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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 명암]① 1·2·3차 산업 넘나드는 IT혁명

게시자: 남호준, 2014. 7. 3. 오후 10:27
연지연 기자 | 2014/05/15 08:29:23

 
산업용에 이어 개인용 3D프린터, 무인기에 무인 자동차, 빅데이터 마케팅에 초단타 거래, 비트코인….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행렬은 끝도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의 파급력은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 산업, 세계 경제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인류는 이렇게 또한번 도약하는가. 하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자동화로 인한 생활의 편리와 생산성의 도약, 그 뒤로 인간 노동력의 퇴출과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사이버 금융 재난, 사이버 전쟁 등의 암운이 어른거린다. 전례 없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낳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양면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맛있게 드셨습니까. 오늘의 특선 요리는 새로 나온 3D 프린터로 뽑아 봤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이런 말을 들게 될 시대도 머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첨단 기기가 가져올 변화상을 소개하면서 앞으로는 3D 프린터로 각종 요리를 만들어 먹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금속 가루를 이용해 3D 컴퓨터가 사물을 찍어내듯, 영양소 가루를 이용해 음식을 찍어낼 수도 있을 거란 얘기다. 가디언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실제로 우주 비행사들을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에서 피자 조리법을 내려받아 피자를 찍어내는 날이 올 수 있다”고 했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하나둘 구현되고 있다. 클라우딩 서비스, 빅데이타 같은 첨단 기술 혹은 성과물이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면서 생산성 역시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미국 샌디에고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라메쉬 라오 교수는 지난달 15일 뉴욕타임스(NYT)에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실생활 변화는 지극히 초기 단계다. 앞으로의 변화가 더 무궁무진하다.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라고 했다.

◆ 1·2·3차 산업 넘나드는 IT기술

첨단 IT기술은 오늘날 산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가지를 뻗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분류되던 농업과 낙농업은 IT기술과 만나 대대적으로 변신에 들어간 지 오래다.
 
IT 전문지 테크리퍼블릭(techrepublic)은 9일 “미국 인디애나주의 대형 농장이 빅데이터와 첨단 기술 장비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과거 농부들은 경험에 따라 파종과 추수 시기를 고심끝에 결정했지만, 이젠 컴퓨터 모니터가 단숨에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농작지 곳곳에 있는 센서가 토양의 온도, 수분량, 일조량 등을 수집하고 날씨 전망치까지 고려해 언제 무엇을 심을지 일러준다. 파종 간격까지도 말해준다. 곡식이나 과실이 무르익으면 센서가 알람을 울린다.

낙농업이 주요 산업인 네덜란드는 발빠르게 관련 기술을 농업 부문에 접목시키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벤처기업은 젖소의 사료 섭취와 행동 패턴 등을 기반으로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 낙농업계도 로봇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로봇 유축기 한 대를 들이기 위해 25만달러가 투입되지만 몇 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서 미국 낙농가들이 앞다퉈 로봇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NYT는 지난달 24일 전했다.

헬스케어 부문의 도약도 괄목할 만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에릭 호르비츠 연구원은 임산부의 산후 우울증을 트위터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I(나는, 내가)’와 ‘Me(나를, 나의)’를 트위터 상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토대로 산후 우울증에 걸렸는지 판별해 낸다. 라오 UC샌디에고대 교수는 비디오와 오디오 관찰을 통해 뇌졸중 위험 환자를 구분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정확성이 98%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올해 초 USA투데이는 구글이 무선 칩으로 눈물 속의 당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의 당뇨 관리 법칙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첨단 기기다. 구글 측은 “당뇨 환자들은 혈당수치 검사를 하기 위해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데 이 렌즈를 통하면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SF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무인 자동차는 이제 현실이 됐다. 구글은 지난달 28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무인자동차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구글 측은 카메라, 레이더 센서 등을 부착한 무인자동차가 그동안 70마일(112만km)을 무사고로 운전했다고 밝혔다.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가벼운 접촉 사고로 정비소를 찾을 일도 사라질 지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택배 기사, 버스 기사 등은 놀랄 수 밖에 없는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물류 기업들도 속속 IT기술과 만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드론은 산업 전선에선 ‘배송의 달인’으로 변신 중이다. 빠른 물류 배송을 위해 사람 대신 드론을 사용하겠다는 물류 업체도 늘고 있다. 아마존이 16㎞ 범위 내의 배달에 드론을 쓰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데 이어, 글로벌 물류업체 DHL도 3㎏짜리 물건을 드론으로 시험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물류 기업과 IT기술의 접목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주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영국 제조업체 제니스가 차량의 속도 감지 센서를 장착했더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종전보다 28% 감소했다.

금융 시장에서도 컴퓨터와 자동화는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7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개인 소매 금융 직군이나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직군도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3차 산업혁명, 그 끝은 어디인가
전문가들은 이런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두고 ‘3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IT기술이 산업에 접목되면서 1·2차 산업혁명 당시 이뤄낸 혁신의 결과를 또한번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차 산업혁명의 주축인 증기기관과 2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인 컨베이어 시스템이 제조업 부문의 혁신을 이뤘다면, 빅데이터, 3D프린터 같은 3차 산업혁명의 주역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변화를 동시에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3차 산업혁명의 파장이 찬사뿐만 아니라 논란을 낳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NYT는 최근 IT기술 혁신을 둘러싼 논란은 간단히 말해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할 것인가, 대체할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기술 발전은 인간의 손이나 귀, 눈 등을 보완해주고 도와주는 선에 그쳤지만, 이젠 이를 넘어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한껏 들떠 있다. 앞으로 상상 그 이상의 세계가 펼쳐지며 세상이 진일보할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우려 섞인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간이 일자리를 기계에 뺏기는 세상, 기계가 사람 위에 군림하는 세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해 6월 NYT 칼럼에서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생산성이 높아지면 인류가 더 풍요로워질 거라 믿지만, 과거 산업혁명 당시 바로 일자리를 잃었던 섬유 산업 노동자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썼다.

200여년 전 면방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기계 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기도 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1800년대 당시 있었던 시위를 소개하면서 “1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기술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갈고 닦았던 기술은 기계의 등장으로 하루 아침에 쓸모없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1차 산업혁명의 격변 속에서도 사람들은 기계와의 공존법을 찾아 한 차원 높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기계를 다루는 법에 대한 재교육을 받지 못한 대다수는 기술 장인으로 취급받던 과거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단순 반복 저임금 노동자가 됐다”고 썼다. 결국 21세기 새로운 디지털 기술 혁명의 물결 앞에서 인류는 또 한번 응전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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