타이어의 공기압을 나타낼 때 자주 사용됩니다.
N과 파운드의 차이점이 있다!
분명히 인치가 미터보다 더 작을텐데 왜 Psi가 더 나타내는 단위가 높을까를 고민하였다. 알게 된 사실은 1파운드힘(lbf)는 4.44뉴턴(N)과 같다는 것이다. 즉, 더 좁은 공간에 더 강한 힘으로 누르니 Pa보다 더 크게 힘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kgf(지구의 표준 중력 가속도(약 9.80665 m/s²)에서 1kg의 질량을 가진 물체가 받는 압력), mmh20(특정 높이의 물 기둥이 가지는 압력) 등등이 존재합니다.
BONUS: bara/barg, psia/psig에 대하여
조사를 하다보니 bar와 psi에는 “a”와 “g”가 붙은 단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mPa/hPa 혹은 mTorr와 같이 앞에 붙지 않고, 범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요?
“a” 같은 경우에는 “absolute”의 약자였습니다. 완전하다, 즉, 완전 진공 상태(0Pa), 절대압을 의미하는 것이죠. 완전 진공 상태인 1atm을 포함한 압력인 것입니다.
“g” 같은 경우에는 “gauge”의 약자였습니다. 표준 치수, 게이지압이라는 뜻이며, 여기서 표준 치수는 대기압, 즉, 1 atm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래서 g가 단위계에 붙게 되면 대기압이 0일때를 기준으로 한 압력인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g가 붙으면 대기압을 넣지 않은 상태의 압력을 표현한 것이고, a가 붙으면 대기압을 포함한 상태의 압력을 표현한 것입니다.
예: 2 barg는 대기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와 똑같은 값은 3.013 bara라는 뜻이다. (예: 어떤 탱크 압력이 2 barg라면, 절대압은 2 bar + 1.013 bar ≈ 3.013 bara라는 뜻)
bar와 psi는 산업에 많이 사용되고, 산업용 기계/배관 시스템에서는 게이지(g)를 통한 측정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려고 a와 g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Pa나 Torr 같은 경우에는 항상 절대압(a)을 포함한 수치로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단위들이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면 단위들이 수없이 존재하는데, 왜 통합하지 못했을까요? 모든 기호들의 기준과 상징하는 바가 다르고 뒤죽박죽입니다. 어떤 기호는 105 차이가 나기도 하고 어떤 기호는 760mm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이 기호들을 통합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역사적인 배경, 목적성, 측정 방법이 모두 달랐기 때문입니다.
가장 처음 발견된 mmHg만 하더라도 수은을 기준으로 한 압력 단위였습니다. 당시에 실험에 필요한 밀도를 만족하는 액체가 수은밖에 없어서 수은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각 시대별로 한계점이나 이유가 있기에 각 시대별로 정의한 단위가 다른 것입니다.
또한, 목적에 따라 달랐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기압을 계산하기 위해서 만들기도 했고, 날씨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각 기계마다 표준이 다르고 장비들끼리 호환성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통합이 안되더라도 각자에 알맞는 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문영역에서는 Pa를 사용하고, 진공 장비에서는 Torr를 사용하고, 펌프나 기계를 이용할 때는 psi를 사용하듯이, 모든 단위계의 쓰임새와 목적이 다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형태에서 사용되는 만큼 이를 삼는 기준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떨 때는 세세한 압력을 계산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압력이 압도적으로 큰 것을 계산해야 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재느냐에 따라서 범위가 차이가 나기에 통합하기 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쓰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오늘은 압력과 진공 상태를 배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살짝 변형을 주어서, 유체가 흐르는 현상인 컨덕턴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압력 단위를 변환할 수 있는 엑셀 스프레드 시트와 함께 네이버 단위 환산기를 공유하며 이번 글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