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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클라우드쇼] "대학 교육의 식민지화냐, 새로운 기회냐"

게시자: 남호준, 2014. 9. 5. 오후 6:06
류현정 기자 | 2014/09/04 19:45:00

 
“무크는 문명사적 변화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무크가 대학 교육의 식민지를 촉진시킬 것이다.”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4’에서는 ‘무크(MOOC) - 글로벌 티처, 글로벌 스튜던트’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무크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와 학생들은 “무크가 고등 교육의 큰 트렌드”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한국형 무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 각론 부문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무크란 누구나 온라인으로 양질의 대학 강의를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좌를 말한다. 최근 미국의 내로라 하는 명문 대학들이 앞다퉈 인기 강좌를 온라인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토론회에는 김형률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겸 디지털 휴마니티즈 센터(KCDH) 소장, 이태억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KAIST 교수 겸 교수학습혁신센터장, 이태림 한국방송통신대학 정보통계학과 교수, 하산 아비드(Hassan Abid) 글로벌 무크 캠퍼스 개발자, 유태선 KAIST 박사과정 학생, 정광호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방사선종양학교실) 조교수가 참여했다. 김형률 교수, 이태억 교수, 이태림 교수는 무크를 비롯해 온라인 강좌 시스템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무크 시대 대학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으며 하산 아비드 개발자, 유태선 KAIST 박사과정 학생, 정광호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는 원격 강의를 수강한 학생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는 첫번째 기조 발언에서 “무크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같은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종교개혁을 일으켰고 인터넷 덕분에 모든 사람이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면서 “무료로 강의를 듣고 구직 시장에서 수료증을 인정받는 무크로 등록금을 받고 학점을 제공하는 대학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무크를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률 교수는 “국내 학생과 해외 학생이 함께 만나 온·오프라인에서 스터디 그룹을 꾸리고 튜터링 시스템을 만들면 이런 장벽은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억 카이스트 교수는 이어진 기조 발언에서 “무크가 대학과 교수의 ‘클라우드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교수가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 상태를 클라우드(구름)라고 비유한 것이다. 그는 “대학이 사라질거냐 교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역할은 변할 것”이라면서 “KAIST는 ‘에듀케이션 3.0’을 추진하고 있는 데, 학습은 온라인으로 하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공계에선 연구실에서 하는 실험 및 실습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무크가 MOOL(Massive Open Online Lab)라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림 방송통신대 교수는 “무크를 교육환경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 교육복지 차원으로 이용하거나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참여하는 한국형 무크(K-MOOC)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수요도 잘 활용하면 한국형 무크를 세계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출신인 아비드 하산 개발자는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무크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파키스탄에 있을 당시 공학분야의 MIT OCW(Open Course Ware·교육공개운동)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접했다”며 “매우 어려운 수업이어서 스터디가 필수적이었으나 당시 포럼 기능이 없어 오프라인 스터디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하산은 “그러나 나중에 퓨처런에서 제공하는 무크 수업을 들을때는 행아웃 기능을 통해 매우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산 개발자는 “무크 수업을 들을 때 온라인 토론에 소극적인 점이 아쉬웠다”면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무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태선 박사과정 학생은 “대학 4학년이 되면 누구나 들을 만한 수업이 없다고 말한다”면서 “무크가 대학 수업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크든 작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학생 입장에서는 학생의 학습 수요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대학은 없고, 그것은 조지아텍 유학 중인 내 친구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수많은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무크에서는 원하는 수업을 찾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정광호 한림대학교 의대 조교수(의학과 방사선종양학교실)가 나섰다. 그는 “원래 전공은 원자력 공학이며 현재 의학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의학 물리학은 의학, 공학, 물리, 생물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해 시간 및 비용 대비 효율적인 온라인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돼 2011년 방송통신대학 정보통계학과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조교수는 “2011년 당시에는 무크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인데,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다른 분야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 방송통신대학의 학위 과정이었다"면서 "최근에는 코세라 등에서 스탠퍼드대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데, 교육 품질은 만족하지만 수료증을 취득하겠다는 목적이 아니어서 직장인으로 완주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에서는 무크를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무크 신청자는 많지만, 수료률은 평균 7%정도다. 100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하면 7명의 학생만 강의를 완주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형률 교수는 “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되는 스터디 그룹과 튜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과 한국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면 언어 문제가 해결돼 수료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태억 교수는 “무크의 수료율이 낮은 이유는 대부분의 수업이 무료라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수강생들이 수료증만이라도 돈을 낸다면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세라의 경우 수료증을 전제로 한 유료 강의 과목인 시그니처 트랙(Signture Track)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속하는 강의의 수료율은 기존 강의에 비해 열 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토론에서는 교육 분야의 국경이 없어지면서 무크가 영미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 제국주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선진국의 우수한 강의들이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저개발국들이 자체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할 기회 자체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청중은 “지금 사실 무크가 문제가 되는 게 교육의 제국주의다. 미국 주도하면서 양질의 교육 제공하지만 결국 대학 중에 무크 강의 올리는 대학과 이용하는 대학은 이원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결국 교육의 종속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인적으로 무크를 이용하는 것은 무료지만, 대학 등 기관이 이용하려면 돈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쇄국정책을 펼쳤다 식민지가 됐던 경험이 있다”며 “제국주의를 우려해 무크를 거부하는 것은 지적 쇄국주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세계 유명 대학 수업과 한국 대학 수업의 질적인 차이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무크의 빠른 도입은 다음 세대의 지적 토양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태림 교수는 무크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무크가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수강 현황이나 진도를 관리해주는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같은 공적 영역의 자금을 기초로 하여 무크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충실한 인터넷 인프라가 IT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었듯이 학습관리시스템의 충실한 구축이 무크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청중으로 참석한 김수현씨(고려대 경영)는 “한국의 경우 대학 입시에 필요한 교육은 EBS와 메가스터디 등 ‘인강(인터넷 강의)’로 잘 돼 있다”면서 “이를 한국형 무크에 접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태억 교수는 “무크의 본래 정신은 모든 것을 자동화한다는 것”이라며 “학생들 서로서로가 지식을 교환하는 것이 본래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럼에도 학생들이 다른 학생에게 상호평가를 의도적으로 나쁘게 주는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 이 기사 작성에는 조지원·김성민·김수현·김나영·이인행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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