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 위의 푸른 꿈, 광주 푸른길 공원 (2002~2014)

Dream on the Abandoned Railway: Gwangju Pureungil Park

산업화와 고도의 경제성장 시절, 철도는 물자와 사람을 안정적으로 운송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었으며, 지금도 국가 교통망의 매우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이동수단이 개발되고 그에 따라 도로 수송이 증가하면서 오래된 철길이 오히려 도시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1930년 신설되어 광주광역시의 도심을 통과하던 전라선 도심 구간은 교통체증과 교통사고를 유발함은 물론, 도시의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단절하여 건전한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해당 구간이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남은 폐선 구간은 광주 시민들에 의해 광주 푸른길로 재탄생하였다. 전라남도청이 떠난 광주의 구도심 활성화와 도심 녹지통로 및 자전거/보행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 광주 푸른길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1. 푸른길의 탄생 배경

20세기 초 광주는 인구 만 명이 안 되는 소규모 도시였다. 광주는 지금의 136만 인구의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여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산업화와 함께 급격한 물리적 팽창과 성장통을 겪었다. 이러한 와중에, 1930년 신설되어 광주광역시의 도심을 통과하던 전라선 도심 구간은 교통체증과 사고를 유발함은 물론, 도시의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단절하여 건전한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도시가 성장하고 자동차가 도시 교통수단의 주를 이루게 되면서 해당 노선은 그 기능이 주는 혜택보다는 존재가 주는 불편함이 더 커진 상황이었다.

경전선 철로로 인해 주민들은 소음·진동·매연에 시달려야 했고, 철길 건널목 등으로 교통체증도 겪어야 했으며 열차사고도 빈번했다. 또한 폐선 이전 철도 주변은 1950, 60년대 농촌지역으로부터 인구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저층주택이 늘어나고 1960년대 말부터 구획정리사업에 의해 철도 내외부의 급격한 시가화가 진행된 지역이다.

철도이설에 대한 요구는 1974년부터 시작되었다. 남평에서 호남선 노안으로 직결하는 철도를 신설하며 경전선 남평 ~ 효천간(6km)은 무연탄 단지인 입선으로 존치활용하고 효천 ~ 광주역 ~ 송정리간 철도(23km)를 철거할 것을 철도청에 요구한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후 도심철도의 폐선이 사회적으로 최초 거론된 것은 1988년 6월부터 시작된 “도심철도이설추진위원회”의 결성과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에 의해 교차로의 교통 혼잡, 인명 및 차량사고, 재산권 피해 등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광주푸른길공원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경전선 광주 구간이 폐선된 이후, 폐철도 부지에 조성된 도시공원이다. 그러나 이 도시공원인 푸른길공원은 어느날 하루아침에 결정되고 조성된 것이 아닌, 시민들의 경전선 도시철도구간의 이설요구, 폐선부지의 푸른길 조성 요구 등 끊임없이 시민들이 참여하고, 뜻으로 모으면서 만들어진 모두의 공간이다."

1995년 철도이설공사가 착공된 이후 광주시는 폐선 부지를 당초 일부 구간을 매각하여 신설철도건설비용으로 충당하려는 방침을 바꿔 여론에 따라 공공목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후 광주시의 순환전철 등 지하철 1호선 이후 대안노선으로 활용하는 경전철 방안과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소규모 공원, 주차장 등 활용 방안이 갈등을 빚기 시작하였다. 1998년 2월 폐선부지 주변 주민 300여명이 광주시의회에 “폐선부지를 녹지조성, 공원, 자전거도로 설치”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였으며, 같은 해 광주환경운동연합은 폐선부지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후 민간단체와 지역주민이 ‘경전철반대, 푸른길 조성’을 주제로 한 도심철도 이설부지 푸른길가꾸기 시민회의 창립(1999.6.5.), 폐선부지 경전철 도입반대 주민결의대회,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었다.

3년여 간의 갈등과 논란 속에 지역 전문가, 민간단체, 주민이 함께 푸른길을 염원하며 공동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결과 마침내 광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폐선부지의 공원화를 결정하였다.

2. 푸른길 사업 추진 과정

1995년 철도 이설공사가 시작되고, 1998년 해당 구간의 폐선이 결정됨에 따라 폐선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요구가 제기되었다. 이에 광주광역시는 당초 폐선 노선의 일부 구간을 매각하여 신설 철도의 건설비용으로 충당하려던 방침을 바꿔 여론에 따라 공공목적으로만 활용키로 결정하였다.

경전철 건설, 주차장, 택지개발, 녹지 조성 등 다양한 대안 중에서 광주 시민들 대다수는 자연환경 복원을 통한 상징적 녹지공간을 조성하여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마침네, 2002년 5월, 폐선부지가 도시계획시설 중 근린공원으로 결정(남구 동성중-효천역 구간을 제외한 7.9km)되고, 2002년 6월 ‘푸른길공원’ 조성계획이 수립되었다.

푸른길공원의 조성의 시작 민간의 참여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푸른길공원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광주의 모 건설사에서는 기탁의사를 밝혀, 2003년 조선대 앞 구간(L=535m)기탁구간으로 설정, 폐선부지가 푸른길공원으로 바뀌는 첫 구간이 되었다. 이후 매년 남구 대남로, 백운광장~동성중, 동구구간, 남광주 폐선부지가 10여년에 걸쳐 조성되어 왔다.

푸른길 공원 사업개요 & 현황

사업구간: 광주역~요남광주역~동성중 8.08km (폭 8~29m)

면적: 120,227 (동구 58,205㎡ , 남구 62,021㎡ )

사업기간: 2002. 10. ~ 2014. 02.

사업비: 282억원 (국비 62, 지방비 207, 기타 13)

사업내용

  • 녹지공간(77,697㎡ ), 광장(12,034㎡ ) 조성

  • 수목식재: 느티나무 등 46종 314천 주

  • 시설물: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 공원시설 45종


  • 도심철도 폐선 요10.8㎞(광주역-남광주역-동성중-효천역) 고시 : 2000. 8. 10

  • 폐선부지 활용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발주 : 2000. 12. 20

  • 폐선부지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결성 : 2002. 3. 27

  • 도시관리계획시설(공원) 지정고시(광고 43호) : 2002. 5. 7

  • 도시근린공원 조성계획 수립결정고시(광고 74호) : 2002. 6. 26

  • 푸른길공원 조성공사 착공 : 2002. 10. 14

  • 조대정문~남광주4거리 535m(민간위탁구간) 완공 : 2004. 6. 9

  • 광주천변~백운광장(1,760m) 완공 : 2005. 7. 19

  • 백운광장~동성중간(2,400m) 완공 : 2008. 2. 28

  • 광주역~조대정문간(2,880m) 완공 : 2010. 1. 18

  • 도시관리계획(푸른길공원 잔여구간) 결정(변경)(광고 80호) : 2012. 6. 1

  • 옛남광주역사인근(325m) 완공 : 2013. 2. 8

  • 동명동 농장다리 일원(A=1,900㎡) 완공 : 2014. 1. 21

  • 동성중~청송빌딩간(175m, A=2,192㎡) 완공 : 2014. 2. 13

시민들은 푸른길공원이 조성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내 나무 한그루를 푸른길공원에 심는 ‘푸른길100만그루헌수운동’에 동참하여 푸른길공원 곳곳에 시민의 이름으로 나무가 자라고 있고, 시민의 나무들이 어울려 숲이 되고 있다. 또한 시민참여는 나무 뿐만이 아니라 벤치기증, 기념정원 조성, 기업과 단체의 숲 등 다양한 참여의 형태가 푸른길공원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게 오늘날의 “푸른길 공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광주광역시 3개구 13개 동을 통과하며 도심부를 감싸 도는 푸른길 공원은 폭이 좁고 긴 형태적 특성에 의해 자전거 도로, 보행자 전용도로, 녹지 공간 등의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10년의 조성으로 푸른길공원의 조성이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2013년 푸른길공원은 동명동일대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자투리 공간을 푸른길공원으로 만들 푸른길공원의 폭을 넓혔으며, 동성중에서 광주대학교까지의 170여m의 폐선부지를 푸른길공원으로 편입, 연장하였다. 또한 광주대학교에서 효천역까지의 폐선부지도 푸른길로 연결하여, 푸른길공원의 길이가 확장되고 푸른길과 연결되는 새로운 제2, 제 3의 푸른길 만들어질 예정이다.

"시민에게 되돌아온 땅,

폐선부지 푸른길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활력의 공간이자 사람과 자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생명의 공간이다."

3. 푸른길 공원의 가치

도심철도 폐선부지가 공원으로 결정되고 조성이 이루어진 후 10년 여 기간 동안 푸른길은 새로운 도심보행의 축, 도시재생의 축, 문화의 축으로 광주광역시를 변화시키고 활성화시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푸른길 조성 과정에서의 시민의 관심과 헌수활동 등은 그린거버넌스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고, 구도심의 재생과 활성화를 추구하는 여러 사업을 끌어내었다.

2012년 푸른길공원 전 구간 완성을 계기로 푸른길은 시민 참여로 조성된 공간을 넘어 시민 주체로 관리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 되어 공원의 생태와 문화적 컨텐츠를 고민하고, 도시민의 삶을 생태문화적으로 풍부하게 발전시킴으로써 광주 푸른길은 시민참여 실천의 거점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좋은 거버넌스의 유산

2014년 지방정부연구에 실린 “갈등관리 관점에서 본 굿 거버넌스: 광주 푸른길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 자료를 보면, 광주 푸른길 사업의 진행과정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재정적 독립을 통한 자율성을 갖춘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성을 보여주었다고 전하고 있다. 푸른길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점차 다양한 NGO 단체를 포괄하였고, 시민사회와 연대를 도모하였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이 푸른길 개념과 가치를 연구하여 정립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그 성과를 널리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광주 푸른길은 이처럼 다양한 행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보장되고, 협의·조정·중재를 통해 갈등이 관리되는 메커니즘이 확보된 좋은 거버넌스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공원 면적 대비 효과

면적으로만 보자면 푸른길 공원의 전체 면적은 도시지역권 근린공원 한 개 정도와 비슷하지만, 좁고 긴 형태적 특성을 갖는 선형공원 특징으로 인해 외부와 접하는 면의 총 연장길이는 약 16km로 광역권 근린공원의 4배에 달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푸른길 공원의 면적에 비해 주변 지역과의 물리적 사회적 연계성은 타 근린공원에 비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즉, 도시의 같은 면적을 사용하더라도 선형의 연계성 있는 푸른길 공원은 도시 공간과의 접촉면적을 높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녹지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공원 자체가 생태 통로의 역할을 하여 비동력 이동수단의 훌륭한 이동로가 되기도 한다.

도심 재생 효과

광주광역시는 109년 동안 자리했던 전남도청이 2005년 무안군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도심 지역에 대한 쇠퇴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심 경계부에 조성된 푸른길 공원은 기존 폐철도 부지를 따라 집중되어 있던 노후주택시설들에 대한 재정비 가능성을 확보하였고, 도심의 역사성과 정체성 제고의 차원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광주지하철 2호선을 통해 푸른길 주변의 새로운 교통 인프라도 계획되면서 푸른길 공원을 훼손하지 않는 조화로운 시너지가 기대되기도 한다. 편리한 도심 교통과 잘 연결된 녹지는 해당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해당 지역의 공공 혹은 민간의 투자를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 푸른길의 오늘 (2020.01.16, Yutube ©나를 위한 여유)

Special Thanks to...

본 사례연구는 사단법인 푸른길과 광주광역시에서 제공한 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