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서울성곽길, 초등학생도 즐기게 하려면②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1. 오전 1:41
선주성 시티스토리 편집장 |  입력 2013.08.30 chosunbiz.com

행정편의 보다는 탐방객 중심 서비스 되어야


지난 8월17일 채동석(49)씨 등 10명이 ‘하루 성곽일주’에 나섰을 때 아침 기온이 이미 30도에 육박했다. 낮 최고 온도는 35도가 예보 되었다. 채씨 일행은 7시 15분 경 종로 보신각에 모였다. 보신각, 즉 종루는 조선비즈 시티스토리팀이 매주 토요일 아침 서울여행을 위해 모이는 곳이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종루라 불리던 보신각은 조선시대 한양 도심의 중심점이었다. 

채씨 일행은 종로 보신각에서 7시30분에 출발했다. 가능한 기온이 덜 올라간 이른 시간에 북악산 코스를 탐방하고자 하였다. 더 일찍 출발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북악산 구간 개방시간이 오전 9시이기 때문이었다.

보신각을 출발한 일행은 천천히 주변을 감상하며 북촌, 삼청공원, 북악산 말바위를 거쳐 북악산코스 출입증을 받는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했다. 이미 땀에 흠뻑 젖었으나 8시 40분밖에 안되었다. 출입문은 오전 9시부터 개방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굳게 닫혀 있었다.

함께 성곽일주에 나선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김장열(54) 교수는 “무더운 한 여름에 9시에 개방한다는 것은 시민 편의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북악산 탐방구간 입구인 말바위 휴게소 앞에서 개방시간인 9시를 기다리는 한양도성 탐방객들.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탐방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 중심으로 계절별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북악산 탐방구간 입구인 말바위 휴게소 앞에서 개방시간인 9시를 기다리는 한양도성 탐방객들.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탐방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 중심으로 계절별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북악산 구간의 하절기(4월~10월) 탐방시간이 오전 10시부터였다.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협의하여 올해부터 하절기 기간을 3월부터,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로 연장하였다. 함께 동행한 ‘옛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저자 이현군 박사는 “하절기 기간을 좀 더 세분화하여 한 여름에는 개방시간을 앞당겨 운영하면 더 많은 시민들이 북악산 성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시민들 중심으로 개방시간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북악산 구간과 인왕산 구간에서의 사진 찍는 방향에 대한 규제 또한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많다. 군은 보안을 이유로 청와대가 나오는 방향의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김교수는 “위성지도가 보편화 되어 있는 시대에 특정 방향 사진촬영 금지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며 “보안이 문제가 된다면 망원렌즈 등 특수 장비를 동원한 촬영만 금지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탐방객 눈높이에 맞는 세밀한 서비스 필요

지난 8월17일 ‘하루 성곽일주’에 참여한 공희정(48)씨는 말바위 휴게소에 받은 성곽탐방 안내지도 뒷면에 4대문 방문확인 스탬프 찍는 빈 칸이 있는 것을 보고 “오늘 다 찍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면서 숙정문 칸에 스탬프를 찍었다.

서울 한양도성 안내지도 뒷면 스탬프 찍는 면. 네 곳을 다 찍으면 완주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서울 한양도성 안내지도 뒷면 스탬프 찍는 면. 네 곳을 다 찍으면 완주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다.
북악산 구간을 지나며 더위에 지쳤다. 창의문에서 인왕산 구간을 지나 돈의문(서대문) 터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어 있었다. 일행들과 돈의문터 설명문을 읽던 중 스탬프를 찍으려고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안내표지도 스탬프 장소도 찾지 못했다. 더위에 지친 일행들을 생각해 그냥 갈 수밖에 없었다.

돈의문(서대문)터 스탬프가 설치된 강북삼성병원 정문 안내실. 유리창 아래 구석에 작게 스탬프 찍는 곳 표지가 있고, 그 옆에 스탬프함이 있다. 인왕산에서 돈의문터 방향으로 탐방하면 전혀 볼 수가 없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갈 때에도 자칫 놓치기 쉽다. 탐방객 눈높이에 맞는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돈의문(서대문)터 스탬프가 설치된 강북삼성병원 정문 안내실. 유리창 아래 구석에 작게 스탬프 찍는 곳 표지가 있고, 그 옆에 스탬프함이 있다. 인왕산에서 돈의문터 방향으로 탐방하면 전혀 볼 수가 없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갈 때에도 자칫 놓치기 쉽다. 탐방객 눈높이에 맞는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성곽 하루에 돌기’ 참여자 중 숙정문 외의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연스러운 탐방 흐름에 맞추어 가면 스탬프 장소 표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도 십여차례 성곽탐방을 하였지만 스탬프 찍는 장소를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공씨는 “스탬프 찍는 것은 성곽탐방의 즐거움을 더 해주는 좋은 아이디어인데,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탐방객의 눈높이에서 실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안내표시와 위치를 잘 보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세밀한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안내표지판 곳곳에서 보인다. 표지판 설치 위치가 3미터 정도 높은 곳에 있어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지도’를 만든 종로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지도 아랫 쪽에 스탬프장소 위치가 적혀 있다”며 “현장 표지판은 서울시가 관리한다”고만 하였다.
또한 조망이 좋은 장소에 대한 안내표지가 없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탐방객도 많았다. 북악산 구간을 처음 온다는 정정희(52)씨는 “안내자 없이 처음 오는 사람은 어디가 좋은 조망 장소인지 잘 몰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탐방로에 조망장소 안내가 있으면 더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악산 말바위에 설치된 서울 전경사진과 설명문. 성곽탐방로 조망이 좋은 장소에 안내표지와 함께 전경 사진을 비치해 건물이나 지형을 설명해주면 서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북악산 말바위에 설치된 서울 전경사진과 설명문. 성곽탐방로 조망이 좋은 장소에 안내표지와 함께 전경 사진을 비치해 건물이나 지형을 설명해주면 서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하루 성곽일주’에 함께 나선 김두봉(53)씨는 “북악산이나 인왕산 같이 서울을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에는 전경사진을 비치해 지형과 건물 이름을 알게 안내해주면 서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시 한양도성 관계자는 “명소 안내 등 과도한 표지판은 도성 보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안내판 정비계획이 수립되면 적정 수준으로 설치하고, 그 외 정보는 홈페이지나 책자와 연계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