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서울성곽길, 초등학생도 즐기게 하려면①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1. 오전 1:40

선주성 시티스토리 편집장 runman@penmedia.co.kr | 입력 2013.08.24 chosunbiz.com

최근 서울성곽을 찾는 탐방객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 또한 성곽길을 걷다 보면 지도를 들고 성곽탐방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서울성곽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목표로 전 단계인 잠정목록(tentative list)에 올라 있다.

조선비즈 시티스토리팀은 지난 6개월간 성곽의 전 구간을 구석구석 답사했다. 지난 8월17일에는 성곽탐방을 처음 하는 사람, 외국인, 전문가와 동반하여 성곽일주를 하면서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하였다. 서울성곽이 탐방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갖추기 위한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수회에 걸쳐 연속 게재한다.

서울성곽의 공식명칭은 2011년 7월23일 문화재청 문화재 명칭 변경으로 ‘서울 한양도성’, 영문으로는 ‘Seoul City Wall’이라고 불리나 기사에서는 오래 동안 통칭으로 사용된 서울성곽을 사용하였다. /편집자

서울성곽은 세계에서 최장 기간(514년간). 최장 기간 도성 역할을 수행한  자랑스런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최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사진은 북악산 구간의 성곽 바깥쪽 모습.
 서울성곽은 세계에서 최장 기간(514년간). 최장 기간 도성 역할을 수행한 자랑스런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최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사진은 북악산 구간의 성곽 바깥쪽 모습.

빤히 바라보고 10분 이상 돌게 만드는 성곽길

건축가 채동석(49)씨와 10명의 일행은 8월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종각에서 출발해 서울성곽을 한바퀴 도는 성곽일주을 시작했다. 채씨는 숙정문, 돈의문터, 숭례문, 흥인지문을 거쳐 오후 5시쯤 낙산구간의 마지막 지점인 가톨릭대학 뒤편 성곽 끝에 이르렀다.

성곽탐방을 처음하는 채씨는 공식안내지도가 알려주는 한성대입구역 지하보도 통과가 싫어 ‘ㄷ'자 형태로 건널목 세 개를 넘어 혜화문에 이르렀다. 신호까지 기다리느라 10분 이상 걸렸다. 무더위에 지친 채씨는 길 건너 빤히 보이는 혜화문을 10분 이상 우회하게 만드는 탐방로가 이해되질 않았다. 이는 낙산구간과 혜화문 사이를 바로 건너는 건널목이 없어 한성대입구역이나 혜화동 로터리 쪽으로 멀리 돌아서 건너야 하기 때문이었다.

서울성곽 낙산구간~혜화문
 서울성곽 낙산구간~혜화문

서울성곽길 코스에는 이처럼 길 건너 눈 앞의 탐방코스를 두고 멀리 우회해야 하는 구간이 여러 곳 더 있다. 동대문(흥인지문)과 낙산구간을 잇는 구간도 횡단보도가 없어 신호등을 계속 기다려가며 ‘ㄷ’자 형태로 종로를 건너야 한다. 또 정동과 서소문 터를 잇는 구간 역시 멀리 고가도로 밑 건널목을 통해 돌아서 가야 서소문터에 이를 수 있다. 모두 탐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구간이다.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의 저자 이현군 박사는 “성곽탐방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보행자 중심의 길 체계가 중요하다”며 “특히 낙산~혜화문 사이와 동대문~낙산 사이 구간은 횡단보도를 빨리 설치하거나 성곽을 형상화 한 구름다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성곽길, 더 친절하게 안내해야

이날 채동석씨와 함께 성곽한바퀴 돌기에 나섰던 일행은 오후 1시쯤 강북삼성병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 돈의문~숭례문 구간에 접어들었다. 채씨 일행은 지도에 표시된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순화동 평안교회에 이르는 정동길을 걸었다. 채씨와 같이 성곽탐방이 처음인 오현금(55)씨는 “성곽관련 아무런 표시가 없어 성곽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성곽탐방로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성곽 탐방로 정동구간. 성곽구역에 건물이나 학교가 들어서 성곽 흔적을 찾을 수 없고 탐방로 또한 성곽라인에서 많이 우회해야 한다. 그러나 길 어디에도 성곽표지가 없어 성곽의 느낌을 가질 수 없고, 탐방로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서울성곽 탐방로 정동구간. 성곽구역에 건물이나 학교가 들어서 성곽 흔적을 찾을 수 없고 탐방로 또한 성곽라인에서 많이 우회해야 한다. 그러나 길 어디에도 성곽표지가 없어 성곽의 느낌을 가질 수 없고, 탐방로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돈의문터에서 서소문 구간은 일제시대 돈의문, 소의문(서소문)이 헐리고 성곽 위에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성곽길이 완전히 사라졌다. 18.6 km에 이르는 서울 성곽길 중에서 건물, 도로 등에 의해 훼손되거나 가려진 구간은 약 5km에 이른다.

이중 정동구간과 신라호텔 뒤에서 흥인지문(동대문)까지 이어지는 1.7km의 구간은 성곽의 흔적 조차 남아 있지 않다. 코스가 복잡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탐방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매주 토요일 오전 서울성곽길을 걷고 있다는 이상구(46) 인터메이저 대표는 “성곽이 훼손되어 건물이 들어선 구간에는 탐방로에 성곽의 흔적을 표시해주면 성곽탐방의 맛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런 구간일수록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일방향 안내만 있는 무성의한 표지판

채동석씨 일행은 이날 숙정문에서 시작해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 순으로 도는 일주 코스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인왕산 구간을 마치고 남산구간으로 가기 위해 사직터널 위 성곽구간을 지나 골목길 삼거리 앞에 이르렀다. 안내지도를 가지고는 정확한 길을 알 수 없었다. 표지판도 안보여 우왕좌왕 했다. 

인왕산에서 사직터널 위 성곽구간을 지나 월암공원으로 가는 홍파동 골목길 삼거리. 성곽탐방코스는 왼쪽 골목길로 가야 하나 안내표지가 없어 직진하여 탐방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인왕산에서 사직터널 위 성곽구간을 지나 월암공원으로 가는 홍파동 골목길 삼거리. 성곽탐방코스는 왼쪽 골목길로 가야 하나 안내표지가 없어 직진하여 탐방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은 성곽탐방 방향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인왕산 방향으로 가는 탐방객에게만 맞춰져 있어 반대방향에서 오면 발견하기 힘들다.

장충동구간 주택가 골목에서 광희문으로 가는 삼거리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곳은 반대방향 탐방안내 표지판 조차도 안내지도의 탐방로와 다른 루트로 인도하고 있다.

한쪽 방향으로만 안내되는 표지판 뒷면은 반대 방향 탐방로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방향표지를 지워 놓았다.
 한쪽 방향으로만 안내되는 표지판 뒷면은 반대 방향 탐방로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방향표지를 지워 놓았다.

서울시의 성곽 담당부서인 한양도성도감 관계자에 따르면 한양도성 18.6킬로미터 구간에 여러 단체에서 설치한 표지판이 45개 종류 362개가 있다고 했다. 디자인 일관성이 없고, 탐방객 중심의 안내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탐방로 방향안내 표지는 북악산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만 설치되어 있다.

이번 성곽 하루에 돌기에 함께 나선 정정희(52)씨는 “성곽탐방은 자유롭게 코스와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며 “처음 오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방향표시와 안내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일행인 김두봉(53)씨는 “제주올레길과 같이 갈림길은 물론 중간중간 표식을 설치해 내가 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주올레길은 지형과 조건에 맞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양방향 안내를 하고 있어 지도 없이도 탐방이 가능하다. 서울성곽길도 도시 조건에 맞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탐방로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표시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제주올레길은 지형과 조건에 맞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양방향 안내를 하고 있어 지도 없이도 탐방이 가능하다. 서울성곽길도 도시 조건에 맞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탐방로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표시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한편 서울시 한양도성도감 관계자는 지적된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2012년 5월 발표된 ‘서울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종합계획’에 따라 표지판 디자인과 설치 방법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