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

[핀테크 열풍]② 나열하기 조차 힘든 규제…세계 100대 업체중 한국 全無

게시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28. 오후 9:02   [ 2014. 12. 28. 오후 9:03에 업데이트됨 ]
변기성 기자 | 2014/12/29 07:32:00

"보안성 심의 통과하려고 8개월 허비"…출시 타이밍 놓치기 일쑤
금지된 것만 나열하는 네거티브로 가야‥문제발생시엔 처벌 강화


 
"세계적인 기술을 내놓고도 당국 규제에 가로막혀 수년간을 허비했습니다. 그 사이 핀테크시장의 패권은 이미 미국이나 다른 선진시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간편결제업체인 페이게이트 박소영 대표이사의 하소연이다. 박 대표는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보다 앞선 지난 2005년 카드번호와 유효번호, CVC(본인인증코드) 정도만 갖고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의 등에 가로막혀 사업 진출을 수년간 하지 못했다.

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당국의 규제와 씨름하는 사이 세계 각국의 핀테크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인 IDC가 올해 발표한 '2014년 세계 100대 핀테크 업체’중 한국 업체의 이름은 단 한 곳도 없다. 1위를 기록한 뱅킹·결제 관련 IT서비스 제공업체인 미국의 '피넬리티 내셔널 인포메이션 서비스(FIS)'를 비롯해 100대 핀테크 업체 중 절반 정도가 미국 업체다. 인도는 물론 중국 마저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 업체는 찾아볼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T) 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핀테크산업이 처한 현 주소다.

◆ 나열하기 조차 힘든 포괄 규제들

핀테크 사업 추진을 막는 금융당국의 규제는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박관수 다음카카오 본부장은 "당국 규제가 너무 많다 보니 규제를 리스트업하는 것 조차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보안성 심의다. 국내 모든 금융결제 시스템은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에게만 보안성 심의를 해주는데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려면 최소 1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당장 개발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신생 회사로선 구하기 힘든 돈이다. 비대면 거래 금지도 대표적인 규제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은 비대면 본인인증을 금지하고 있어 첫 금융거래 시 반드시 금융기관 창구를 찾아 직원에게 실명 확인을 받아야 한다. '천송이 코트' 문제로 지목된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는 금융실명제에 근거한 것이다.

이 밖에도 ▲금융정보 공유 제한(개인정보보호법) ▲금융기관들의 핀테크 자회사·합작회사 설립 제한(금융지주회사법)이 또다른 대표적인 규제로 손꼽힌다. 가이드라인이나 유권해석 처럼 명문화되지 않는 규제까지 포함하면 수십 가지는 넘는다는 지적이다.

◆ “보안성 심의 통과하려고 8개월 허비”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리스크로 인해 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적절한 사업 타이밍을 놓치는 등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다는 점이다.

한국NFC는 지난해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를 설치하지 않고도 국내 신용·체크카드를 스마트폰에 인식만 하면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특허를 받고도 심의 기관만 쫓아다느라 8개월 넘게 시간을 허비했다. 기술을 개발해 온라인 쇼핑몰에 사업을 제안하니 카드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카드사는 금감원의 보안성 심의 통과를 요구했다.

금감원이 요구한 보안성 심의 기준은 A4용지로 8장으로 세부 항목이 100여개에 달했다. 문서에는 '악성코드 감염 검사 여부 확인', '단말기 분실·도난 대응 절차 확인', '부정거래 탐지 및 모니터링 실시 여부 확인' 등 갓 창업한 스타트업 회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다수였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이사는 "신기술은 시장성도 문제지만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인 뱅크샐러드는 사업자 규정 제한에 묶여 개인 거래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고 기업 거래만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국내 10여개 카드사에서 발행하는 2100여종의 카드 혜택을 분석해 고객의 소비패턴에 맞는 최적의 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설립됐다. 상품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은 사업 모델을 추진했지만 사업자 등록 규제에 가로막혀 직접 중개 계약을 맺지 못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중개인에 속하는 카드모집인은 1개의 카드사 상품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이사는 "카드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기 위해선 10여개에 이르는 산하법인을 별도로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장의 카드에 신용·체크카드는 물론 수십 장에 이르는 멤버십 카드와 사원증, OTP(1회용 비밀번호)를 담을 수 있는 '멀티카드'를 개발한 브릴리언츠의 배재훈 대표이사는 "제품 개발은 다 완료된 상태지만 당국의 규제가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개발한 기술이) 일반 플라스틱 카드처럼 생겼지만 액정 화면은 물론 배터리, 블루투스 기술 등이 집약됐는데, 정작 당국 규제로 시간을 허비하다 타이밍을 놓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가능한 것만 정해주는 포지티브형 규제가 문제"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금융법 체계는 포지티브(Positive·열거주의)형이다. 법에 근거가 있어야 승인이 되는 구조다. IT기업의 스타트업 과정에 참여했던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이사는 "핀테크 업체들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규제 문제”라며 “까도 까도 양파 같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되는 것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한 것으로 목소리다.

규제를 크게 줄이되 사고가 나면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방식이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질 못한다"며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금융규제는 처벌수위가 약하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키우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Copyrights ⓒ ChosunBiz.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