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서울성곽길, 초등학생도 즐기게 하려면③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1. 오전 1:41
선주성 시티스토리 편집장  | 입력 2013.09.14 chosunbiz.com

트래킹 코스에 머물고 있는 성곽탐방

지난 9월1일, 일요일 낮 인왕산 정상. 북한산 등 서울 근교 다른 산과는 달리 전문 등산복이 아닌 가벼운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성곽 인왕산 구간은 자연 속을 걸으며 좋은 전망도 볼 수 있어 성곽탐방객은 물론 등반객들도 많다.
 서울성곽 인왕산 구간은 자연 속을 걸으며 좋은 전망도 볼 수 있어 성곽탐방객은 물론 등반객들도 많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영숙씨(57)는 친구와 함께 산행을 하기 위해 인왕산을 찾았다. 김씨는 서울성곽 전 구간을 한 차례 돌아보았다. 김씨는 “성곽의 도심구간은 별 이야기거리가 없어 그냥 걷기만 한다면 굳이 도심구간 성곽탐방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인왕산은 자연 속에서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온다”고 하였다.

성곽을 보기 위해 인왕산에 올랐다는 임영희씨(55)는 “도심구간 성곽이 없는 곳을 지나갈 때는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안내지도에 있는 탐방로만 찾아서 걸어 별 재미를 못 느꼈다”고 했다. 

도보여행을 자주 즐긴다는 임씨는 “제주올레길은 코스를 따라가기만 해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지리산 둘레길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데, 도시 여행은 역사와 스토리가 잘 알려지지 않는다면 건물만 보는 것 같아 흥미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서울성곽의 도심구간인 신라호텔과 광희문 사이. 성곽탐방로 구간을 오가며 2시간 동안 성곽탐방객을 찾았으나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2007년 옛 서울의 성곽 전 구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이래 서울성곽은 새로운 서울관광코스로 널리 소개됐다. 하지만 성곽 탐방객들은 가벼운 등산 목적으로 인왕산, 북악산, 남산 등 산악 성곽 코스를 주로 찾고 있다. 
또 낙산 코스 등 일부 성곽구간은 이화마을 등 도심 골목길 코스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고, 성곽의 흔적이 사라진 돈의문~숭례문 구간은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성곽을 소재로 성안팎 마을을 탐방할 수 있는 관광 코스가 다양하게 개발돼 있지 않고, 관련 관광정보도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옛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와 ‘서울 성밖을 나서다’의 저자 이현군 박사는 “현재 서울성곽 탐방 코스 안내는 단선적인 구조여서 한번 하고 나면 굳이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종로구청이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지도’에는 성곽탐방로 중심으로만 안내되어 있어 한번 성곽길을 돌고 나면 새로운 흥미 요소를 찾기 어렵다.

종로구청에서 발행하는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지도.
 종로구청에서 발행하는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지도.
이박사는 “성곽의 안팎 마을은 인간이 만든 시간의 지층”이라며 “성곽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 문화탐방 코스를 소개해야 서울성곽 탐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곽 안팎 마을 탐방 코스의 재미

지난 9월7일 시티스토리 서울탐방팀은 종각에서 출발하여 흥인지문~혜화문~숙정문 성곽라인을 기준으로 성안팎 마을을 둘러보았다. 종각에서 흥인지문까지는 청계천 북쪽 천변길을 따라 걸었고, 흥인지문에서는 성곽 라인에서 성안쪽 마을인 이화마을을 둘러봤다.
이어 낙산공원에서 암문을 통해 성밖을 빠져나가 성밖 마을인 장수마을을 구경했고, 혜화문~숙정문 라인에서는 성밖에 흐르는 성북동천을 따라 성북동 일대를 천천히 즐겼다. 마지막으로 만해 한용운선생이 살았던 심우장이 위치한 북정마을을 성곽을 따라 걸어 와룡공원에 이르렀다.
[서울이야기] 서울성곽길, 초등학생도 즐기게 하려면③
함께 탐방에 나섰던 정정희씨(52)는 “성곽라인만 걷는 단순한 도보여행이 아니라 시장과 성 안팎 마을의 현재 생활, 역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어 성곽탐방에 대한 흥미가 새롭게 생겼다”며 “성곽 주변의 마을과 역사적인 건물, 음식점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시티스토리팀이 서울성곽 낙산구간을 지나 성밖마을 성북동의 최순우 선생 옛집을 둘러보고 있다. 도성탐방 안내가 도성을 중심으로 성 안팎 마을도 연계하여 입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선비즈 시티스토리팀이 서울성곽 낙산구간을 지나 성밖마을 성북동의 최순우 선생 옛집을 둘러보고 있다. 도성탐방 안내가 도성을 중심으로 성 안팎 마을도 연계하여 입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무궁무진한 관광 스토리와 코스 개발의 가능성

서울연구원 반정화 연구위원은 2012년 ‘서울시 도보관광 활성화방안 수립’ 보고서에서 도보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도보여행 시간은 3~4시간 정도이며, 서울성곽 탐방길은 제주올레길 다음으로 도보관광코스로 선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성곽탐방길을 중심으로 연계된 도보관광 코스와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면 제주올레길 못지 않게 한국을 대표하는 도보 여행 코스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비즈 시티스토리팀은 지난 6개월간 매주 토요일마다 성곽을 중심축으로 도성안과 도성밖을 연결하는 다양한 탐방 컨텐츠의 개발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많은 코스를 탐방했다. 
특히 조선시대 한양의 동서와 남북도로의 중심지이면서, 사대문의 통행을 통제했던 종각을 매번 탐방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에 비해 기존 서울성곽 탐방은 모두 8개의 문에서 코스안내를 시작하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 도로의 중심지였던 종각. 단층 건물이 전부였던 한양시대에 종각은 도성에 들어서면 멀리서도 보이는 건물이었다.
 조선시대 한양 도로의 중심지였던 종각. 단층 건물이 전부였던 한양시대에 종각은 도성에 들어서면 멀리서도 보이는 건물이었다.
시티스토리팀은 또 종루을 중심으로 옛 서울을 서북방면, 동북방면,서남방면,동남방면 등 사등분하여 성곽라인을 중심으로 성안팎 마을을 둘러보는 방법을 찾았다. 이어 왕의 길, 전차길,물길, 종교유입의 길, 근대교육의 길 등 역사 테마에 따라 걷기 코스를 설계하고 실제 답사하였다.
예를 들어 종루에서 시작해 종로를 따라 흥인지문을 통해 옛 서울을 빠져나가 망우리를 넘어 동구릉의 태조묘까지 가는 왕의 길을 따라 걸음으로써, 성곽을 따라 걷는 단순함을 넘어서 다양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

한양도성도감 권기홍과장은 “성곽탐방이 단순히 성곽라인만 안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으로 탐방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성곽 주변의 마을과 연계된 코스 개발, 도성 안 서울 관광자원과 연계된 성곽탐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 9월3일부터 11월 중순까지 총 39시간 동안 한양도성 전문해설사 111명에 대한 심화 교육을 시작하였다. 권과장은 첫날 강연에서 “해설사들의 다양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잘 융합하여 성곽탐방이 더 재밌게 될 수 있도록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양도성 전문해설사 심화교육’ 첫 날 모습. 111명의 해설사들은 한양도성 탐방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얻고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9월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양도성 전문해설사 심화교육’ 첫 날 모습. 111명의 해설사들은 한양도성 탐방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얻고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문화 콘텐츠 절실

지난 9월12일, 서울성곽 인왕산 구간 사직단 입구에서 만난 정동욱(34)씨는 “서울성곽 탐방에 대한 정보는 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성곽탐방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검색사이트에서 “서울성곽” “서울 한양도성” 등을 검색하면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 서울성곽의 가장 많은 구간을 차지하는 종로구청이 제공하는 정보도 단편적이라는 평가다. 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한양도성 페이스북 계정(www.facebook.com/SeoulCityWall)은 정보제공의 장이라기 보다는 소통의 장이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또한 단순한 코스 소개와 단편적인 주변 명소 소개에 그치고 있다. 종로구는 ‘종로골목길’과 ‘서울 한양도성여행’이라는 별도의 앱을 운영하고 있어, 성곽탐방과 도심 도보여행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 한양도성여행’과 ‘종로골목길’, 한국관광공사의 ‘서울도보여행’
 종로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 한양도성여행’과 ‘종로골목길’, 한국관광공사의 ‘서울도보여행’
또한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도보여행 앱에는 서울 한양도성 탐방코스가 아예 소개되어 있지도 않다.
서울연구원 반정화 박사는 ‘서울시 도보관광 활성화 방안 수립’ 보고서에서 “서울도보관광에 대한 정보와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이 흩어져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울시가 중심기관이 되어 다양한 도보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종합저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런 지적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 년말까지 서울성곽탐방 종합 정보 제공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서울성곽 종합가이드 북과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시 한양도성도감 권기홍과장은 ”도성 탐방정보는 물론 너무 복잡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가능한 많은 도성 주변 탐방 정보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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