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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과 말단 직원 간 거리 '에어 샌드위치' 줄여야 진짜 수평적 조직

게시자: 이엽, 2016. 7. 10. 오후 9:53   [ 2016. 7. 10. 오후 9:55에 업데이트됨 ]

[7 Questions] "실리콘밸리式 경영하려면" 애플·어도비·로지텍 상담해주는 닐로퍼 머천트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겸 CEO.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겸 CEO.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스니커즈를 신고 회사 내 소파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옆으로 상사가 지나가자 손을 들어 "안녕, 존(Hey, John)" 하며 인사한 후 궁금한 점을 묻는다. 회의 시간엔 각자 손에 맥주나 에너지 음료를 들고 공원으로 나와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흔히 생각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의 근무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에선 실리콘밸리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호칭만 '부장님'에서 '~씨(Mr.)'로 바꾸면 실리콘밸리식 경영이 되는 걸까.

실리콘밸리 혁신의 제인 본드(Jane Bond·007 영화의 특수 요원 제임스 본드의 여성형)라는 닐로퍼 머천트(Merchant·48)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그 방법을 물었다. 애플컴퓨터와 오토데스크 등에서 20년 넘게 일한 후 컨설턴트로 변신해 애플·어도비·로지텍·시만텍·휼렛패커드·노키아 등의 자문에 응하고 있는 그는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는 '싱커스 50'에 2013~2015년 연속 선정됐다.

[7 Questions]
1 에어 샌드위치(air sandwich)를 줄여라

―실리콘밸리 경영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에서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편견 없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회사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지켜야 할 유산(legacy)이 없습니다. 이들은 직급과 직함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합니다. 이 방법은 '에어 샌드위치(air sandwich)'의 틈을 없애줍니다. 에어 샌드위치란, 임원진과 말단 직원의 거리입니다. 기존 기업 문화에서는 주요 의사 결정을 임원들이 하고, 그 실행은 현장에서 말단 직원들이 합니다. 하늘에 있는 분들의 비전을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현실로 바꿔야 합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직원 중 5%만이 자기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 속에서 일하는 것이지요. 전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부서나 직급을 파괴해 서로 빠르게 협업하도록 만든다는 점입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영역이 구분된 일이 생각보다 드물어요. 모두가 '이 일은 내 소관이 아닙니다' 하고 말하기 시작하면 많은 일이 해결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입니다. 실리콘밸리 제품은 대부분 시장이 빨리 변합니다. 신속한 시장 대응은 경계를 넘어 협업이 잘 이뤄질 때 가능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직원을 승진시키는 요인 중 하나도 '내 일이 아닌 다른 영역의 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는가'입니다."

2 직원의 온전한 참여 속에 목표 설정하라

―임원진이 볼 때는 직원이 알면 안 될 중요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부분 회사에서 직원들이 알면 안 될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문제일수록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이렇고 저러니 이렇게 감원해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쪽과, '회사에 어려움이 생겨 구조조정을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쪽 중 어떤 리더를 직원들이 따르고 싶을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계층과 직함을 넘어 모두가 공동 창조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 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던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닐 때 일입니다. 어느 날 저희 팀장은 여러 기능이 포함된 신제품을 며칠까지 만들어 몇 대를 팔자고 선포했습니다. 저희는 막연하게 '저게 가능해?'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죠. 하지만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그 전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기술팀에서 기한까지 그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개발하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세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준비 안 된 신기술만 빼고 제품을 출시한다. 둘째는 불완전하지만 모든 기능을 넣어 출시한 후 나중에 수정 패치를 내놓는다. 셋째는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제품 출시를 연기한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둘째였어요. 당연히 시장에서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고, 그 과정에서 직원도 많이 사직했습니다. 이 사건은 회사가 망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목표가 던져졌을 때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3 통계를 맹신하지 말라

―현장 이야기를 목표에 반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입니까.

"현장 직원들과 일대일로 면담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해외에 있는 직원이라면 직접 통화라도 하세요. 절대 현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외부 컨설팅 자료나 통계, 보고서만 보고 판단하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 영국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거짓말과 빌어먹을(damn) 거짓말, 통계'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이 유명해진 것은 숫자를 왜곡해서 하고 싶은 대로 말하기가 너무나 쉽기 때문입니다. 숫자 역시 어떤 면에서 모호하고 왜곡될 확률도 높은데 대부분의 리더는 필요 이상으로 숫자에 의미를 많이 두고 있어요. 직원 인터뷰야말로 지혜의 보물을 캐는 것입니다. 매출을 내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 판매원들과 이야기하세요. 사업 성장을 막는 요인을 알고 싶다면 고객 서비스 전화 담당자와 이야기하세요. 당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자세히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4 배트맨이 아닌 집사 알프레드 같은 리더가 되라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의 사퇴 여부가 화제입니다.

"메이어의 가장 큰 실수는 일방통행(one way)식 경영을 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정답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강요했지요. 재택 근무제를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이직 금지 동의서를 받았는데, 저에게 물었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했을 거예요. 야후 직원들은 자기 회사 문화에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메이어는 본인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 그들의 문화를 좀 더 이해해야 했어요. 실패하는 리더는 대부분 자신이 성공한 경험을 다음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던 사람입니다. 사실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필요한 리더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배트맨' 같은 영웅 스타일보다, 배트맨이 일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집사 '알프레드' 같은 스타일입니다. 자신보다는 자신의 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야 해요."

5 성공했을 때 미래 혁신을 위한 근육을 단련하라

―혁신할 기회가 온 순간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성공하고 있는 것 같을 때 다음 일의 시작을 고민하세요. 미래가 얼마나 빨리 현실화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에 대비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혁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미래가 다가오는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 '이제 혁신해 볼까' 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때까지는 20년도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인류가 '소셜 혁명'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흘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혁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3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과실을 따고 있는 건 10년도 더 전부터 준비한 기업입니다. 200년 전에는 모두가 장인처럼 일했습니다. 하지만 규모의 효율성은 부족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규모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장인적 재능은 잃어버렸습니다. 앞으로 소셜 시대는 개인의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규모의 효율도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정답 제시형 리더가 최악의 리더

―실리콘밸리에서 최악의 리더는 어떤 리더입니까.

"정답을 제시하는 리더입니다. 그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 알려면 회의를 보면 돼요. 제대로 안 돌아가는 회사는 회의 내내 리더만 말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질문은 없나' 하고 묻지요. 그걸 묻지 않는 리더도 많고요. 그러고 나선 회의를 했다고 끝내지요. 과거에는 임원들이 접하는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많았어요. 간혹 실패한다 해도 사업 변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만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다른 경로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확률도 높아요. 사업 변화의 속도가 빨라 잘못된 판단 한 번이 회사를 망하게 하기도 하고요. 리더가 아무리 똑똑해도 문제 가까이에 있는 사람만큼 다양한 이슈를 알 수는 없어요. 본인이 전략 진행을 막는 병목이 될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참가시키지 않아 매사가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지요. 리더의 목표는 반복적 성공입니다. 성공 한 번에 얽매이지 마세요."

7 멍청한 질문도 하게 만들어라

―회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직원들이 멍청한 질문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부분 회의 때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했을 거예요. 상사가 말을 하는데 '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요. 하지만 대부분 말을 하지 않죠. 내가 잘 몰라서 그러나 보다 싶기도 하고, 말을 괜히 잘못 꺼냈다가 상사의 눈 밖에 나거나, 일이 추가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도 있지요. 그래서 대부분 말을 할 바엔 침묵하기를 택하지요. 심지어 미국 대통령을 지낸 링컨도 '말을 해서 모든 의심을 없애기보다 침묵하면서 바보로 여겨지는 편이 낫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요' 하는 말이라도 나오게 하세요. 직원의 사소한 질문 하나가 전략의 큰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 준비 시간을 너무 길게 잡지 마세요. 회의한다고 파워포인트(PPT)에 화려한 그래픽 넣는 일로 힘 빼지 말고, 오탈자 잡고 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쏟지 마세요.

걸으면서 회의하는 '산책 경영'도 추천합니다. 갑갑한 사무실을 벗어나 걸으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서로 민감한 비판을 해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요.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둘레가 늘어날 뿐 아니라 당뇨나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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