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여성노동자 노동안전 실태조사 및 캠페인
언론 스크랩 및 주요 활동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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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매일 버리는 쓰레기 약 1kg, 연간 1만 9,738만 톤에 달합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수집/운반→ 선별 → 재활용 →소각→매립의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데
이 중 86.9%가 재활용 선별장으로 보내집니다.
그러나 생활 폐기물이 거리에서 수집된 이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자원순환이라고 불리는, 폐기물 처리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는
50·60대 여성노동자를 만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모작뉴스] '폐기물 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입력 2025.07.09 14:08 윤성희 기자
폐기물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폐기물 노동자 안전 보장 조항 넣어야
안전관리대상 확대와 안전기준 준수 의무규정 신설 등 법개정 방향 발표
[이모작뉴스 윤성희 기자] 정부와 사업자가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법적 근거를 폐기물관리법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법상 정부와 사업자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 대상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에서 '전체 폐기물의 수집・운반・처리과정'으로 전면 확대하자는 것이다.
재활용 선별장의 폐기물들 사이에 섞여 있는 유리병 등 이물질을 촬영한 사진. 촬영=윤성희 기자
여성환경연대와 전국환경노조, 국회 용혜인・이용우・전종덕・정혜경 의원실이 7월8일 공동주최한 <폐기물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폐기물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통한 안전관리대상 전면 확대, 폐기물처리업자 등의 안전기준 준수와 교육 의무규정 신설, 산업안전보건법에 폐기물처리업 안전관련 규정 신설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14조5항) 생활폐기물 수집과 운반작업에서 지켜져야 할 안전기준을 환경부장관이 마련, 점검하게끔 하고 있다. 사업주에게는 안전기준 준수 의무가 부과된다. 이 안전기준 대상을 확대한다면 이때껏 책임소재가 모호해 방치되었던 재활용 처리 노동자들의 안전도 정부와 사업주의 책임이 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폐기물처리업 종사자 규모는 83,020명이다. 사업체 수는 7,260개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법은 폐기물관리법 제14조의5(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관련 안전기준) 뿐이다.
대부분 영세한 탓에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도 제한적이며, 이를 관리・감독할 장치도 부재하다. 한국환경공단(2022년 폐기물 재활용실적 및 업체현황)에 따르면, 전체 업체 중 53%가 종업원 수 5인 이하 업체다. 종업원 수 100인 초과 업체는 1.5%에 그친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폐기물 재활용을 비롯한 순환경제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안전 대책도 부재한 것이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 사진=뉴시스 제공
"폐기물처리 노동자 법적 안전장치 없어...폐기물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 안전 규정 추가, 의무화 해야"
박항주 전문위원은 폐기물 관리법상 안전관리 대상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에서 폐기물 선별・재활용・처리과정으로 확대함으로써 작업자들의 안전기준을 만들고 안전규정 준수를 의무화 하는 법 개정 방안을 제시했다. 폐기물처리업자와 신고자가 안전기준을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안전기준 준수와 안전교육을 의무화할 것, 지자체 생활폐기물처리 대행업체 선정 기준에 노동안전기준 이행현황을 포함시킬 것, 폐기물 관련 행정규칙에 노동자 안전성 부문 신설, 폐기물처리업 전체에 대한 환경부 차원의 안전지침 마련 등도 제안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법령에 폐기물처리업 안전관리 규정을 신설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폐기물처리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호소하는 '악취'를 산업재해요인에 포함시킬 것, 정기적인 종사자 실태조사를 위한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민간위탁과 영세업체 위주인 업계 특성에 따른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폐기물처리를 공공의 업무로 전환하고 지자체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에 적극 나서 종사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사회적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50인 미만 사업장 2개 이상을 통합해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향도 제시되었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 작업 중인 선별원들. 사진=여성환경연대, 손용훈 제공
토론자로 참여한 노동안전, 시민사회, 법조계 전문가들은 노동자 법제도 개정과 더불어 폐기물처리업의 공적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폐기물처리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은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요소이며 시민적 이해관계와도 연결돼 있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진덕 전국환경노조 위원장은 최저낙찰제로 운영되는 민간위탁구조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입찰가를 낮추려 인건비를 후려치는 구조가 노동자와 공공의 이익을 모두 저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찰방식 개선과 민간위탁 노동자의 적정 임금 보장, 직접고용이나 공무직 전환 같은 고용보장 조치가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환경기초시설의 효율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산업재해 예방과 교육, 치료・보상을 위해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과 이를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유 활동가는 “재활용 선별원 종사자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작업 중 이물질에 찔리거나 베였다는 점을 봤을 때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 파악과 아플 때 쉬거나 치료받을 권리 보장 여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제시된 방안과 같이 지자체에서 소규모 사업장 2~3개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한다면 노동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상 여러 제도들이 법적 강제성이 없다 해도 노동자 안전을 위해 법을 상회해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성오 법무법인 길상 변호사는 “폐기물관리법이 폐기물 성상이나 규모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의 설립・운영을 중심으로 제정되어 있어 노동자의 안전 규정이 미흡하다”며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법률적 근거조항과 별도 보호규정 신설 등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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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안전 사각지대 놓인 폐기물 처리 노동자
입력 2025.07.09 11:03 김인성 기자
87% 재해 경험··· 안전 기준조차 없는 폐기물 현장
“민간 위탁 구조가 문제, 안전은 비용 아닌 권리”
특별법 제정·지자체 책임 명확화, 법적 안전망 절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폐기물 처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산업재해 위험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7월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폐기물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이용우, 용혜인, 전종덕, 정혜경 의원과 여성환경연대, 전국환경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했다.
현장 실태 고발··· “재해 경험한 노동자 87%”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팀장은 전국 폐기물 선별장 노동자 1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산업재해를 겪은 경험이 있으며, 근골격계 질환, 기관지염, 피부질환 등 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수의 작업장은 환기 시설, 보호 장비, 악취·미세먼지 차단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 팀장은 “선별장 대부분이 민간에 위탁돼 운영되면서 지자체의 안전 관리 책임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폐기물처리노동자 안전기준 특별법(가칭)’ 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해당 법안 초안은 ▷작업장 공기질 기준 ▷보호구 지급 및 착용 의무화 ▷정기 건강검진 확대 ▷지자체의 관리 책임 명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박 위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폐기물 처리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을 위한 독립적인 안전기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민간의 책임 명확히 해야”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법조계, 노동계, 정부 관계자가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조성오 변호사(법무법인 길상)는 “공공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면서 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계약 구조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지자체 위탁 계약에는 안전 장비 예산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조례나 계약서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폐기물 노동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숙련직이자 필수 공공노동”이라고 밝힌 박진덕 전국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작업 환경과 처우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환경부 안중기 과장과 고용노동부 오은경 과장도 참석해 “관련 실태를 인지하고 있으며,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기준 마련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우 의원 “하반기 법안 발의 예정”
공동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폐기물 처리 노동은 도시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업무지만,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법안을 올 하반기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법적 보호에서 배제돼 있던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와 국회가 후속 입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환경일보(http://www.hkbs.co.kr)
[이모작뉴스] [지구사용설명서②] 재활용 처리 노동자② 쓰레기 속에서 사람을 봤다, 이제 외면할 수 없다
입력 2025.07.07 14:15 윤성희 기자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좋아은경 작가 인터뷰
[이모작뉴스 윤성희 기자] 재활용 선별원 노동실태를 조사한 여성환경연대는 올해 본격적으로 선별원들의 노동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외에도 7월8일에는 국회 토론회를 연다.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전시를 기획한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과 좋아은경 작가를 만났다.
Q.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를 통해 매우 많은 유해요인이 지적되었다. 이중 특히 사회적 대책을 강조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안현진 팀장. 안전시설 측면에서는 우선 시급한 건 보호구 지급과 환기・배기장치다. 당장의 산재사고나 악취, 유해물질 흡입 문제는 이걸로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기준’ 자체가 부재한 것이 문제다. 시설에 대한 기준 자체가 부재하다보니 제대로 설치를 안 하거나, 했더라도 주민 민원 같은 이유로 제대로 가동을 안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생활폐기물 처리업체는 지자체의 책임이지만, 절반가량이 민간에 위탁돼 있다. 그러다보니 비용이나 민원을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이 뒷전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노동자 안전과 민원 사이에서 지자체는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 그에 대한 고민도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덜 힘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편견이 있다. 이들은 수많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1초에 2개씩 적절한 재활용품을 골라낼 수 있는 고도의 숙련노동자이다. 수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된 고위험군 노동이고, 하루 종일 서서 반복작업을 하는 근골격게 질환에도 취약한 노동이다. 이런 노동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인정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여성환경연대가 촬영한 재활용 선별장의 여성 선별노동자들. 촬영=윤성희 기자
Q. 전시 관람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좋아은경 작가. 전시 제목에 적었듯 ‘해설’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가 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서비스가 많이 보편화 됐다. 다만 여기서는 화면 해설을 부차적 서비스가 아니라 전시의 중심에 놓았다. 사진에 다 담기 힘든 요소들을 말하기 위해서다.
전시 기획을 위해 처음 현장 사진을 봤을 때 ‘생각보다 (환경이) 너무 좋은데?’였다. 들었던 현장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는데 사진은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악취가 너무 심해서 마스크도 소용이 없지만 또 벗을 수는 없고, 그 와중에 또 너무 더워서 마스크라도 벗고 싶은데 악취와 더위 중 뭘 참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이런 건 사진에 담기 힘든 요소였다.
사진만 봐서는 저 분의 장갑이 까매졌는지 상처가 얼마나 있는지 보기도 어렵다. 또 어떤 현장에서는 안전모도 귀마개도 안 하고 일하시는 분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는 환경이 좀 좋은가봐요”라고 했더니 회사에서 보호구 지급을 안 해줘서 못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몰라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화면 해설을 통해 사진의 면면을 볼 수 있게, 현장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촬영한 재활용 선별장의 여성 선별노동자들. 촬영=윤성희 기자
그리고 ‘행동의 경험’이다. 액자 위의 종이를 들춰서 사진을 보게 했는데,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일하는 선별원을 관람객이 ‘들춰본다’는 적극적인 행위로 보게 하면서 전시에 참여하게끔 하는 취지다. 또 손편지를 준비한 건 선별원과 편지로 직접 연결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하고, 선별원과 대통령 사이를 잇는 오작교 역할도 해보자는 취지다. 손편지라는 게 띄우고 나면 답장을 기다리게 되지 않나. 전시는 짧지만 그 기다림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되길 바라면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보통 이런 공공 전시를 하고 나면 관람객들이 많이들 물어본다. “그래서 뭘 해야 되나요?”라고. 대체로는 그냥 개인이나 소비자로서의 행동이 제시된다. 하지만 우리는 시민으로서 정책결정에 가담할 수 있는 계기, 경험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프로그램들이고, 편지도 모아서 정말 (선별원들과 대통령에게)보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노동자와 연관 짓게 되면서 비로소 쓰레기 문제를 포기할 수 없게 됐다. 쓰레기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욕망이 결부된 너무 큰 문제라 결국은 그냥 내가 쓰레기를 좀 덜 버리는 것 외에 뭔가를 더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걸 쓰레기를 처리하는 노동자의 문제로, 나의 편안한 일상을 위해 누군가는 지하에서 힘들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니 이건 정말 풀어내야 하는 문제가 되더라.
Q. 이 캠페인 외에도, 여성환경연대가 주목하고 있는 기후위기 의제가 있다면?
안현진 팀장.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점은 소수자들이 배제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설정과 논의과정에 참여자들의 성별과 지역성 등을 고려하게끔 하는 일이다. 기후재난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집단은 여성, 노약자,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조사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한국도 관련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수도권이나 전문가 위주로 치우치지 않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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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지구사용설명서①] 재활용 처리 노동자① ....쓰레기 뒤의 노동, 중장년 여성이 지탱한다
입력 2025.07.07 15:08 윤성희 기자
여성환경연대X좋아은경 작가, 재활용 선별노동자 실태 전시
전시와 '화면 해설'로 본 자원순환의 최전선 노동
분진과 악취 속 열악한 노동환경
건강한 자원순환 시스템 위해 개선해야
[이모작뉴스 윤성희 기자] 자원순환이란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한국인 한 명이, 버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연간 102Kg로, OECD 국가 중 1위다. (2022년 기준, 환경부) 한국의 재활용 폐기물 분리배출 수준이 OECD 국가 중 2위라지만 막대한 폐기물 배출량 앞에서는 배출량 감소를 포함한 자원순환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환경연대'와 '좋아은경' 작가가 공동 주관한 전시 <모두를 위한 화면 해설: 재활용 선별장, 대한민국 필수노동자이지만 다치면서 일하는 게 일상입니다>는 그 시스템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지속가능성의 키워드라고 말한다.
7월3일 오후 전시가 열린 서울 중구 산다미아노 카페, 종이가 씌워진 액자들 앞에 관람객들이 모였다. 종이를 들추자 컨베이어벨트 위에 수북한 생활폐기물과 그것을 직접 손으로 고르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사진이 나타났다.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하는 생활자원회수시설(재활용 선별장)에서 작업 중인 선별원이었다.
“여기 보면 보안경은 안 끼고 계신데, 사실 눈이 시릴 정도로 유해물질(가스)이 나오고 있는 곳이에요. 팔토시랑 목장갑을 껴도 그 틈으로 유리조각이 자꾸 찌르고 들어와서 비닐봉투를 임시로 팔에 끼고 있고요. 여기 기계설비에 붙인 스티로폼은 안전장치가 없어서 선별원 분들이 자구책으로 가져다가 덧대어 놓은 거에요.”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이 전시 해설사를 맡아 사진 속 현장을 설명했다. “목장갑을 껴도 워낙 쓰레기가 많아서 금세 새까매져요. 그런데 장갑을 한 달에 딱 4개만 지급하는 업체도 있었어요.”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폐기물은 각 지자체별로 수거되어 재활용 선별장으로 이송된다. ‘파봉’(폐기물을 모아 담은 대형 비닐을 찢는 작업)을 거쳐 컨베이어벨트로 쏟아지는 쓰레기 속에서 플라스틱이나 고철 같은 재활용 가능 품목을 찾아 직접 집어내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선별원이다. 자원순환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인력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노동환경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7월3일부터 7월1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도 궤를 같이한다. 전시는 선별장 노동자들의 노동현장을 사진과 전시해설사의 ‘화면 해설’로 보여주며 보이지 않았던 재활용 쓰레기 문제의 이면을 함께 들여다보고 고민하기를 권한다.
우리사회에서 재활용이란 주로 과정보다는 결과, 자원순환율이나 처리 비용이라는 ‘숫자’의 문제로 논의되었다. 재활용 선별장은 혐오시설로 간주되며 도시 외곽이나 지하로 밀려났고, 상당수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민간에 위탁되었다. 그 결과 선별원들은 그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채 ‘단순노무 종사자’로 분류돼 법제도의 사각지대와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였다.
우리사회에서 재활용이란 주로 과정보다는 결과, 자원순환율이나 처리 비용이라는 ‘숫자’의 문제로 논의되었다. 재활용 선별장은 혐오시설로 간주되며 도시 외곽이나 지하로 밀려났고, 상당수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민간에 위탁되었다. 그 결과 선별원들은 그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채 ‘단순노무 종사자’로 분류돼 법제도의 사각지대와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였다.
전시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선별원들의 노동과 이들의 건강을 상시적으로 위협하는 현장의 위험 요인을 보여준다. 나아가 변화를 위한 행동 또한 제안한다.
관람객들은 직접 종이를 들춰 그 아래 가려졌던 사진을 들여다보고, 사진 속의 위험요인들을 찾아보며 전시 해설사의 사진 해설을 듣거나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진을 관람한 뒤에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거나 직접 편지를 쓸 수도 있다. 전시장 한 쪽에 설치된 책상에 재활용 선별원을 위한 안전기준 마련과 이를 위한 관련법 제・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용지, 2종의 편지지가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선별원에게 고마움을 전하거나 대통령에게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쓸 수 있다. 전시장에 직접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웹페이지와 여기 바로 접속할 수 있는 큐알(QR)코드도 제공한다.
안현진 팀장은 “환경미화원의 경우 직업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았고 처우도 나빴는데, 이분들의 노동실태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관심이 모였고 노동조건 개선 여론이 형성되면서 법적 안전기준이 마련되었다”며 “재활용 선별노동에도 그런 사회적 관심이 모여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큐알코드를 통해 누구나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으니 이 문제를 접한 분들이 서명이나 관련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성환경연대의 실태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난 선별 노동은 중장년 여성들의 고위험 불안정 노동이 되어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별원 94.8%가 여성이었다. 전체의 85.7%가 50~60대였다. 평균 근속연수는 6.2년인데, 이는 폐기물처리업 종사자의 평균 근속연수(47.3년)에 비해 현저히 짧았다. 대부분 주 5일(74%)에서 주6일까지도 근무했으나 평균 임금은 239만원이었다.
작업 현장은 쓰레기로 인한 먼지・분진(“심각하다”는 응답 85.7%“), 악취(81.8%), 기계설비 등의 소음(77.9%), 더위・추위(85.2%), 오염・감염 위험(71.4%)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응답자 전원이 업무 중 유리 조각이나 주삿바늘 같은 날카로운 이물질에 찔리거나 베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환기장치나 냉난방설비, 안전설비나 보호구 같은 조치는 부족했다. 기본 작업복이나 목장갑은 지급되었으나 오염물 전용 집게나 방진복, 부상 방지를 위한 보호구 지급은 미흡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손・손목, 어깨, 허리, 목 등 신체 각 부위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손・손목(92.2%), 어깨(79.2%), 허리(77.9%), 목(74.0%) 순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통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중 손과 손목과 어깨의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는 비율도 높았다. (손・손목 68.8%, 어깨 61%, 허리 54,.5% 등)지속적인 통증 때문에 4일 이상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37.7%에 달했다.
온종일 선 채로 허리를 숙여 평균 1초당 2~3개의 재활용 품목을 집어내는 고밀도의 반복노동을 수행하는 불편한 작업 자세(“심각하다”는 응답 72.7%)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인력 대비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 양이 너무 많은 문제도 신체 부담을 가중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많은 물량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지거나,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손을 쓰게 되기 때문이었다.여성환경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성별과 나이를 반영한 보호구 설계와 지급기준 마련, 성별 분리와 위생이 보장된 휴게시설 확충, 환기시설과 냉난방장치 확충 같은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자원순환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시킬 뿐 아니라 생태계를 돌보는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삭제하는 일과 다름없다”며 자원순환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 개선하는 일이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필수적인 사회적 과제임을 강조했다.
[여성신문] OECD 재활용률 2위의 이면…재활용선별원 100% ”베이거나 찔린 적 있어”
입력 : 2025.04.22 11:27 신다인 기자
여성환경연대, 지구의 날 맞아 재활용선별원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재활용선별원, 평균 55.2세, 94.8%가 여성
근골격계 질환 심각, 보호장비 지급 부족해
재활용 선별원 100%가 업무 중 베이거나 찔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여성환경연대는 재활용 선별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6~7월까지 전국 생활폐기물 자원순환 시설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선별 노동자 7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 선별노동자는 94.8%가 여성, 85.7%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 연수는 6.2년, 평균 임금은 239.4만원이었다.
폐기물처리 등의 동종 업종 종사자의 평균 근속년수 47.3년에 비해 선별원은 86.8% 짧은 것으로 나타나, 선별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 근속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했다.
특히 노동환경은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응답자들은 일상적으로 분진(87.3점), 악취(86.0점), 더위·추위(85.2점), 소음(82.6점) 등의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호흡기 및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았다.
응답자 중에서 손목·손(68.8%), 어깨(61.0%), 허리(54.5%) 등에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고 답했으며, 4일 이상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37.7%에 달했다. 하지만 산재를 신청한 이들은 24.1%에 그쳤다. 복잡한 절차와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주요 원인이다.
산업재해 위험도 심각하다. 2021년 고용노동부는 폐기물처리업에 대해 사망사고 위험 경보를 발령한 바 있으나, 여전히 선별장에서는 중대재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작업 중 설비에 끼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대재해와 직결되는 안전 시설에 대해 응답자들은 ‘이물질 제거 작업 전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15.6%), ‘안전덮개가 설치되있지 않다’(15.6%), ‘건널다리를 이용하지 않는다’(35.1%)고 답했다.
선별노동자 전원은 업무 중 찔리거나 베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원인은 유리조각(44.2%)과 주삿바늘·의료용품(24.2%)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85.7%는 오염물 전용 집게가 지급되지 않았고, 찔림·절단보호 장갑(33.8%), 보안경 및 안면 보호구(36.4%)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휴게시설과 샤워 공간도 문제가 심각하다. 조사에서는 샤워실의 성별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15.6%였고, 환기가 되지 않거나 유해물질 노출이 우려되는 휴게 공간도 보고됐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은 “자원순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이며, 그 중심에 있는 재활용 선별원의 노동환경 개선은 노동권 보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폐기물관리법 제·개정을 통한 보호구 지급 및 안전기준 마련,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직접 운영 및 고용을 통한 노동조건 안정화, △정기적인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관리·감독 체계 구축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환경일보]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여성환경연대는 자원순환을 책임지는 재활용 선별노동자의 노동 안전 실태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조사는 2024년 6월부터 7월까지 약 두 달간 전국 생활폐기물 자원순환 시설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선별노동자 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설문조사와 문헌 분석을 통해 재활용 선별 현장의 건강·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재활용 선별노동자는 94.8%가 여성, 85.7%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평균 근속 연수는 6.2년, 평균 임금은 239.4만원으로 나타났다.
2009~2019년 동종 업종(폐기물처리 및 원료 재생, 환경복원업) 종사자의 평균 근속연수 47.3년에 비해 선별원은 86.8% 짧게 근속하고 있어 선별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 고용형태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확인됐다.
재활용 선별노동자는 94.8%가 여성, 85.7%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평균 근속 연수는 6.2년, 평균 임금은 239.4만원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여성환경연대, 촬영:손용훈)
한편, 2021년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율이 높은 폐기물처리업에 대해 사망사고 위험경보를 발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치명적 사고 위험이 확인됐다.
작업 중 설비에 끼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대재해와 직결되는 안전시설에 대해 응답자들은 ▷‘이물질 제거 작업 전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15.6%) ▷‘안전덮개가 설치되지 않았다’(15.6%) ▷‘건널 다리를 이용하지 않는다’(35.1%)라고 답했다.
선별원들은 먼지·분진(87.3점), 악취(86.0점), 더위/추위(85.2점), 소음(82.6점) 등 다양한 유해요인에 노출돼 있었으며 이로 인한 호흡기 및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았다.
▷손/손목(68.8%) ▷어깨(61%) ▷허리(54.5%) ▷팔꿈치(48.1%) 등 통증이 1주일 이상 계속되는 비율도 높았고 지속적인 통증으로 인해 37.7%의 응답자는 4일 이상 치료를 받았으나, 산재 인정 절차의 복잡성과 불이익 우려로 인해 산재 신청을 한 경우는 24.1%에 그쳤다.
조사에 응한 선별원 전원이 업무 중 찔리거나 베인 경험이 있으며 원인으로는 ▷유리 조각(44.2%) ▷주삿바늘 및 의료용품(24.2%) 등이 지목됐다.
응답자는 ▷오염물 전용 집게(85.7%) ▷찔림·절단보호 장갑(33.8%) ▷보안경·안면 보호구(36.4%) 등이 지급지 않았다고 답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보호구조차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편, ▷샤워실의 성별이 분리되지 않은 경우(15.6%)도 있었고 ▷환기 부족 및 유해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휴게 공간도 보고됐다. 이는 단순한 편의시설 부족을 넘어, 노동자의 건강권과 존엄성까지 위협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여성건강팀장은 “자원순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이며, 그 중심에 있는 재활용 선별원의 노동환경 개선은 노동권 보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며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 근무하는 재활용 선별시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보고서를 발간한 여성환경연대는 재활용 선별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폐기물관리법 제·개정을 통한 보호구 지급 등 안전기준 마련 ▷지자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직접 운영 및 고용을 통한 불안정한 노동조건 개선 ▷노동환경 및 안전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 및 노동환경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간경향] ‘플라스틱 전쟁’ 최전선의 여성 노동자들…“이대론 안 된다”
입력 : 2024.12.28 09:00 이혜리 기자
당신이 버린 쓰레기, 재활용 가능한 것만 ‘사람’이 분류
미흡한 분리배출, 열악한 노동환경이 재활용에 걸림돌
[주간경향] 인류는 어떻게 플라스틱에서 벗어날 것인가. 전 세계 국가들이 플라스틱 규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2024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유엔(UN) 플라스틱 협약’ 합의를 위한 회의가 열렸다. 플라스틱은 싸고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오랜 기간 분해되지 않아 지구를 떠돌며 환경을 오염시킨다. 전 세계 국가들이 나선 배경엔 플라스틱 오염을 방치하면 지구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이 순간에도 계속 플라스틱을 쓰고, 버리고 있다. 생수가 담겼던 페트병, 커피를 마신 일회용컵, 배달음식이 담긴 용기, 음식 재료를 포장한 스티로폼 상자, 각종 비닐…. 주택가에 놓인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흔히 담긴 것들이다. 과연 이 쓰레기들은 재활용이 될까. 어디로 가서 어떻게 재활용이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자원 순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인식 변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2024년 9~11월 전국의 재활용 선별장 네 곳의 노동자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재활용 선별장은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분류하는 곳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매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플라스틱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자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저 버리면 끝’식의 쓰레기에 대한 태도는 노동자들이 재활용품을 골라내기 어렵게 만들고 환경 보호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정주부로 육아를 하다 뒤늦게 일자리를 구한 50~60대 여성들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들의 말과 노동실태를 통해 짚어봤다.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나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나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가사 병행 위해 폐기물 처리시설로 취업
2024년 11월 22일 찾은 강원도의 한 재활용 선별장.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위로 노동자들의 손이 쉴새 없이 움직였다. 거리에서, 집 앞에서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를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으면 노동자들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스타이렌(PS), 페트병, 유리병, 철캔, 알루미늄캔, 비닐 등 종류별로 분류한다. 노동자들은 한 손으로는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며, 다른 한 손으로는 물건을 잡아 배출구로 던져 넣었다. 물건 바닥 부분에 PP, PE 등이 표기돼 있지만 밀려드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여유를 부리며 바닥을 확인하고 재활용되는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할 겨를이 없다. 순식간에 눈으로 물건의 소재를 파악하고 손으로 집어내야 한다.
노동자 12명은 50대가 9명, 60대가 3명이다. 이들은 가정주부로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다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식당 서빙, 볼펜·머리핀 조립 등의 부업, 요양보호사, 미용사, 백화점·마트 판매, 제조업 공장, 간호조무사 등 이들 노동자가 과거 해본 일은 다양했는데 재활용 선별장으로 오게 된 이유는 비슷했다. 저임금이지만 고용이 그나마 안정적이고, 가사노동과 병행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 일을 찾았는데 그게 재활용 선별이었다. 대부분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취업했다. ‘병 줍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한 마디에 일을 시작한 이도 있었다. 가정에서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배출을 여성이 주로 맡는다면, 사회에서도 그 선별 작업을 여성이 맡는 것이다.
A씨(54)가 말했다. “일을 찾아다녔는데 5개월, 6개월 단기 일자리가 많았어요. 기간이 끝나면 ‘또 어떤 일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여기(재활용 선별장)는 내가 크게 잘못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고용이 된다고 들어서 왔어요. 뭐 하는지는 전혀 몰랐죠. 못 사는 나라 같은 데서 쓰레기 산 뒤지잖아요. 처음에는 제가 왜 난민처럼 쓰레기를 뒤지고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일을 해야죠. 노후 준비도 못 했지만 아이들 결혼을 시켜야 하잖아요.”
남편 없이 생계를 혼자 책임지는 B씨(59)는 “먹고살아야 하니까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년 여성이 일을 구할 땐 ‘나이’부터 걸림돌로 작용한다. B씨의 말이다. “식당에 가는 것도 이 나이에는 안 받아주거든요. 손에 맞는 게 이거고, 해봤던 일이라 하는 거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지만 가방끈이 짧아서 자신감도 없고…. 속상해서 어떨 때는 집어치우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마땅히 생각한 데가 없으니까. 더럽고 치사해도 먹고살려니 어쩌겠어요.”
C씨(58)는 “나이를 먹다 보니 이직이 힘들다”며 “인간이 존재하는 한 쓰레기는 발생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있다”고 했다. D씨(58)는 “아줌마들이 직장 옮기기가 쉽지 않다. 어디에 이력서를 내면 나이부터 보지 않느냐”며 “그래서 한번 발을 담그면 잘 안 나간다. 끝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나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나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재활용 선별은 철저히 ‘숨겨진 노동’이다. 바깥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동자 당사자들도 주변에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쓰레기’와 관련되면 더럽고 위험하다는 반응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D씨가 말했다. “예전에 친구에게 시청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나 사실 쓰레기장 다닌다고 했더니 쓰레기장에서 할 일이 뭐가 있냐고 묻더라고요. 분리수거한다고 했죠. 상상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줌마들이 현장에서 이렇게 분리수거를 한다는 것에 깜짝 놀라더라고요.” E씨(54)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한) 10년간 주변에 오픈을 안 했다. 그냥 직장 다닌다고만 했다”며 “필요한 시설이지만 솔직히 ‘나도 이 일을 하고 싶어’ 하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이다.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들은) 여기가 마지막 직장인 사람들이죠. 일하는 환경이 너무 열악한데 페이(급여)까지 적다 보니 더 기피하게 되는, 3D 업종의 최고봉이 아닐까 생각해요.”
두드려보고 태워보고, 토론하며 ‘재활용 공부’
노동자들은 재활용 선별장의 노동강도가 세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물건을 골라내는 것뿐인데 무엇이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본 현장의 모습은 그렇지가 않았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쓰레기는 계속해서 쏟아져나오고, 1m 너비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때로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순간적으로 쓰레기를 집어야 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금세 쓰레기가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집중력도 필요하다. F씨(58)는 “물건이 계속 바뀌고 내가 지금 뭘 잡아서 어디로 넣어야 된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하다”며 “잘못하면 다른 쪽에 넣을 수도 있으니까 집중해가면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컨베이어벨트 앞에 섰을 때 어지러움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B씨는 “처음에는 어지러워서 일을 못 했다. 집에서 자면서도 라인이 막 눈앞으로 지나갔다”며 “물건은 막 나오는데 뭘 잡아야 좋을지 몰라 손이 우왕좌왕하는 것”이라고 했다. A씨는 “한자리에서 하나만 잡는 게 아니다. 8가지를 잡는 자리도 있다”고 했다.
신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언니’, ‘이모’, ‘선배님’이었다. 회사로부터 무엇이 재활용될 수 있는 물건인지를 교육받거나 자료를 받았다는 노동자는 없었다. 모두가 먼저 일하던 노동자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배웠다고 했다. B씨의 말이다. “많이 했던 사람들이 가르쳐줬어요. 그 언니들을 보고 ‘기술자’라고 했는데, 기술자 언니들이 ‘이거는 뭐다, 저거는 뭐다’ 맨날 알려줘도 맨날 잊어버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세월이 가고 계속 일을 하니까 많이 알게 됐죠.” B씨는 “이제는 하나 집을 때 1초도 안 걸린다”고 했다.
한 재활용 선별장의 컨베이어벨트 위에 쓰레기들이 놓여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한 재활용 선별장의 컨베이어벨트 위에 쓰레기들이 놓여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물건을 직접 두드려보면서 소리로 소재를 익히고, 마트에 가서 물건 바닥에 적힌 문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스스로 터득하기도 했다. G씨(63)는 “‘이게 뭐지?’ 싶으면 두드려봐야 해요. 물렁물렁한 것은 PE, 딱딱한 것은 따대기라고 하는데 그건 따로 분류해요. 초보들은 귀에 익어야 하거든요. 딱딱 소리 나는 것과 퉁퉁 소리 나는 것은 다르거든요. 검은색 용기도 PP가 있고 아닌 게 있어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니 막 버리는 거죠.” H씨(57)도 말했다. “플라스틱도 여러 가지잖아요. 탁 소리 나는 건 못 써요. 긴가민가할 때는 얼른 두들겨봐서 ‘아, 이거 아니다’ 싶으면 얼른 던져요. 그릇 모양은 거의 PP예요. 처음 배울 때 이모님이 알려줬어요. 병처럼 생긴 것은 PE가 많고, 페트는 밑을 보면 구멍이 배꼽처럼 돼 있어요. PS는 찢으면 찢어져요. 바사삭하는 소리가 나요.”
재활용 선별장의 일은 연결돼 있다. 컨베이어벨트 앞부분에 선 노동자가 물건을 놓치면 그다음 사람이 잡아야 한다. 쓰레기는 매일 들어오기 때문에 선별장은 계속 가동을 해야 하고,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이들이 나눠서 일해야 한다. 이 때문인지 노동자들 사이에선 내가 재활용품을 잘 주워야 한다는 책임감,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연대감이 강했다. E씨가 말했다. “못 주워도 뭐라고 하지는 않아요. 더구나 위험한 상황이면 줍지 말라고 해요. 병은 혹시나 던지면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악착같이 줍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다들 줍죠.” A씨는 “‘왜 그거 못 잡니’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게 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책임감이 강해서 아플 때 쉬고 오라고 해도 쉬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형형색색 혼합 플라스틱, 재활용은 더 어려워
노동자들은 반입되는 쓰레기양이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엔 명절 전후 스티로폼 상자 같은 포장재가 많았다면 코로나19 이후엔 배달과 택배가 일상화되면서 상시로 명절같이 스티로폼 상자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문제는 재활용 선별장으로 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재활용 선별장 전체에서는 선별률이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선별률이 높은 곳이 80% 정도다.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졌지만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되는 것이다.
시민들이 재활용품과 재활용품이 아닌 쓰레기를 함께 넣어 뭉텅이로 버리는 것은 선별 작업을 힘들게 한다. 뱀·개·고양이·쥐 사체부터 병원에서 쓰는 링거액, 주삿바늘, 생리대, 아기 기저귀 등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할 것들이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진다. I씨(60)가 말했다. “쥐나 고양이는 참을 수 있는데 뱀은 참을 수 없잖아요. 하다가 ‘악’ 소리가 나요.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서 기계를 중단하죠. 그 후유증으로 우는 사람도 있고요. 무서워서 며칠 동안 그 비닐을 못 뜯는 사람도 있어요. 거기서 뱀이 나올까 봐. 제발 이런 것은 재활용 쓰레기에 보내지 말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렸으면 하는데. 예전에는 한번 뱀술 병이 들어오는데 조그마한 뱀이 우글우글한 거예요. 잊히지 않아요.”
쓰레기의 절대적인 양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재활용품의 ‘질’은 더 떨어졌다는 게 노동자들의 말이다. 배달용기가 많아지면서 음식물을 용기째 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했다. 김치를 담은 스티로폼 상자, 음료가 남은 페트병같이 음식물이 묻어 오염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 I씨는 “예전에는 일회용품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물건이 깨끗하고 종류가 적었다”며 “요새는 음식을 담는 플라스틱 통이 엄청 많다”고 했다. F씨는 “예전에는 음식물이 나와도 그냥 통에 담겨 나왔다면 지금은 배달용기에 담겨서 나온다”며 “그만큼 음식물이 담긴 배달용기가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J씨(62)는 “예전엔 고를 물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다 쓰레기”라고 했다. 테이프로 감긴 스티로폼 박스는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몰라 ‘폭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A씨는 “음식물을 그대로 버려서 여름에는 구더기가 엄청 많다”며 “예전엔 기겁했지만 너무 흔하게 나와서 지금은 별나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기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2024년 11월 24일 부산시 해운대구 일대에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이 실효성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11월 24일 부산시 해운대구 일대에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이 실효성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쓰레기의 양, 분류작업의 난도는 올라갔지만 인력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많은 쓰레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를 높여야 하고, 그만큼 사람 한 명이 줍는 재활용품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단 줍기 쉬운 ‘덩치가 큰 아이들’부터 선별이 된다. 크기가 작은 것들은 선별이 어렵다. 플라스틱 빨대나 화장품 케이스같이 장갑 낀 손으로 줍기 힘든 것들은 거의 ‘패스’다. E씨는 “빨대 말고도 쓰레기 자체가 너무 많이 들어오고 그 양도 처리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보니 빨대 저런 것쯤은 재활용품으로 처리해야 된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K씨(55)는 “(배달용기로 사용되는) 검은색 PP는 기계가 못 읽어서 다 버린다”며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 멋진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을수록 재활용과는 멀어진다. 한 제품에 한 가지 소재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가지 소재를 섞어 사용하면 재활용할 수 없다. 노동자들은 아이들의 장난감을 대표적으로 재활용 안 되는 물건으로 꼽았다. 몸통은 플라스틱인데 뚜껑이 철인 경우도 있다. L씨(50)가 말했다. “두 개 이상 크게 섞여 있는 것은 그냥 쓰레기로 버려요. 예를 들어 페트에 알루미늄 캔이 둘려 있는 게 있어요. 투명한 케이스인데 알루미늄 캔을 따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요. 그런 건 못 써요. 플라스틱도 하나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페트나 PE 이런 게 두 가지 이상 섞여 있는 게 있어요. 장난감은 재활용되는 게 아니에요.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이에요.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이니까 재활용이 된다’고 버리는데 재활용이 안 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 때부터 재활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확한 분류 매뉴얼이 없으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두들겨보거나 노동자들끼리 토론을 해 재활용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의적인 분류가 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L씨의 말이다. “회사 차원에서 교육을 해줘야죠. 한두 번 배워서는 잘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고, 가르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 (작업방식이) 달라요. 회사에서 안전교육은 하는데 실질적으로 PP가 뭔지, PS가 뭔지 그런 교육은 없어요. 새로운 게 나오면 스스로 알아봐야 하는 거죠.”
여러 노동자는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이 과연 재활용을 위해 적절한지 의문도 제기했다. 주택가의 경우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수거업체가 한꺼번에 수거하기 때문에 선별장에선 다시 모두 섞인 상태에서 분류 작업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해봤자 소용이 없는 셈이다.
일반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종량제 봉투의 비용이 재활용 쓰레기 분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었다. 비싼 종량제 봉투를 사기 힘든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에 일반 쓰레기까지 담아 버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는 검은 비닐봉지처럼 내용물이 뭔지 알 수 없는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아야 하지만, 거리나 집 앞에 쓰레기가 쌓이면 주민 민원이 빗발쳐 수거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마구 섞어 버리는 것을 방치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종량제 봉투 구매가 어려운 시민들 입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E씨가 말했다. “점점 더 재활용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소각장에는 종량제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이 가요. 나머지는 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담당해야 해요. 사람들이 굳이 돈 들어가는 쓰레기봉투에 안 넣겠죠. 그러니까 쓰레기양은 많아지고 분리는 힘들어지는 거죠.” J씨는 “물가는 올라가고 봉급은 안 올라가니 쓰레기봉지마저 안 사는 것 아니겠느냐”며 “어려운 사람들은 봉지 하나라도 아껴 쓰려고 하지, 거기에 쓰레기를 버리고 싶겠나”고 했다.
한 재활용 선별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한 재활용 선별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한 재활용 선별장에 스티로폼 상자가 쌓여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한 재활용 선별장에 스티로폼 상자가 쌓여 있다. 손용훈씨 촬영·여성환경연대 제공
환경을 위해 필요한 일, 제대로 체계 구축 필요
재활용 선별장에 오래 근무한 노동자들은 취업을 왔다가도 더럽고 위험한 환경에 금세 그만두는 사례를 여러 번 봤다고 했다. 그만큼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바로 옆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릴 정도로 기계 소음이 커 노동자들은 고무 귀마개나 헤드셋을 끼고 일한다. 악취가 지독해 마스크도 써야 한다.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땀이 줄줄 흐르지만, 선풍기를 틀면 쓰레기가 날아가기 때문에 쉽게 틀 수 없다. 겨울엔 쓰레기 반입을 위해 문을 열어 추위에 떨면서도 화재 위험 때문에 난방기구를 설치하기가 어렵다.
‘많이, 빨리’ 잡아야 하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집게보다 손을 쓰는 게 더 효율적인데 그 손은 자주 베이고 찔린다. 각기 다른 크기의 플라스틱을 손가락으로 잘 집어야 하기 때문에 두꺼운 장갑을 겹겹이 낄 수는 없다. 재활용 쓰레기가 아닌 어묵 꼬치나 나무젓가락, 주삿바늘, 철사 같은 것에 찔린다.
현장마다 지급되는 안전용품은 천차만별이다. 명확히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 사업장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와 고무 귀마개를 지급하는가 하면, 다른 사업장에서는 산업용 마스크와 헤드셋을 지급한다. 마스크나 귀마개를 아예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다.
생활폐기물 처리의 책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지만, 폐기물 처리시설의 운영은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주기적으로 재계약을 한다. 고용 승계가 안 될 가능성이 있는 불안정한 체제다. 근속연수 적립과 이에 따른 연차휴가 적용도 배제된다. D씨는 이런 체제에서 피해를 보았다. “입사했을 때 월차가 없었고, 대신 퇴직할 때 돈으로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업체가 바뀌면서 사라져버렸어요. 결국 휴가도, 돈도 못 받았죠.”
2024년 12월 3일 소비자기후행동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생산량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2024년 12월 3일 소비자기후행동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생산량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전국환경노동조합 등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동환경이 그나마 낫다. 임금 인상, 고용 안정, 안전 대책, 샤워실·휴게실 확충이 모두 노조가 생긴 뒤에야 이뤄졌다. G씨는 “전에는 장갑을 딱 하나 주고 빨아서 쓰라고 했는데 노조가 생긴 뒤엔 여유분을 준다”고 했다. L씨는 “노조가 생긴 뒤 임금이 올랐고 세탁기, 건조기도 생겼다”며 “개인이 말했을 때는 들어주지 않던 것을 노조가 요구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사회에 필요한 공공업무의 성격을 띠고, 높은 위험과 고강도 노동인데도 재활용 선별은 ‘단순노무’로 분류돼 저임금을 벗어나기 힘든 한계는 있다. A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저임금”이라고 했다. C씨는 “쓰레기나 치우는 단순노동자로 취급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대우를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가 재활용 선별 노동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의 말에는 자기 일이 환경보호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또 노동자들은 국가가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 재활용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교육과 캠페인을 하고, 더 많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A씨가 말했다. “귀중한 자원이 우리 손을 거쳐 분리돼서 큰 마대에 옮겨지는 걸 보면 그래도 지구를 살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후손들에게 물려줄 귀중한 지구인데 버려지는 자원이 없게끔 저희가 분리배출을 한다고 생각해요.” E씨의 말이다. “제가 아이를 괜히 낳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 지금 환경이 너무 안 좋아지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릴 때와 지금은 환경이 너무 다르거든요. 쓰레기 문제가 제대로 바뀌어야 된다고 봐요. 현실적으로 다 못 해요. 빨대도 분명히 재활용품으로 만들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걸러낼 수 없어요. 환경을 위해서 분리수거도, 제품을 만드는 것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안 돼요.”
여성환경연대는 1999년에 창립한 여성환경운동 단체로 여성과 환경의 교차점에서 행동합니다. 여성건강, 월경, 기후정의, 플라스틱 및 유해물질, 풀뿌리 등의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원순환 여성노동자 노동안전 실태조사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 조사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입니다.
입력 : 2024.12.28 09:00 이혜리 기자
말로만 “감축” 행동은 소극적…플라스틱 규제 첫 국제협약 논의 ‘빈손’
시민단체 “생산과 소비 규제 없이 사후관리만으로는 오염 해결 못 해”
[주간경향]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규제하는 첫 국제협약을 제정하기 위해 전 세계 177개국이 참여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24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 제5차 회의(INC-5)다.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한 것은 2022년 3월이다.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회원국들이 더 이상 플라스틱 오염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도출하기로 정했다.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230배 급증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목표 온도를 명시한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협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핵심 쟁점인 ‘생산 규제’에 반대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플라스틱 생산 규제에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회의를 앞두고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든다는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생산 규제 도입을 이끌거나, 다른 국가를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다는 게 회의 과정을 지켜본 시민사회단체들의 평가다. 한국 정부는 회의 전 시민들과 플라스틱 규제 정책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는 공론장을 만들지 않았고, 회의에서도 파나마를 주축으로 100여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감축 목표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일회용품 규제 잇따라 철회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2024년 12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제별로 진행된 4개 워킹그룹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발언을 안 할 때가 많았고, 발언하더라도 원론적인 내용 정도였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들이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계속 발언을 신청해 재차 주장한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협상장에서 굉장히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유 활동가는 “플라스틱 사용, 생산을 줄이는 것이 산업에 큰 전환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잘 전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이 많은 국가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플라스틱 규제 정책이 거꾸로 간다는 비판은 진즉부터 나왔다. 정부는 애초 카페 등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경우 보증금 300원을 내고 이후 컵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2022년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유예했다. 정부는 2023년 11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로 바꿨다.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치를 철회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등의 사용금지 조치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일회용품 규제로 인한 사업자 부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플라스틱 제로’, ‘제로 웨이스트’를 내걸고 탈플라스틱 정책을 추진했지만 중앙정부 정책이 흔들리면서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4년 11월 25일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플뿌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11월 25일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플뿌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은 형편없는 상황”이라며 “대중이 가장 공감하고 무엇보다 대체제가 명확히 있는 매장 내 규제조차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말로 계속 미뤄 혼란을 주고 정책의 신뢰성을 잃어 심각하다”고 했다. 박 팀장은 “국제적으로는 한국이 플라스틱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처럼 회의 개최국이 됐지만, 실제 행동으로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규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정부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석유화학업계가 실제 수요에 비해 플라스틱을 과잉공급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에틸렌(플라스틱의 원료) 생산능력은 2억2382만MT(메트릭 톤·1MT=1000㎏)에 달했으나 실제 수요량은 1억7653만MT에 그쳤다. 박 팀장은 “생산과 소비를 유지하되 사후관리만 잘하자는 주장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계속 새어 나오고 있는데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물에 대해서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생산에 대한 제한이 있지 않으면 오염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고 지금 제일 먼저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유새미 활동가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사용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가장 쉽게 줄일 수 있어서 다회용품을 쓰는 규제정책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탈플라스틱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폐기물 노동자 문제 함께 논의돼야
플라스틱 사용이 계속되는 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뤄져야 하지만 눈에 띄는 대책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4년 10월 2일 발간한 ‘2040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책시나리오’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60%, 2060년까지 80%로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한국의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56.7%였다. 다른 국가보다 재활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2023년 충남대 연구진이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를 빼고 다시 계산한 한국의 실질적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했다.
주간경향과 함께 재활용 선별장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한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은 2024년 12월 25일 인터뷰에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플라스틱 과잉 생산·소비의 굴레를 끊는 것이지만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안 팀장은 “환경부가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평가제도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지만 평가는 지자체와 처리업체의 서류 제출로 이뤄지고 현장 방문은 매해 10곳 이하에 그쳐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시민들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대한 관리·감독과 요일별 배출제도 활성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분리배출 캠페인, 수집·운반, 선별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는 없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또 “플라스틱을 손으로 선별하는 선별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을 받는 50~60대 여성들이고, 한국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는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가 많다”며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 있어 폐기물 노동자의 문제, 그 가운데서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존재가 지워진 선별원들의 노동안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 “손가락 베여도 일합니다”… 재활용 선별장의 노동자들
입력: 2024-11-20 00:05 윤예솔 기자
‘사고 속출’ 작업장 가보니 배달용기 썩은 음식·동물 사체도
매일 25t 분량 속 페트병 등 골라내
안전 규정 대상서 선별원은 빠져
지난 7일 오후 2시 경기도 구리 자원회수시설 내 재활용 선별장. 플라스틱 그릇과 양동이, 배달용기 등이 폭 1m의 레일을 타고 와르르 쏟아져 내려왔다. 레일 양옆에 바짝 붙은 16명은 모두 앞치마와 마스크, 장갑을 끼고 있었다.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양손으로 쓰레기 더미를 쉴 새 없이 헤치고 있었다. 매일 약 25t의 쓰레기 속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골라내는 일을 하는 이들은 재활용 선별원이라고 불린다.
배달음식 용기 속 남은 음식물과 썩은 배추 등이 레일을 타고 내려오자 순식간에 시큼한 악취가 선별장을 가득 채웠다. 20년차 선별원 이모(61)씨는 “썩은 음식이나 동물 사체가 들어오면 그 지독한 냄새가 온종일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 30평(99.2㎡)의 재활용 선별장에 환풍구는 4개뿐이었다. 환풍구 한 개가 성인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 작아서 악취를 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업장 곳곳에선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선별원이 깨진 소주병에 들러붙은 비닐을 떼어내자 유리조각이 휙 하고 튀어 올랐다. 바로 옆에서 일하던 조모(54)씨는 “유리조각이 튀는 건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이라며 “유리조각이 들어가면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을 넣어 빼자는 우리끼리의 규칙이 있다”고 말했다. 지급된 보호 안경을 쓰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어지러워 착용하기 힘든 상태라고 했다.
대형 톱니바퀴 모양의 기계가 자석 역할을 하며 고철을 분류하는데, 한 배터리가 기계와 부딪히며 불꽃이 일기도 했다. 선별원들은 익숙한 듯 주변의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이들은 언제 불이 났냐는 듯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레일 앞에 섰다.
7년차 선별원 김모(58)씨는 “기계처럼 일하지 않으면 하루 작업량을 끝마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약 1초에 1개꼴로 쓰레기 더미에서 페트병들을 솎아냈다. 이들은 하루 8시간 일하는데, 월급은 최저시급에 준하는 180만~200만원을 받는다.
재활용센터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 김포재활용센터에서 60대 노동자가 추락했다. 지난 6월 서울 용산 재활용품 처리공장에선 50대 노동자가 압축기에 끼여 사망했다.
하지만 재활용 선별원에 대한 안전 기준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는 폐기물을 수집하고 운반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규정이 명시돼 있다. 베임방지 장갑을 착용해야 하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식이다. 재활용 선별원에 대해선 이 같은 규정도 없다.
선별원들은 면장갑이나 비닐장갑, 일반 목장갑을 겹쳐 낀 채 일하고 있었다. 조씨는 “옷이나 머리카락이 레일에 자주 끼어 늘 긴장하며 일한다”고 말했다. 레일 작동을 멈출 수 있는 비상 버튼은 레일 하단에 9개가량 붙어 있지만, 선별원들이 일하는 도중 누르기는 힘든 구조였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팀장은 19일 “재활용 선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보호안경, 장갑, 작업복과 같은 기본 장비를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고, 위험 상황 대처 시나리오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리=글·사진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2008770
[경향신문] [단독]지구를 지키는 노동, 10명 중 9명이 ‘찔리고 베이고 다친다’
입력 : 2024.10.21 16:49 김송이 기자
재활용품 선별원 10명 중 9명은 근무 중 베이거나 찔리는 등 다친 경험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의 안전기준만 담고 있어 선별 노동자를 위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6~7월 재활용품 선별원 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3.2%는 ‘근무 중 베이거나 찔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리 조각에 찔린 비율이 44.2%로 가장 높았고, 주삿바늘 등 의료용품(24.2%), 플라스틱 조각(13.3%), 금속파편(11.5%)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에서 업무 관련 보호구를 받지만 안전하게 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오염물 전용 집게가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64.9%, 방진복이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8.4%였다.
지난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이상 손과 손목에 통증이 있었다고 답한 사람은 92.2%이었다. 다른 부위의 통증은 어깨(79.2%), 허리(77.9%), 목(74%) 순이었다.
선별원들은 근무 중 먼지·분진, 악취와 소음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 중 ‘먼지·분진’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85.7%, ‘악취’가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81.8%, ‘소음’은 77.9%였다.
폐기물 처리장의 여러 유해인자는 선별원들의 업무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 있는 한 선별장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여성 A씨(68)는 “일한 지 5년이 지나도 독한 오물 냄새는 나아지지 않는다”며 “지하에 있는 시설이라 냄새가 빠지는 게 한정돼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A씨는 재활용 선별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악취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방치하는 배경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5년 동안 주변 지인들이 ‘무슨 일 하느냐’ 물어도 솔직하게 말 한 적이 없다”며 “분리수거를 ‘그냥 냄새나는 일’이라고 보는 사회적 시선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선별원은 강제력 있는 안전기준이나, 근무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공적 실태조사도 없이 일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14조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에 대한 안전기준을 담고 있지만, 운반 이후 진행되는 선별부터 소각·매립 등 과정에 대한 안전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 노동자가 화학물질 노출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폐기물시설 노동자들의 성별을 분리한 기초 통계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선별원들이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돼 폐기물 처리업 내 세부 통계가 없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 팀장은 “환경부에선 한국의 재활용률이 굉장히 높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종일 서서 재활용 쓰레기를 손으로 재분류하는 중장년 여성들의 노고는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에 대해 관계 부처가 책임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93.2% 일하다 찔리거나 베였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선별원의 47.8%는 비정규직이며 고용불안이 심각합니다. 그러나 선별원은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돼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가 전국의 생활폐기물 선별원의 노동안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94.8%가 여성이며 대다수가 5060대 중장년이었습니다. 심지어 선별원의 93.2%는 근무 중 찔리거나 베이는 사고를 경험했으나, 오염물 전용 집게를 지급하지 않는 곳은 85.7%에 달했습니다.
폐기물처리 노동이 안전해지도록
여성환경연대는 경기, 강원, 경북 등 전국의 자원회수시설 6곳을 방문하고 선별원으로 일하는 여성노동자 15명을 인터뷰 해,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재활용 선별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성환경연대는 활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사진 : 손용훈, 출처 : 여성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