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컴퓨터가 쓴 기사(記事)가 등장했습니다. 주관적인 표현이나 의견을 내는 기능은 아직 힘들지만, 장래에는 인터넷의 빅데이터를 기초로 ‘진짜 풀뿌리 여론’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컴퓨터 논설위원이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 프라이빗 뱅커의 영역이던 자산관리 분야에선 이미 기계가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기계 혁명의 해일이 “기계는 어린아이 같아서 고도의 사고능력을 요하는 직업은 안전하다”며 안심하던 ‘전문인’들 바로 뒤까지 밀려와 있습니다. ◆ 전문직종의 위기 지난주(1월 30일자)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는 ‘제2의 기계시대’ 공저자 앤드루 매카피(McAfee)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였습니다. [Weekly BIZ] 기계와 결합하라, 로봇보다 강한 인간 되려면 위클리비즈는 지난 2014년에 이 책의 공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를 인터뷰한 일이 있습니다. [Weekly BIZ] [Cover Story] 싸우면 必敗… 기계와 공존할 일자리 창조하라 당시는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열풍이 벌어지고 있던 때라 인터뷰의 초점이 기계 시대가 만들어내는 부의 불평등에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의 초점은 불평등 이전에 벌어지는 ‘기계로 인한 실업’ 문제에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사무·관리 직종은 476만개, 제조·생산직종은 161만개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20년 안에 기존의 일자리 3개 중 1개가 없어지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전 세계 7세 어린이의 65%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산업혁명 직후 자동방직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란 기계 파괴 운동을 한 것이 약 200년 전의 얘기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사건을 평가하며 ‘러다이트 오류’라는 표현을 씁니다. 기술과 기계의 발전으로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술 덕분에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200년간의 역사가 증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물질적 풍요와 확장된 지성을 얻었습니다. 냉장고만 열면 있는 얼음은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최고 권력자들이나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책장 가득 꼽힌, 잘 분류된 종이 신문 스크랩과 색인 카드가 지식인의 무기였죠. 지금은 그 지식인들이 수백번의 생을 살아도 못 만들었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추론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더 실용화되면 인간의 지식과 지성은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될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렇습니다. 그런 진보를 신뢰하기에 많은 학자들은 기술과 과학의 진보에 의해 생겨나는 희생자들을 ‘기술적’혹은 ‘마찰적’ 실업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일시적인 마찰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직업을 낳고, 사라지는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새 직업으로 갈아타면서 거기서 새로운 ‘혁신’을 하고,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서 궁극적으론 더 풍요해지리라 믿었습니다. 지금 생겨나는 문제들 역시 궁극적인 풍요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마찰적’인 문제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고통스럽습니다. 지나치게 빠른 기술 혁신 속도에 순식간에 산업 자체가 명멸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 직업이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는 새로운 불안을 안게 됩니다. ‘안전지대’에 있다고 믿었던 전문직들이 일순간에 벼랑에 섰습니다. 아무리 낙원으로 가는 길이더라도 그를 위해 본인이 희생자가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긴 힘듭니다. 생각보다 커져가는 이 갈등을 인류는 새로운 예지를 동원해서 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년을 끌어온 논쟁에서 다시한번 진지한 해답을 고민하는 순간을 우리는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궁극적인 풍요와 행복을 향하는 여정의 중간이라는 점, 결국은 한발 더 앞으로 나갈 것이라는 점은 다짐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관련 기사를 몇 개 소개합니다. [Weekly BIZ] 기계만 믿다간 脫숙련화 함정에 빠진다 [Weekly BIZ] [칼럼 Outside] 컴퓨터 기술이 초래한 21세기 '러다이트 운동' 200年前 역사의 부활 [디지털경제 명암]③ 인간만의 고급 인지·감성 더 중요해진다 ◆ 스포츠 마케팅의 공식 지난주 2면은 로렌조 퍼티타(Fertitta)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회장의 인터뷰였습니다. 네, 종합격투기 UFC 맞습니다. [Weekly BIZ] 여론 뭇매 맞던 UFC, 어떻게 5000억원 브랜드 됐나… 관객과 놀았다 위클리비즈 팀에서 하진수 기자와 온혜선 기자는 격투기 팬입니다. 사실 ‘아직 마이너한 스포츠인데 기사감이 되겠느냐’는 제 의문에 온혜선 기자가 “다른 격투기 단체들이 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게다가 다시 인기를 얻어 부상하고 있는 경영의 비결이 위클리비즈감이 아니면 뭐냐”고 면박을 준 후 인터뷰를 강행했고, 하진수 기자는 이 인터뷰가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에 올라가야 한다고 진지하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전혀 문외한인 저도 오래 전부터 가끔씩 두 사람이 SNS에 올리는 공유 동영상을 구경하다 보니 기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이름을 알 정도는 됐는데, 바로 그게 UFC 부상의 비결이라고 인터뷰는 얘기합니다. 동영상이 공유되기 쉽도록 경기 시간을 짧게 가져가고, 하이라이트 편집에 공을 들인다는 겁니다. 위클리비즈는 이전에도 미국 미식축구 리그인 NFL이나 농구 리그인 NBA의 경영을 기사로 다룬 일이 있습니다. NFL은 커버스토리이기도 했습니다.(스포츠 마케팅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전례가 있기에 하 기자가 UFC 역시 커버스토리감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한 것이죠) [Weekly BIZ] [Cover Story] 스포츠 마케팅의 제왕 NFL [Weekly BIZ] MLB보다 두 배 이상 돈 버는 'NBA 경제학' 대체로 이런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얘기하는 데 엄청난 열정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재미있는 것을 시청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를 놓고 벌인 혁신이 성공의 키워드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NBA의 경제학’ 기사에서 보여주는 경영의 비결은 이번 UFC의 경영전략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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