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읽지?


책의 겉 표지만을 보고는 알 수 없을 때, 매번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 읽었을 때,

낯선 책이 고민될 때,


이 문장들을 사-르-륵 훑어보고

결정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을 끌리게 한 문장을 차곡차곡 담아

생각의 범위가 더욱 넓혀지기를 바랍니다.

『고통에 반대하며 : 타자를 향한 시선』/프리모 레비 지음

/북인더갭/2016

884-레48ㄱ (자료실2층)

p.155

인류의 미래는 결국 토양이 경작되고 소가 사육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 몇 가지 분명한 사실에 의해 입증된다. 모든 인간에게는 각기 5헥타르의 땅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중 1헥타르는 개발하기에 너무 춥고, 1헥타르는 거친 산지이고, 1헥타르는 척박하고, 1헥타르는 지나치게 건조하다. 결국 한 사람당 1헥타르만 남는데, 이마저도 현재 겨우 반만 경작되고 있다. 미국 농부 한 사람이 1시간에 대략 곡물 100킬로그램을 생산한다.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칠레 농부는 17명, 파키스탄 농부는 24명, 일본 농부는 50명이 필요하다.

p.312

나는 모든 화학자가 대학교 실험실에 대해 즐겁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곳에서 공동 작업과 관계된 강한 동료애를 키웠을 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마다, 그리고 과정의 마지막에는 더 강렬하게, ‘무언가를 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느낌을 갖고-삶이 가르치기를, ‘무엇가를 배웠다’와는 다른-그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쓰레기』/브라이언 딜 지음/한유주 옮김/플레이타임/2017

848-딜47ㅇ (자료실2층)

p.14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우리는 쓰레기와 쓰레기를 생산하는 정교한 공정으로 세계를 식민화했고, 글로벌화라는 더러운 길을 밟아 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쓰레기와 쓰레기가 되어 버린 인간의 삶을 창출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이 쓰레기들이 다음에 가야 할 곳을, 혹은 쓰레기가 더는 갈 곳이 없다면 이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p.61

지구온난화가 우리 일상에 한층 확연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미미함 및 우리가 미치는 영향력의 미미함은 불현 듯 우리가 집단적으로 초래한 파국의 일부로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그 결과 우리가 만든 쓰레기가 힘과 폭력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는 속도가 한층 빨라져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처럼 보인다.

.... 이제 우리는 전 지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아주 작은 것들의 공포와 취약함을 체험하고 있다.

p.83

우리는 재난 관광이라는 것을 통해 실업, 빈곤, 과잉 치안,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느린 유형의 폭력을 통해 매이매일 삶을 망가뜨리는 매우 비낭만적인 형태의 쓰레기들이 초래한 피해를 점검해야 하고, 게토 관광이라는 것을 통해 해당 도시의 주요 관광지와 대조를 이루는 혐오스러운 장소들, 인간이 만든 쓰레기 공간들을 상쾌한 기분으로 둘러보면서 안락의자에 앉은 인류학자처럼 되어야 한다.

p.88

생산을 지속적으로 가속화하는 사회는 경제가 위기를 겪고 붕괴하는 시대로 회귀할 때조차도 계속해서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고 신용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즉 이러한 사회는 생산 과정들(자원 추출, 노동, 조직)의 구체적 본성이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자신이 배출한 갖가지 쓰레기가 초래한 현실과 파장을 완화시키거나 억제하려 애써야 한다.

『100 인생 그림책』/하이케 팔러 글/발레리오 그림/김서정 옮김

/사계절/2019

853-팔294ㅂ (자료실2층)

p. 9

아메리카. 이탈리아. 베를린. 휘텐발트. 지중해.

스머티노제 섬. 카이저 빌헬름 섬.

군 굼파스. 틴타겔. 잉골슈타트. 북극.

세상은 얼마나 넓은지 몰라!

p. 81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 순간을 세고 있다고?

p. 99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김선영 지음

/에이엠스토리/2017

818-김54무 (자료실2층)

p. 162

네덜란드에도 ‘멀리 사는 친구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이웃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이웃의 날’이라는 행사가 열린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이웃들을 만나 다과도 즐기며 친목을 다지는 행사다. 비단 이웃의 날이 아니더라도 이웃집에 가서 편하게 차나 커피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매우 흔하다.

p. 176

위계질서가 없는 네덜란드의 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건국의 아버지인 오라녜 왕자는 다른 유럽의 왕족과 다르게 일반인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펍과 같은 곳을 찾아 술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그의 후손들도 다른 나라와 달리 특권 의식이 거의 없는 편이다.

p. 192

네덜란드의 대학생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는다. 부모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주택보조금,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학습 지원금 등이 그 예다. 여기에 대중 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학생 전용 교통 카드 혜택도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공부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 211

네덜란드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비즈바르 마큰이라는 반대 혹은 불복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는 경우 누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이다. 누군가가 특정 정책 등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접수하면, 의견이 접수된 6주 동안은 아무 것도 진행할 수 없다. 이의 신청 절차는 모두 무료며, 정부가 이의 신청에 공식적인 답변을 주기로 한 날까지 답변을 주지 못하면 정부가 벌금을 내야 한다.

p. 249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에서 일을 하던 네 명의 젊은이는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아 버려지는 엄청난 식재료들을 매일 보게 된다. 쓰레기통으로 가는 재료들이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통 기한이 임박했거나, 생김새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아 버려지는 것이다. ‘아깝게 버려지는 식재료를 구할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네 사람은 버려질 운명에 처한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만드는 레스토랑을 생각해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알버트 하인의 내부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알버트 하인이 이들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김현철 옮김/새물결/2010

802.3-바297ㅈ (자료실2층)

p.114

소설은 시간 속에서 전개됩니다. 소설은 짐짓 ‘이야기’인 척하면서 구체적인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인물 혹은 여러 인물의 삶의 여정을 추적합니다.

그러자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정보 내용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지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행시키고 엄청난 비약을 가져오는 분화구 내지는 생생한 에피소드 외에도 말입니다.

『국악, 그림에 스며들다』/최준식, 송혜나 지음/한울/2018

653.11-최76ㄱ (자료실2층)

p.205

조선 사람들은 자신의 초상화를 남기는 일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릅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적나라한 자신의 외면과 내면의 모습을 길이 남기는 작업이니까요. 특히 귀족의 초상을 그릴 때 화원들에게는 철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대상을 미화시키면 안 된다는 것인데요,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눈이 사시이면 사시로, 검버섯이 있으면 그것도 있는 그대로 그렸습니다. 요샛말로 ‘뽀샵’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p.207

전 세계를 통틀어서 예술 작품에 보이는 얼굴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가 한 다섯 분쯤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한국 분인데, 그림 속 얼굴을 보고 주인공의 질환을 진단한다고 합니다. 그분의 도움으로 조선 초상화의 정수인 그 유명한 이채의 초상화와 이재의 초상화가 동일인으로 밝혀지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오스카 와일드 지음/박명숙 옮김

/민음사/2016

199.8-와68ㅇ (자료실2층)

p.20

당신을 못 알아봐서 미안합니다. 제가 많이 변했거든요. I beg your pardon I didn’t recognize you – I’ve changed a lot.

p.107

물론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남겨진 모든 것과 여전히 내가 가진 것을 헤아려 볼 때 난 진정으로 부자다. 이 아름다운 세상의 태양과 바다. 금빛으로 어둑하게 빛나는 새벽과 은빛으로 수놓인 밤들. 많은 책들과 꽃들 그리고 몇몇 좋은 친구들. 아직 건강과 힘이 허락된 머리와 신체

『모범경작생』/박영준 지음/범우사/1994

813.6-박64ㅁ (자료실2층)

p.53

할아버지는 그렇지가 않다. 친척관계자에게도 부를 수 있지만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인간 대 인간관계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어도 좋다. 연령적 관념은 주나 평등한 인간적 입장에서 일대일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 정 노인이 바라는 것은 확실히 그것이었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떤 굴레 속에서 느끼는 한정된 애정이 아니라 아무런 관계없이 평등한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애정을 갈망하는 것이었다.

『삶의 기술 사전』/안드레아스 지음/문학동네/2015

104-브294ㅅ (자료실2층)

p.259

외계인이 온갖 결함으로 얼룩진 인간에 대해 보다 더 정확히 알아보고자 한다면, 진료실 혹은 미용실을 찾아 사람들이 뭘로 그리 투덜대는지 엿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p.496

“타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일과 맞물려 있다.” 그러니까 체제를 지키겠다며 타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망각하는 자해 행위일 따름이다. 남을 내모는 자여, 너는 너 자신을 몰아내고 있느니라.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투오마스 지음/세종서적/2018

839.64-퀴295ㄱ (자료실2층)

p.28

현금으로 항공료를 지불해도 되는지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로 물었더니, 인터넷으로 편하게 예매하라는 대답만 들었다. 편하기로 치자면 고속버스를 타고 러시아를 가로질러 극동으로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p.109

대개의 경우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아는데, 자기들이 실수를 해보았기 때문이다.

pp.161-162

요즘은 이렇다. 마을들은 더 이상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지하철, 렌트카, 도시들이 생겼다. 스키가 있다 해도 스키 트랙이 없다. 무엇을 타고 다니든 젊은이들에게는 가까운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전화기 없이는 부엌에서 거실까지도 가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지 않으면 진정한 삶이 아니다. 스포츠경기를 보아도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스키 선수들은 단거리 육상 선수들처럼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한다. 평화로운 숲에서 외롭게 타지 않고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키를 탄다. 관중들에게는 솜사탕과 시끄러운 음악이 제공된다.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이난아 옮김/현대문학/2014

839.4-아42ㅅ (자료실2층)

pp.177-178

어쩌면 말은 하지만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문장이라는 것이 일련의 감정과 지식의 표현이라면 라모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p.179

짐꾼 십장은 구역장으로부터 배운 이 말을 모든 사람에게 반복했다. “상황에 따라 일하기!”

p.201

“영웅적인 행위라는 의미는 무엇이냐, 아들아?” “인간성이지요, 아버지…… 오늘날 거의 잊힌 영웅적인 행위 말이에요, 행복을 위한. 인간 전체의 행복을 위해 이루어지는?”

『디자인 극과극』/현시원 지음/학고재/2010

639.5-현58ㄷ (자료실2층)

p.3

생각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일상의 어떤 경험도 지나치게 뻔한 것은 없다.

p.18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치는 듯한 이 형광색은 우주복처럼 특정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결정된 디자인이다. 운전자들의 눈에 더 잘 띄도록 반사 테이프를 붙이기도 한다. 교통사고와 오염 물질에 노출되어 있기에 환경미화원들의 재해율은 평균보다 열 배나 더 높기 때문이다.

p.146

‘헤어스타일 바꾸기’는 그 사회로 들어가기다. ... 히피가 될 때는 짙은 염색을, 할머니가 될 때는 부푼 단발머리를, 일본 젊은이가 될 때는 파마를 경험한다. 헤어스타일을 통해 자신이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며 무엇을 지지하며 살아가는지 은근히 또는 대놓고 말해준다. 스포츠 머리의 검사나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의 아나운서를 본 적 없는 것처럼 소속 집단마다 용인하는 그들만의 스타일이 있다.

『수집의 즐거움』/박균호 지음/두리반/2015

699.93-박16ㅅ (자료실2층)

p.159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구슬과 딱지를 모으고, 요즈음 아이들이 포켓몬 카드를 모으는 것을 보면 수집이라는 것이 어느 몇몇 사람의 유별난 취미 활동은 아니며 다만 그 대상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의 문제다.

『커버』/피터 지음/아트북스/2015

639.5-멘24ㅋ (자료실2층)

p.270

좋은 책을 위해 표지를 디자인할 때면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이 약화 또는 왜곡인 것처럼 느껴진다. 색깔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든 타이포그래피 결정이, 공간의 나눔과 그림의 접목 하나하나가, 그런 스텝 하나하나가 책의 구체화로, 따라서 그에 따른 책의 궁핍화로 다가갔다.

『해협의 로맨티시즘』/임화/아티초크/2015

811.6-임95ㅎ (자료실2층)

p.124

동백꽃은 희고 해당화는 붉고

애인은 그보다도 아름답고

우리는 고향의 단란과 고요한 안식을

얼마나 그리워하느냐

아 이러한 모든 속에서 떠나온 슬픔을

나는 형언할 수가 없다.


p.148

산을 넘어

들을 지나 강을 건너

어느 곳에나 자유로이

불어가는 바람이여

『슬픈 사회주의자』/손유경지음/소명출판/2016

810.906-손66ㅅ (자료실2층)

p.179

일본 제국의 자본과 권력에 의해 점차 악화되어 가는 조선 반도의 문화적 식민 상태는 시대의 전위가 되고자 했던 이들에게 ‘멋진 실패’ 조차를 허용하지 않았다.

『평소의 발견』/유병욱 지음/북하우스/2019

818-유44ㅍ (자료실2층)

p.6

평소의 관찰. 평소의 독서. 평소의 음악. 평소의 여가.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p.47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몇 번 쓰고 나면 다시 깎아야 하는 원시적인 필기구를 왜 굳이 쓰냐고. 저는 대답합니다. 깎기 번거로워서, 호흡을 고를 수 있다고.

p.72

그렇게 ‘지식’은 사라졌지만 ‘태도’는 남았네요.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원유 지음/21세기북스/2018

818-원66ㅇ (자료실2층)

p.120

지금의 나는 꼭, 식은 아메리카노 같다. 한창 땐 내 속에도 단단한 원두 같은, 향 짙은 열정이 가득했었다. 지금은 마치 커피 잔 밑바닥에 녹다 만 새까만 알갱이처럼 바스러져 있다. 다시금 뜨거워질 수 있을까. 강다니엘 같은 아이돌에 뒤늦게 입문한 까닭도 어쩌면 그 ‘열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프듀 시즌2>에 비친 그들의 간절함이 심장을 두들겼다. 나 또한 그렇게 간절하던 순간이 있었다.

pp.156-157

출산과 함께 나는 그냥 ‘집’이 됐다. 집과 하나가 됐으니 다른 공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아내의 공간, 엄마의 공간, 며느리의 공간은 내어주는데 내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노트북, 지갑, 수첩 등이 들어있는 검은색 백팩만이 오롯이 내 공간일까. 아니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차 안이 내 공간일까.

『디자이너, 서른』/메타디자인연구실 지음/어문학사/2017

600.04-디72 (자료실2층)

p.124

“내가 미국에 가면 만 스물 아홉인데, 그렇게 되면 서른의 의미를 잃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스물 아홉의 생각이나 서른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도 않아요. 똑같아요. 다를 게 없죠. 큰 목표를 세우지도 않았어요.”

『읽거나 말거나』/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봄날의책/2018

029.1-쉼ㅇ (자료실2층)

p.406

자신을 끊임없이 위장하다보면 다양한 스트레스가 쌓이며, 이 스트레스들은 그것을 풀 수 있는 창구를 필요로 한다. 정작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처방은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해버렸다. “완벽한 고독 속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내기.”

p.417

워비츠에 단추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상단에 박물관 이름이 인쇄된 업무용지와 봉투도 발행되었고, 문학 속의 단추에 관한 작은 책자도 출간되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어떤 이들은 눈을 크게 부릅뜬 채 일그러진 미소를 날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한가하게 박물관이나 만들다니.... 나일 강 유역의 재단사가 겪었을 고민보다 훨씬 더 큰 문제나 골칫거리 당신에게는 없느냐고. 물론 내게는 더 큰 고민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좀 사소한 고민을 해서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존맥스웰 지음/승영조 옮김 /열린책들/2012

029-해38ㅈ (자료실2층)

p.414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저질 영화로 간주되었는데, 오늘날에는 <필름 누아르>라는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 되었다. <어떤 것이든 후대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국회 도서관 사서로서 빌링턴의 부관 가운데 한 명이었던 윈스턴 탭이 한 말이다.

p.415

도서관 직원이 어떤 책을 보관하고 어떤 책을 버릴 것인가를 규정한 지침서가 있는데 두께가 8센티미터에 육박한다. <받아들일 것과 받아들이지 않을 것에 대한 우리의 방침은 계속 재검토됩니다.>

p.441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도서관의 일부만 소실되었을 뿐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도서관을 사라지게 한 진짜 범인은 화재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었다. 화재보다 더욱 큰 교훈을 주는 진짜 범인은 <무관심>이었다. 어느 시점엔가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책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 화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신화보다 정확할 게 없는 어떤 전설에 따르면, 그곳 시민들이 책을 불쏘시개로 썼다고 한다.

『작가의 수지』/모리 히로시 지음/이규원 옮김/북스피어/2017

011.3-모298ㅈ (자료실2층)

p.126

나는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작가가 자부하는 작품도 종종 이런 결과를 보여 준다.

p.175

출판사는 최대한 다종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각 상품에서 조금씩 이익을 내서 긁어모으는 것이 사업의 기본이다. 그중에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이 나온다면 그것은 특별한 일이며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p.176

출판사는 대형 홈런을 바랄 수 없게 되었고, 자잘한 안타로 먹고살게 되었다. 그 자잘한 안타가 요즘의 베스트셀러이다. 히트작이라고 해도 판매 부수가 적고 팔리는 기간도 짧다. 더구나 무엇이 히트할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히트하는 이유도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내 꼬리』/고토 야스유키 지음/변은숙 옮김/눈과마음/2003

831-고88ㄴ (자료실2층)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이니까 친절도 적당하게"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마음을 써. 거울 앞에 몇 시간이나 서서 뱃살을 꼬집거나 얼굴 주름을 펴려고 해. 우리처럼 털복숭이였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