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정독도서관, 꽃과 분수가 있는 북촌여행의 휴식처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1. 오전 1:52
선주성 시티스토리 편집장   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 2013.04.28 ChosunBiz.com
 
정독도서관 / 사진=허미연 조선비즈 인턴 기자
 정독도서관 / 사진=허미연 조선비즈 인턴 기자
옛 경기고 건물 그대로 보전...운동장은 정원으로 바뀌어
북촌관광객의 휴식처로 인기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리기 위해 인왕산을 바라봤던 자리, 바로 종로구 화동에 자리잡고 있는 정독도서관의 정원이다. 1900년 개교한 경기고등학교가 1976년 강남구 삼성1동으로 이전하면서, 옛 학교 건물에 정독도서관을 개관했다.

정독도서관은 안국동 풍문여고 앞 감고당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만나는 첫 번째 네거리 오른쪽 언덕에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 고개 주변에 붉은 흙이 많아 고개 이름을 홍현(紅峴)이라고 불렀으며 궁중의 화초를 키우던 장원서가 있었다고 한다. 정독도서관이 위치한 구 경기고 자리는 근대 조선 개화파였던 김옥균, 서재필, 박제순의 집터였다. 

정독도서관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북촌여행객의 쉼터이기도 하다. 물이 춤추는 분수대, 물레방아가 도는 연못, 계절마다 변화하는 꽃과 나무 등 아름다운 주변 경관은 이곳의 자랑이다. ‘품행제로’, ‘그남자의 책 198쪽’ 등 영화의 단골 촬영지이며, 북촌 중심부에 위치해 북촌 탐방길의 중심축이자 관광객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등록문화재 2호인 정독도서관 건물은 옛 경기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기다란 복도, 같은 크기의 교실이 줄이어있는 전형적인 학교 건물이다. 사료관동은 1927년에 지어졌고 도서관과 휴게실동은 1938년에 지어졌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로 건축 당시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스팀난방시설도 갖췄다. 

책 ‘도서관 산책자’를 쓴 건축가 이치훈 소사이어티 오브 아키텍처 소장은 정독도서관 건물에 대해 “높게 솟은 중앙 입구, 사각형 창을 중심으로 질서 있게 구성된 건물 전면 등 근대의 표준 양식으로 이뤄진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 양식적으로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공간이 갖고 있는 장소성과 시간성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70)에게 정독도서관은 남다른 곳이다. 젊은 시절 꿈이 자라던 공간이며, 지금은 토요일마다 들려 책을 읽는 쉼터다. 경기고 58회 졸업생 김 교수는 지금의 정독도서관 건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김 교수는 지금도 매주 토요일 1시면 정독도서관을 방문한다. 10년 넘게 정독도서관 근처에서 절친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만나 함께 토론을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 때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서서 교장선생님 훈화를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실 다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왼쪽을 보니 인왕산이 보이더라고. 나중에 그 자리가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린 자리였다는 걸 알았죠." 그는 "공자의 논어, 보들레르의 시, 토인비의 역사연구 등 많은 책들을 그곳에서 읽었다"고 했다.

정독도서관은 근현대 서울 도시계획의 산물이다. 1970년대 중반 서울시는 구도심의 인구를 분산시키고 강남지역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종로, 중구에 위치한 많은 고등학교들이 지금의 강남 지역으로 옮겨갔다. 정독도서관 명칭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 정(正)자를 따온 것이다. 


정독도서관 행정지원과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액자/ 사진=허미연 조선비즈 인턴 기자
 정독도서관 행정지원과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액자/ 사진=허미연 조선비즈 인턴 기자
경기고등학교 건물이 화동에 그대로 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손정목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명예교수(86)는 “정독도서관은 당시 경기고 동문들의 반발에 대한 무마하기 위한 타협책”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고를 강남구 삼성동으로 옮기는 대신, 교사를 허물지않고 그대로 보전해 도서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셈이다. 

김석철 교수는 “정독도서관은 역사도시 서울의 정경과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볼 수 있는, 이제는 그리 많지 않은 장소"라며 “단순히 경기고 자리가 아니라 대한제국 시절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갖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도서관은 지적 스파클링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며 "정독도서관이 창조와 혁신이 일어나는 공간,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서관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정독도서관 벚꽃길과 건물 입구/사진=허미연 조선비즈 인턴 기자
 정독도서관 벚꽃길과 건물 입구/사진=허미연 조선비즈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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