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산골고개, 서울 유일한 광산이 있는 곳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1. 오전 1:48

선주성 시티스토리 편집장 | 2013.08.09 ChosunBiz.com

산골(山骨)은 녹반...녹번동은 산골고개 한자이름에서 유래
녹번동 산골, 조선시대에도 효능 좋아 유명


서울에 지금도 운영되는 광산이 있다. 서대문구와 은평구의 경계지점인 ‘산골고개’에 있는 산골판매소. 산업통상자원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서울 지역 유일한 광산이다. 산골이라는 광물질을 채취하는 곳이다. 생골(生骨)이라 불리기도 하는 산골은 한방에서 뼈를 다쳤을 때 치료 효능이 있다는 자연동(自然銅)이다.

홍제역에서 녹번역으로 가는 통일로 중간 버스정류장에 이르면 버스 안내방송이 ‘산꼴고개’라고 흘러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두메산골의 산골로 알아 듣는다. 하지만 산골고개의 산골은 ‘산꼴’이 아니라 광물질 산골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고개 주변에 산골이 많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고개를 녹반현(綠礬峴) 또는 녹번현(碌磻峴), 녹반이고개, 산골고개라고 불렀다. 수선전도 등 여러 고지도에도 녹반현이 뚜렷하게 표시되어 있다. 지금의 녹번동 지명은 녹번현(녹반현)에서 유래했다. 
 

수선전도(首善全圖) 중 녹번현 부분. 지도 가운데 산모양 표시 중간 부분에 녹반현(綠礬峴)이라는 지명이 분명하다.
 수선전도(首善全圖) 중 녹번현 부분. 지도 가운데 산모양 표시 중간 부분에 녹반현(綠礬峴)이라는 지명이 분명하다.
산골고개를 제대로 느껴 보려면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녹번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목포에서 의주까지 가는 1번 국도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서 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가는 사신과 물류가 지나다녔던 핵심도로인 의주대로였다. 
옛 사람들의 발길처럼 홍제동 사거리에서 녹번동 쪽으로 자동차 진행방향 인도를 따라 산골고개를 올라보자. 지금의 산골고개는 무악재와 마찬가지로 차선을 넓히면서 고개 정상부를 5~10미터 정도 깎아 내서 옛 사람들이 다녔던 길만큼 높지 않다. 고개 정상이 서대문구와 은평구가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어서 “안녕히 가십시오. 서대문구” 표지판이 크게 서 있다.

이 곳에서 양 쪽 산허리를 보면 고개를 깎아내기 전 얼마나 높았는지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산골고개 정상에서 ‘산골판매소’ 돌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산골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면 이 표지판이 옛날에 있던 주막이나 간이 매점터를 안내해 주는 표지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광산의 돌간판인 것이다.
산골고개 정상부에 있는 산골판매소 돌간판과 산골판매소 광산 입구.
 산골고개 정상부에 있는 산골판매소 돌간판과 산골판매소 광산 입구.

돌간판 옆 계단으로 올라가 산 중간에 있는 동굴 입구로 들어서면 광산의 서늘하고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산골판매소는 193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산골을 캐고 판매하는 광산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곳 주인인 김성환(92)씨의 아버지(김영신)가 시작했고, 지금은 주인 김씨의 아들이 판매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이 앞 도로가 넓혀지기 전에는 산골고개가 훨씬 높았고, 광산도 훨씬 컸다. 지금은 산골판매소가 도로보다 한참 높지만 예전에는 도로와 거의 같은 높이에 있었다.” 아버지가 주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은 절대 밝힐 수 없다고 하는 아들의 말이다.


필요할 때마다 인부들을 시켜 산골을 캐낸다는 산골광산 갱도는 깊이가 70여미터 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비가 많이 와서 갱도에 물이 많이 차 있었다.

산골의 결정체. 산골은 결정체로 판매되거나 분말로 만들어 판매된다. 실제로 보면 푸르스름한 빛이 보인다.
 산골의 결정체. 산골은 결정체로 판매되거나 분말로 만들어 판매된다. 실제로 보면 푸르스름한 빛이 보인다.
“이곳 산골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자연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자연동 보다 구리 함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번현의 산골은 옛부터 품질이 좋고 많이 나와서 유명했다. 지금도 입소문을 듣고 하루에 서너명 찾아오기 때문에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들이 덤덤하게 이야기 했다.

산골판매소를 6,7년 만에 방문했다는 박상진(51) 은평향토사학회장은 “어머니도 가끔 이곳에서 산골을 사서 드셨다”고 하였다. 박회장은 “숙종 때 북한산성 축성 당시 다친 인부들을 치료하기 위해 녹반현의 산골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녹번동 이름의 유래가 된 산골고개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산골고개 표지석. 이 표지석은 산골판매소 길 건너편 도로 옆에 있다.
 산골고개 표지석. 이 표지석은 산골판매소 길 건너편 도로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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