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서사BeerUs

BeerUs [침맥 - 시작]

판자촌 아이들은 소문에 민감하다. 

'저쪽 창부 메리가 고객에게 맞아 죽을 뻔 했다'
'다른 구역에서 구걸하던 조시가 남자들에게 끌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같은 소문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판자촌 전체에 퍼진다. 

특히 누가 구걸하던 자리와 같은 정보는 먼저 안 사람이 그 자리를 꿰어 한 번이라도 더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오늘은 특히 더 중요한 정보가 귀에 들려왔다. 어느 실험실에서 간단한 약물 테스트를 거치기만 하면 돈을 준다는 이야기다. 

그 돈이라면 적어도 한동안은 배가 고플 일은 없을 것이다. 


형, 어서 와!!


집에 들어가니 맥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맥은 아직 어리다. 이제 갓 6살이 된 맥은 아직 힘쓰는 일을 하지 못해 내가 맥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렇다고 딱히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맥이 3살 정도 되었을 때, 판자촌 앞에 버려졌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주저앉아 울고 있는 맥을 나는 집으로 데려왔다. 

나랑 같았다. 나도 깨닫고 보니 이곳이었다. 그렇기에 맥에게 더욱 마음이 갔던 것 같기도 하다. 며칠 칭얼거린 맥은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어느새 내 동생이 되어있었다. 


잘 있었어, 맥? 배고프지? 밥 먹을까?


밥이라 해봤자 생선 통조림 하나와 어제 먹다 남은 빵 조각이다. 그럼에도 맛있다는 듯 먹는 맥을 보면 없던 정도 생길 지경이다. 


내일은 형이 조금 늦을지도 몰라. 우리 맥, 집 잘 지키고 있을 수 있지?

많이 늦어...?

그렇게 늦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형 늦으면 먼저 통조림 꺼내서 밥 챙겨 먹고 있어. 알았지?

응! 그래도 같이 먹고 싶으니까, 일찍 와야 해!

알았어, 최대한 일찍 올게. 약속.


날이 밝고, 나는 자고 있는 맥을 두고 집을 나선다. 새벽의 촉촉하고 차가운 공기에 가슴이 시리다. 소문에 의해선 실험에 참가하려면 7시 30분, 역 앞 버스 정류장에 서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허탕이어도 상관없으나, 맥을 위해서 그 소문이 정말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류장에 도착해 역 앞 시계를 바라보니 마침 7시 30분이다. 역시 허탕이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저 멀리 승합차 하나가 다가온다. 정류장 앞에 멈춘 차의 문이 들어오라는 듯이 열린다. 

그리고 나는 차에 올라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