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북창동길, ‘풍류의 거리’로 변신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1. 오전 1:55
허성준 기자   강지혜 인턴기자 | 2013.06.01 ChosunBiz.com

나라 곳간 있던 곳에서 유흥가의 대명사로, 지금은 관광특구로 재도약을 꿈꾸는 곳, 북창동. 그 중심지인 북창동길의 공식행정명은 남대문로 1길이다. 새 주소명 체계에 따르면 남대문에서 시작돼 종각사거리에서 끝나는 남대문로 북쪽 첫 번째 길이다. 새 주소 체계는 ‘로’ 또는 ‘대로’라 불리는 큰길의 서쪽에서부터 북쪽 길은 홀수로, 남쪽 길은 짝수로 번호가 매겨진다. 


북창동(北倉洞)의 명칭은 조선시대 선혜청(宣惠廳)의 북쪽 창고, 즉 북창이 있던 것에서 유래했다. 선혜청은 조선 중기 대동법 시행에 따른 쌀(대동미)과 베(대동포), 돈(대동전)을 관리하던 관청으로 지금의 숭례문 수입상가 자리에 있었다. 수입상가 입구에 표지석이 있다. 대동미로 녹봉을 받은 관리들은 주변 장터에서 옷감 등 생필품으로 교환했다. 이 시장이 확대돼 숭례문 근처에 큰 상권을 형성했다. 북창동도 그 중 하나였다.
▲ 남대문(숭례문) 수입상가 입구에 있는 선혜청 터 /사진=강지혜 조선비즈 인턴기자
 ▲ 남대문(숭례문) 수입상가 입구에 있는 선혜청 터 /사진=강지혜 조선비즈 인턴기자
북창동은 구한말 큰 변화를 겪는다. 1882년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 상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북창동에는 이때부터 화교거리(차이나타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북창동길 주변은 1980년대 중반까지 155명 정도의 화교들이 식자재 도소매상, 중국집, 이발소 등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서울 한복판의 마지막 차이나타운이었다. 현재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남대문로 쪽에서 북창동길로 들어서면 중국 식자재 도소매 상점 몇 곳이 장사를 하고 있다. 화교들이 이곳을 떠나게 된 이유에 대해 한성화교협회 관계자는 “화교들에 대한 정부의 억압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 옛 화교거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중국 식자재 상점 /사진=강지혜 조선비즈 인턴기자
 ▲ 옛 화교거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중국 식자재 상점 /사진=강지혜 조선비즈 인턴기자
북창동길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70~1980년대. 공화당사, 상공회의소 등 정치와 경제 조직체가 모여들었을 때부터다. 이때 북창동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풍경이 달랐다. 새벽 4시부터 6시까지는 인력 시장이 열렸다. 남대문 등지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차가 못 지나다닐 정도로 빼곡히 거리를 메웠다. 점심때가 되면 시청 근처 회사원들이 몰렸다. 저녁엔 술을 마시러 오는 직장인으로 붐볐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창동은 유명한 음식점골목, 유흥거리가 됐다.

북창동길은 1987년 6월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을 때 소위 ‘넥타이 부대’가 누비기도 한 길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가 받아들여진 6월29일에는 상인들이 무료로 커피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한 강철규(54)씨는 이때를 회상하며 “북창동 만두집들도 무료로 음식을 주고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늦게까지 북창동에서 기쁨의 술잔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밤 11시 30분의 북창동 거리 /사진=강지혜 조선비즈 인턴기자
 ▲ 밤 11시 30분의 북창동 거리 /사진=강지혜 조선비즈 인턴기자
북창동길에 ‘퇴폐’ 유흥업소가 물 밀듯이 들어선 것은 1990년부터 2000년 초반의 일이다. 이로 인해 북창동길은 지금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못 벗고 있다. 북창지역관광특구협의회 민병렬(62) 회장은 “많을 땐 북창동 길에만 100개 이상의 업소가 있었다”며 “지금은 다 떠나고 10여개 정도밖에 없는 데 아직도 북창동을 유흥업소 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피해를 보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북창동길은 명동과 남대문 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르면서 제2의 부흥기를 엿보고 있다. 이곳은 2000년 명동, 남대문과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다동과 무교동까지 확장한 관광특구로 재조정됐다. 이 길 주변에는 올해만 8개의 관광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민 회장은 “북창동은 퇴폐업소 밀집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며 “북창동길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음식거리’·‘풍류거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웅 조선비즈 연구원
 그래픽=최지웅 조선비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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