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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열풍]① 금융 패러다임의 대전환…소리없는 글로벌 전쟁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28. 오후 8:47
배정원 기자 | 2014/12/29 07:30:00

페이팔·알리페이·애플페이, 글로벌 전자결제시장 각춘전
美·日·유럽, 인터넷 전문 금융사 활성화‥한국은 걸음마


 
최근 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 열풍이 불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모바일 결제, 크라우딩 펀드 등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이처럼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IT 강국인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외 핀테크 사례와 문제점, 육성 과제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2009년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은행은 페이스북과 구글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용 은행이다. 피도르 은행은 페이스북을 통해 계좌 개설 신청을 받고 고객이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올려주는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을 끌어 모았다. 이 은행은 고객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서 일종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질문을 하면 10센트, 다른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면 25센트씩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 만약 자신이 추천한 금융상품에 다른 고객이 가입하면 100유로의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핀테크는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금융사들이 IT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뱅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IT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늘고 산업이 활성화되면 금융서비스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 글로벌 전자결제시장 페이팔·알리페이·애플페이 각축전

현재 핀테크 산업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전자결제시장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일찌감치 전자결제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결제시스템은 사용자들이 한번 선택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기 때문에 결제시장을 장악하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국내의 수많은 ‘해외 직구(직접구매)’족들은 페이팔(Paypal)을 이용해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페이팔이 사용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국내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원화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3~6%에 달하는 환전 수수료가 붙는다.

미국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eBay)가 인수한 페이팔은 1998년부터 간편결제(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매번 카드번호 등을 입력할 필요 없이 간단한 인증절차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 서비스를 시작해 작년에 무려 180조원에 달하는 결제 실적을 올렸다. 페이팔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각각 가상계좌를 두고 이 곳에서 입출금이 이뤄지도록 한다.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은행계좌 등에서 직접 결제하는 게 아니라 페이팔이 제공하는 가상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결제 건수에 따라 출금되는 방식이다.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도 2003년부터 PC와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알리페이를 시작했다. 알리페이 고객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알리페이 계좌를 충전한 뒤 이 계좌로 물건을 사거나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다. 자금 이체도 가능하고 대출이나 펀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알리페이 가입자 숫자는 지난 2013년말 기준으로 8억명이 넘었다.

애플(Apple)도 올 10월20일부터 공식적으로 애플페이(Apple Pay) 서비스를 나섰다. 결제 정보를 애플 모바일지갑인 패스북에 저장하고 나서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애플은 신용카드 번호 등 중요 결제 정보를 자사 서버가 아니라 아이폰 내에 암호화해 저장한다. 결제 시에는 신용카드 번호가 아닌 16자리 가상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카드 정보를 판매자에게 넘겨주지 않아 보안성이 뛰어나다.

시장조사전문업체 가트너는 올해 300조원대를 웃도는 글로벌 모바일 결제시장이 매년 30~40%씩 성장해 2017년에는 80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 미국·일본·유럽, 인터넷 전문 금융사로 핀테크 산업 활성화

해외 금융사들은 IT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업점 없이도 금융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기반 금융사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해외에서는 전자 결제와 송금 뿐만 아니라 대출과 투자, 자산관리 등으로 핀테크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미국 10대 인터넷 전문은행의 총 자산은 4400억달러(약 485조원)에 달하고 총예금은 3039억달러(약 335조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상업은행 시장의 3%에 달하는 규모로 9월말 기준 국내 은행 총자산(2126조원)의 23% 수준이다. 일본도 2000년부터 일찍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허가해 모두 6개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 중이고 유럽은 1995년 영국에서 첫 인터넷 전문은행인 에그뱅킹(Egg Banking)이 출범한 후 작년 말까지 인터넷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인터넷 금융사가 48개로 늘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편의성이 극대화되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핀테크의 활성화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에서 고객의 수요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NP파리바는 지난 2013년 헬로뱅크라는 모바일 전용 은행을 선보였다. 계좌번호를 휴대폰 번호나 QR코드로 대체하고 트위터를 이용해 고객 불편사항을 상담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밀레니엄BCP는 ‘액티보뱅크’라는 자회사를 통해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고객을 잡는 데 주력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14개만 내고, 그 대신에 금리를 많이 줘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가장 발달했지만 핀테크와 관련된 규제가 많아 미국과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해 뒤쳐진 편”이라며 “지금이라도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과도한 금융 규제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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