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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 명암]② 자동화의 역습…위협받는 인간

게시자: 남호준, 2014. 7. 3. 오후 10:28
정선미 기자 | 2014/05/16 09:48:45

 
장밋빛 유토피아의 개막인가, 전례없는 디스토피아의 시작인가. 디지털 경제를 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들어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좀 더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 국가안전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사실 보도로 올해 퓰리처상을 받은 글렌 그린월드는 지난 13일 세계에 동시 출간한 책 제목을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No Place To Hide)’로 붙였다. 오늘날 디지털 세계에서 ‘사생활’이란 단어는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저서에서 비슷한 진단을 내린 적이 있다.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각종 IT 기기들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해커든 국가든 혹은 그 어떤 조직이든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그뿐 아니다. 운전 중이던 스마트카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고, 통장 속에 들어있던 돈과 가상화폐(비트코인)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일자리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들로 대체되고, 금융은 고도화하면서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디지털 경제는 달콤한 열매와 함께 쓰디쓴 부작용도 유발하면서 지금껏 당연시해온 평온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 기술 혁신이 약속하는 다양한 이점의 상당 부분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편중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더 큰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일상 생활에 침투…아기 방 모니터도 해킹

지난달 28일 포브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한 부부가 한밤중에 아기방에서 낯선 남성의 목소리를 듣게 된 사건을 보도했다. 익명의 해커가 아기 침실에 설치된 무선 CCTV를 해킹한 후 소리를 질러 아기를 깨운 것이다. 이 해커는 아기 울음소리에 놀라 침실로 달려온 부모를 카메라를 통해 보고, 이들을 향해 음담패설까지 내뱉었다. 10개월 된 딸이 안전하게 잘 자는지 지켜보기 위해 설치한 무선 CCTV가 가정을 위협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둔갑한 사례다.

해킹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을 위협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위험 중 하나는 노트북, PC 등에 장착된 웹캠 해킹이다. 작년 말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전직 직원인 마쿠스 토마스는 FBI가 모든 PC에 있는 웹캠을 사용자 몰래 활성화해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FBI는 지난 수년간 이 기술을 테러와 중대 범죄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은밀히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의 가전제품도 안전하지 않다. 올 초 미국 보안서비스업체 프루프포인트는 작년 말부터 전 세계에서 75만건의 피싱메일과 스팸메일이 TV, 냉장고 등을 통해 발송됐다고 밝혔다. 해커들이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가전을 ‘좀비 가전’으로 만든 후 스팸 같은 것들을 보내는 통로로 악용했다.
 
◆ 사람 목숨도 위협…자동차 사고 조정 후 흔적도 지워

자동차도 스마트카로 진화하면서 해킹 위험 지대가 됐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은 자동차를 해킹하고 원격 조종해 브레이크를 조작하고 엔진 시동을 끄는 시범을 보였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자동차를 원격 조종했다는 해킹 흔적까지 없앨 수 있었다. 해커가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발생시키고서 증거조차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 몸에 장착된 의료 장치가 해킹될 경우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심장을 뛰게 하는 펌프나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자동 공급하는 기기가 악의적으로 해킹된다면, 사람을 살리던 기기가 살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 눈앞에서 사라지는 내 돈

금융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웹 보안 콘퍼런스에서 바나비 잭 IO액티브 보안전문가는 ‘잭 팟’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빼내는 시범을 보였다. 이 시범은 현실이 됐다. 미국 연방금융회사검사위원회(FFIEC)는 지난달 2일 “미국에서 은행 전산망을 해킹해 고객 돈을 훔쳐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보안이 취약한 중소은행의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들어 가상화폐로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던 비트코인은 해킹에 더욱 취약하다. 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 마운트곡스는 당시 시세로 4000억원 상당의 85만비트코인을 해킹으로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후 결국 파산했다. 이에 앞서 덴마크의 ‘BIPS’, 체코의 ‘비트캐시’ 등 유럽 비트코인 거래소들도 최대 백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해킹으로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단타 매매는 금융 거래의 편리와 효율을 돕지만, 건전한 투자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초단타 매매란 수백만분의 1초에 이르는 초고속으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반복하는 거래 방식이다. 초고속 통신망과 고성능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작년 4월, 뉴욕 증시는 백악관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거짓 소문으로 1360억달러(139조원)에 달하는 시가 총액이 증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P통신 트위터가 해킹 당해 거짓 소문이 트윗을 통해 전해졌고, 초단타매매가 프로그래밍된 컴퓨터들이 이 소식을 듣고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 국가간 갈등…판옵티콘 논쟁

해킹의 위협은 국경을 넘나들고 정부도 위협한다. 최근 ‘사상 최악’의 신종 버그라는 수식어가 붙은 하트블리드는 캐나다 국세청이 보관하고 있던 개인정보를 빼내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권력이 해킹을 활용하기도 한다. 국가간 사이버전쟁은 이미 현실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의 정보기구들이 자국민은 물론, 독일·프랑스·브라질 등 외국 정상들의 통화와 이메일까지 들여다봤다고 폭로했다.

거대 권력이 국민 사생활을 감시하고, 정부 주도의 도·감청이 판치는 판옵티콘(원형감옥) 세상이 도래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지난달 17일 “생체 인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누군가 우리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전자기기에 달린 웹캠부터 전 세계에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통해 누가 누군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이 점차 발달하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생체 인식 기술 산업은 2020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계에 밀려 사라지는 인간 일자리

고도화된 기술에 밀려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경영자들은 비용이 높고 ‘말썽 많은’ 노동자 대신 기계를 써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추세다. 도요타의 경우 인력의 10% 정도를 로봇으로 대체해 비용과 생산 시간을 4%가량 줄이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기계,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옥스포드대가 발표한 논문을 인용, 미국인의 직종 중 47%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가 나오면 버스나 택시 기사 직종이 없어지고, 추돌사고를 피하기 위한 자동차 센서가 상용화되면 차량 수리 업자 직종도 줄어들 거란 얘기다. 이미 식당 웨이터, 주유소 주유원 등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 인공지능, ‘인류 최악의 실수’ 될 수도

디지털 기술 발전의 수혜층이 양분화되는 것도 문제다. 노인, 빈곤층, 저개발국 국민 등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점차 더 소외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은 약 700만명의 영국 시민이 인터넷을 전혀 이용한 적이 없다는 연구 보고서를 전하면서, ‘디지털 배제(digital exclusion)’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와 앤드류 맥아피 교수는 공동 저술한 책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에서 이런 미래상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마틴 울프 FT 수석 칼럼니스트는 “제2의 기계 시대를 맞아 하위층은 더욱 상황이 나빠진다”며 “소득이 불평등해지면 청년층의 성공 기회도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또한 “소수의 부유층은 나머지 하위층의 삶에 무관심해지며, 거대한 불평등 상황에서 민주적인 시민정신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 혁신으로 인한 삶의 질 변화는 국내총생산(GDP) 지표에 잘 반영되지 않는 데다, 결과적으로 부가 금융사를 비롯한 소수에게 쏠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디지털 기술 뒤에는 위험이 숨겨져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류 최악의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세계열강들이 인공지능 무기를 개발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만약 인공지능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인공지능 무기가 공격목표를 스스로 판단해 제거하는 기능을 갖게 되고, 사람들이 이러한 무기에 대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마지막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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