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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 명암]③ 인간만의 고급 인지·감성 더 중요해진다

게시자: 남호준, 2014. 7. 3. 오후 10:29
김수진 기자 | 2014/05/19 13:42:22

 
“로봇은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간에게 복종해야만 한다.”

미래 과학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50년에 출간된 대표 저서 ‘아이, 로봇(I, Robot)’에서 로봇의 3대 수칙 중 하나를 이렇게 제시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간을 위하고 인간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아시모프의 ‘로봇 수칙’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나날이 정교해지는 로봇들의 활약 범위가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인간의 일자리 침범은 물론, 노동권까지 위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위험은 곧바로 생계의 위협으로 이어지면서 디지털 자동화 혁명에 대한 공포는 점점 부피를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에 대한 기계의 우위를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기계의 발달이 점차 인간의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피한 변화지만,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상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 전문가들의 다수는 기계를 통한 자동화와 인간의 노동력은 창의적 대안을 통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 기계와 공존하는 세상…"1·2차 산업혁명 때 겪은 변화의 과정"

신중한 낙관론을 펴는 이들은 지금의 3차 혁명이 피할 수 없는 변화와 도약의 과정이라고 본다. 인류는 앞서 1·2차 산업혁명 때도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농업의 기계화로 농부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공장의 기계화로 공장 노동자가 사라졌다.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무실에 꼭 필요했던 타이피스트들이 컴퓨터의 발달로 자취를 감췄다.

황영헌 KT연구소 상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산업 구조 변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며 결국 인간은 새로운 산업 구조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헌 상무는 “20세기 생산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때 요구되던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은 앞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예전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 분야 대기업이 많은 수익을 냈기 때문에 가장 선망하는 직장이었지만, 이제는 구글과 같은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적은 고용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라고 했다.

'제3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단순 노동 분야의 생산성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산업의 비용은 아주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여가나 즐길거리, 창의력과 관련된 영역 같은, 기계가 할 수 없는 분야에서 고급 인지 능력을 갖춘 인간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산업의 재편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지난 2월 칼럼에서 "이제 암기 실력으로 전과목 A를 받는 학생은 소용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대신 단거리 주자(트위터 등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재빠르게 인식하는 사람)와 마라토너(긴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컴퓨터는 컴퓨터일 뿐”이라며 “인간은 인간적 감성을 유지하며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고, 요점을 파악하는 감각을 길러라”고 추천했다.

결국 3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세대에게 주어진 임무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정지훈 IT융합연구소 소장은 “대량 생산 기기의 등장으로 단순 노동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 운영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단지 일의 형태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역할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 주목받을 산업 분야·직업군

따라서 앞으로 기계에 의해 대체될 일자리에 미련을 갖기보다 새롭게 열릴 가능성의 영역에 투자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3일 "직업은 더 복잡하고 세분화될 것"이라며 "또 전문성, 협동성, 지속성 등이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 변화 전망을 토대로 미국의 문화 전문 마케팅 기업 스팍스앤허니는 미래에 생길 새로운 직업 18가지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추천해주는 '개인 디지털 큐레이터', 미생물을 통해 개인의 영양 균형을 조절해주는 '미생물 밸런서', 기업의 딱딱한 조직 문화를 파괴하고 새로운 문화 창조를 돕는 '기업 파괴자' 같은 직종이 포함된다.

또 개인의 새로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호기심 선생님', 비트코인 등 일반 화폐가 아닌 새로운 화폐를 통한 투자를 돕는 '대안 화폐 자문인', 도시의 자투리땅에서 농사를 짓는 법을 알려주는 '도시 유목민', 3D 프린터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제조하는 법을 알려주는 '프린팅 전문가'도 있다. 온라인상에 지나치게 노출된 개인 정보를 삭제해주는 '디지털 사망 매니저’도 새로 떠오를 직종으로 꼽힌다.

캐나다 학술기구인 CSTP는 "고령화와 이주민 증가로 국경이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도래하며 이에 적합한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직업들은 좀 더 개인적이고 안정과 안보를 위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CSTP는 "기술 발달로 일부 일자리들이 사라지겠지만, 대신 사회적 네트워크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일자리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또 기술 진보로 위협받을 수 있는 개개인의 사생활 정보 보호와 관련된 일자리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 새 세상에 맞는 사람으로 거듭나기…교육의 중요성

이런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계와의 경쟁’ 공동저자인 MIT 경영대학원 앤드류 맥아피 교수와 브린욜프슨 교수는 기계와 공생할 수 있는 19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저자들은 교육 투자로 중간 계층과 이민층을 포함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분야에는 이미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OOCㆍMassiv Open Online Courses)'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하버드대, MIT 등 세계적인 대학들이 무크에 참여하고 있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앞으로 5년 내에 세계 유명 대학이 제공하는 무크 강좌가 무섭게 늘어날 것이며, 이를 통해 대학 학비가 절반 이상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과목들도 추가되고 있다. 최근 서양에서는 중·고등학교에 컴퓨터 코딩 수업이 도입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코딩을 읽기, 쓰기, 수학처럼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포함시킨 것. 영국에 이어 미국도 코딩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CBS는 8일 "미래에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업들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 직업들은 고유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기술 한가지 만 익힌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전했다.

◆ 정책적 뒷받침도 반드시 필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국가는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통해 국민들이 새로운 산업 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신생기업육성방안인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s)에 서명하며 본격적으로 벤처 기업 육성을 지지했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저서 '기계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기술이 보편화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한 스타트업 창업을 지지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새로운 기술 사업에 대한 규제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고용 보험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들이 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며 "이렇게 성장한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토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유연한 고용 시장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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