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서 22조원의 자금을 풀었는데, 이것이 실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단기 자금으로 맴돌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한국은행을 비난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절반은 맞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원래 한국에서는 실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금융 공황상태일 경우에는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실물 부분에 유의미한 효과를 원래 낼 수 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현재, 전 세계적인 금융완화 정책의 시초는 엘런 그린스펀이 아직 FRB 의장이었던, 2002년 부터 2004년 중순까지 인플레이션 율 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던 당시의 금융정책입니다. 이 시기는 2001년 부터 2002년 사이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불황(Recession)에 빠져들던 시기 였는데, 이때 FRB는 연방기금 이자율을 매우 낮게 유지하면서 불황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 당시, 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실물 부분에서의 경기활황 대신, 부동산 버블을 초래, 결국 지금과 같은 대 금융공황을 낳게 되었지요.
이 그림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불황(Resseion) 시기 입니다. 바로 2001년 닷컴 버블 불황을 이기기 위해 FRB가 금리를 급격히 인하하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는 2% 이하로 내리던 2002년 부터 바로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에 의한 유동성 함정 (Liquidity Trap)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서 일어납니다.
어쨌든 미국은 2003년 1% 수준까지 금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2004년 샌디에고에서 열린 미국 경제학회에서 당시 FRB 이사였던 Bernanky 이사는 zero bound에 대한 FRB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당시 취해지던 저금리 정책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Zero-bound에 빠지지 않기 위한 세가지 방책을 내놓습니다. 첫번째는 저금리의 유지, 두번째는 장기 채권 매입(국채 의미) 세번째는 본원통화 증가(M1 증가 : 발권력 동원)
2001년의 불황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가벼운 불황으로 기록되며, 당시 FRB의 정책이 적절했음이 증명 되었습니다. (문제는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이러한 저금리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된 것이 문제 였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를 비롯하여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거의 똑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만 예외 상황)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소위 말하는 루커스 비판(Lucas critique)에 의해 2009년 현재 제대로 동작할지 전혀 보증할 수 없을 뿐 더러, 오히려 Economic State가 가변한 상황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상황만 더 악화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버넹키식 대책이 더욱 작동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의 대출 자산의 유동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원래 단기 자금 공급입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원래가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위한 유동성 공급이지, 이것이 경기 조절의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입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발생 : 남미형 공황)
이성태 한은 총재가 얼마전 아주 자세히 그리고 누누히 설명한 이 자명한 명제를 한국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증거가 대통령 부터 언론 까지 한은이 엄청난 자금을 풀었는데 왜? 실물로 연결되지 못하는가 라는 의문인 것입니다.
중앙은행의 단기 자금 공급을 통해 은행들이 불황/공황시 일어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며 이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금융기관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자금 중개 기능을 복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이 자금이 실질적으로 대출이나 실물로 바로 연결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단기 자금 공급이 실물로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합니다. 바로 대출의 유동화 덕분입니다.
즉, 주택담보 대출과 같은 장기 대출을 한데 묶어 유동화 증권으로 만든 다음 이것을 금융시장에 유통시킨 것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발전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과 대출자가 서로 장기 대출을 계약 했다 하더라도, 은행이 이 대출을 바로 증권화 시켜 금융시장에 유통시키기 때문에 대출 자체가 은행에 잠겨 있지 않고 바로 현금으로 은행으로 되돌아 옵니다. 따라서 BIS 비율을 하락 시킬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지금 살펴보면, 한국은행에서 공급된 자금은 MMF 계정으로 흡수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MMF는 단기 채권이나 유동성이 높은 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 이기 때문에 대출로 연결 될 수가 없습니다.
현 한국 상황에서 대출이 이루어지려면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 예금이나 은행채가 발행되어야 하는데, 금리가 너무 낮아 신용 위험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출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CD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단기 금융상품인 CD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의 수출이 잘 되어서 수출 대금의 선물환을 담보로 1) 외국 은행으로 부터 직접 외채를 끌어오거나 2) IRS-CRS 시장을 통해 CD를 매개로 하는 외채 거래를 했기 때문에 단기 상품으로 장기 대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이지, 한국의 수출이 급감하고, 특히 조선 분야의 신규 수주가 50%나 급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CD를 매개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 합니다.
게다가 CD 거래량 마저도 2008년 과 비교하여 최소 50% 최대 70% 가까이 급감한 요즘 같은 경우에는 급속도로 CD 금리의 지표성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말해, 현재의 한국 금융시스템 상황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주택 가격이 오르게 만들고 싶으면, 한국의 수출이 회복되고, 제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나야만 가능합니다. (영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싶다면 저축은행에서 12% 금리로 받는 길은 있습니다.)
물론, 주택 가격이 상승하려면, 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500만명 이상의 정규직이 필요하며, 이들 정규직의 임금 수준도 최소한 지금보다는 높아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경우는 많은 경우 불황이나 공황 상황에서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거나 아예 파산하게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주 고객층인 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고 임금 수준도 하락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1억 넘는 고액 연봉자가 이런 공황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구조조정 0순위 입니다. 안 그래도 공기업 구조조정 하라고 정부에서 지도 한 바 있습니다. 민간 기업에서는 고액 연봉자 해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있습니다. 다 잘려 나갑니다.
더군더나 정규직 수는 더욱 줄이고 비 정규직을 더욱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요? 그럼 뻔합니다. 내수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경기는 더욱 침체하게 되고 자산 가치는 더욱 내려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제 아무리, 단기 유동성이 차고 흘러 넘쳐도 이것이 실물로 연결될 수 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자산 유동화 증권의 형태로 되어 금융시장에 거래가 되면 은행은 막대한 대출 자금을 미리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가능 자금이 발생합니다. 또한, MMF등 단기 자금 시장에서도 해당 대출이 증권화 되어 있으므로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면 얼마든지 보유 후 매각하여 차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발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이 유동화 되면, 단점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CD 금리 기준에서 유동화 증권 가격으로 금리 기준이 바뀌게 되므로 금융 시장의 상황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그대로 노출 됩니다. 따라서, 급격한 대출 이자 상승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행이 아닌 금융시장에 대출이 그대로 노출 되므로 집값 하락 속도를 매우 가속화 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증권화 되었기 때문에 해당 금융상품을 매개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이 자통법 시행과 더불어 매우 활발히 거래되어 기존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투기적 금융매매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주택담보대출의 유동화는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실물로 연결되게 하는 매개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