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4. 11. 오후 11:25
1.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2. 러시아, 패권 몰락의 비극 3. 콘드라티예프와 경제의 순환 주기, 그리고 미국 4. 조선업체의 위기와 한국의 위기 5. 양털깎기 6. 미국 패권의 선택 *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저의 책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주 좋지 않은 징조가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책에서 보신 분들도 한 번 끝까지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고라에 썼던 초기 글들은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둘러싼 시장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 수년 동안 세계 경제의 호황은 해운 경기의 큰 호황을 불러왔고, 그 결과 우리 조선업체들은 사상 유례 없는 일대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로 인해 선물환 매도 누적금액이 우리 외환시장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나게 된 사정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해운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정반대의 걱정거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바로 조선업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주취소’ 문제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조선업체들의 수주취소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조선업체들의 주가가 상당한 하락을 겪다가 지금은 우려감이 다소 진정되면서 주가가 잠시 반등하고 있는 국면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수주취소 문제는 조선업체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경제 전체라는 측면에서도 간단히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최근에 이와 관련하여 매우 좋지않은 징조를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사태의 전개에 있어서 조선업체의 위기가 한국경제 전체에 새롭게 미치게 될 영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조선업체의 수주취소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가 일찍부터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녀는 일본학자 중에서 대표적인 한국경제 전문가입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직후인 08년 10월에 우리나라의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중앙일보가 세계 각국의 경제석학들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인터뷰 중에 그녀는 조선업체의 수주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한국의 외환보유고) 230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한국이 선박 선수금과 해외펀드 투자 등과 관련해 걸어놓은 환율 헤지(위험회피)는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계 경제가 후퇴하면 선박 주문이 취소되거나 대금 납입이 지연될 수 있다.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중앙일보 08.10.29 ========================================== 선박 선수금만 언급이 있고 선물환 매도에 관한 언급이 실리지 않은 것은, 통역자나 신문기자의 무지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선박 선수금과 해외펀드 투자 등과 관련해 걸어놓은 환율 헤지(위험회피)는 위험하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어떤 내용이냐 하면, 조선업체가 미리 받은 선박 선수금(외채로 잡힙니다. 509억달러), 수출기업 선물환 매도로 인해 생겨난 외채(938억달러), 해외펀드 등의 선물환 매도로 생겨난 외채 등은 이에 대응하는 자산(나중에 받게 될 선박 대금, 기타 수출 대금, 해외펀드)이 있으므로 따로 상환부담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 이에 대해 후카가와 교수는 그 외채에 대응하는 자산이 100% 확실하다고 할 수 없다, 즉 해외펀드는 손실을 입음으로써 환 헷지가 과도한 것이 되어버렸고, 세계 경제의 후퇴로 선박 주문 취소나 그 대금 납입이 지연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험이 없다, 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 이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국제금융시장의 상반된 시각은 이런 부분에서도 생겨난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 부분을 간과한 듯 보이나, 국제금융시장은 이 부분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후카가와 교수가 언급했던 선박수주 취소나 대금납입 지연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해운업의 시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지표인 BDI지수는 이제 꽤 유명해졌습니다. BDI지수(Baltic Dry Index), 벌크선 운임지수, 발틱 운임지수 등으로 부릅니다. 이 지수는 철광석·석탄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선박 유형별 화물 운임과 용선료를 종합해서 산정합니다. 다음은 BDI지수의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BDI지수 변화 추이>
이 BDI지수는 08년 5월에 고점 1만 1793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현재 1782로 고점 대비 85%가 폭락한 상태입니다. 08년 12월에 663포인트로 저점을 찍고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큰 버블붕괴 뒤 기술적으로 늘상 나타나게 마련인 작은 버블인 에코(Echo, 메아리)버블에 불과할 뿐이며 추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BDI지수가 2000선을 살짝 넘어섰다가 최근에는 다시 하락하는 불안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이 정도의 해운 운임 수준은 선사들의 손익분기점 이하라는 점입니다. 2000포인트 근처까지 회복되었다고 해도 손익분기점 이하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즉 해운선사들이 선박을 운행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금융위기 -> 실물경제 침체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IMF에서는 09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5~-1.0%로 하향조정하였고, 이에 대해 세계은행 총재는 조만간 세계은행이 발표할 전망치는 -1∼-2% 범위로 IMF의 전망치보다 더욱 낮아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처럼 전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게 되면 가장 크게 위축되는 것이 국제무역입니다. 우리 나라의 09년 1월 수출실적이 32.8% 감소, 대만 42.9% 감소, 일본 46.1% 감소, 중국 17.5% 감소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하게 국제무역량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그럼 세계의 물류인 해운은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그 영향은 이미 우리 나라 조선업체들에게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그리스의 해운선사로부터 1억 1000만달러 규모의 벌크선 2척에 대해 발주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스라엘 해운선사와1만25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해 인도시기 변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카가와 교수가 08년 10월에 예견했던 일들이 결국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일들의 발생가능성을 들어 우리 조선업체들의 과도한 선물환 매도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발주취소가 더욱 확대된다면 문제가 커지게 될 것입니다. 발주취소가 더욱 확대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제 생각엔 절대 낙관할 수 없다고 봅니다. 발주취소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쪽에서는, 해외 선사들이 이미 선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금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는 결코 낙관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해운선사들은 발주계약을 맺을 때 전체 대금의 20%가량을 조선업체에 먼저 제공합니다. 그런데 발주를 취소할 경우 계약조건에 따르면, 조선업체가 그 시점까지 들인 비용을 선수금에서 공제하고 반환하게 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로 해운운임이 급락하면서 선사들 입장에서는 선박을 운행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 발주한 선박건조를 취소하고 위약금을 무는 것이 선박을 인도받아 운용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기침체 여파로 신조선가(선박을 신규로 발주할 때의 가격수준. 아래 그래프 참조)가 계속 떨어지면서 선수금을 포기한 후 새롭게 주문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조선업체들은 해외 선사들이 기존주문에 대한 가격인하를 요구해올 때 그 협상에 응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신조선가의 기준 지표가 되는 Clarkson 신조선가 지수 추이> 
현재까지는 벌크선, 컨테이너선에 대한 발주 취소가 문제되고 있고, 우리 조선업체들의 강점인 고부가가치 선박, 즉 유조선, LNG선, 드릴쉽 등에 대해서는 발주 취소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고점 140달러대에서 40~50달러대까지 떨어졌음을 고려하면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 진행되는 유가하락은 원유에 대한 수요 감소에 따른 것입니다. 그럼 원유 물동량이 축소되고 유조선, LNG선의 운임도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경제위기로 인한 침체가 지속된다면 현재 벌크선, 컨테이너선에 대해 나타나고 있는 문제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의 위험성을 지적한 사람이 일본인 교수라는 점도 마음에 걸립니다. 세계 조선산업은 영국 -> 일본 -> 한국 순으로 1위 주도국가가 바뀌어왔습니다. 세계 경제는 1970년대에도 큰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그 당시 유조선의 운임이 하락하여 해운업체들이 큰 손해를 입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일본 조선산업이 고부가가치선박에 대해서도 발주취소로 홍역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것이나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조선업체 관련하여 매우 느낌이 좋지 않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그것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관련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 스와프)의 출현입니다. CDS는 쉽게 말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부도(채무 불이행) 발생의 위험을 놓고 거래를 하자는 금융상품입니다. 조선업체의 부도가능성을 거론하는 금융상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CDS는 이번 전세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세계 각국에서 '접근 금지'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에서 갑자기 조선업체 CDS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은행들이 CDS를 매입(조선업체가 부도 났을 경우 보장을 받기로 하고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것)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이 CDS를 매도(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도가 났을 경우 보장을 해주겠다는 것)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국내증권사들은 그 위험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투자위험을 높이지 않고도 일반 채권에 비해 더 높은 금리를 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채권을 팔면서 조선업체 CDS의 리스크를 가져갈 경우 2%p 정도의 금리를 더 얹어주는 방식입니다. 고금리 채권형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등에서 많이 편입하고 있고, 최근에는 은행의 PB센터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번 경제위기가 우리들에게 뼈저리게 전해주고 있는 교훈은, “위험이 없는 더 높은 고수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키코와 엔화대출로 인한 피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똑 같은 논리의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다시 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행태는 준엄하게 비판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업체의 CDS를 매입하겠다는 외국은행들의 의사는 불순한 동기로 바라볼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와 관련된 금융상품 투자를 제안받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 비상시이며, “위험이 없는 더 높은 고수익”을 추구할 시기가 전혀 아니라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보는 시나리오일 뿐이긴 합니다만,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만약 조선업체에 대한 발주 취소가 대규모로 일어난다면, 1. 개별 조선업체에 미칠 영향은? 조선업체는 신규 수주시 평균 20% 정도의 선수금을 받습니다. 만약 발주 취소가 일어나게 되면, 조선업체가 그 시점까지 들인 비용을 선수금에서 공제하고 반환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선물환 매도 및 청산에 따른 손실(환차손)이 공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공제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면 고스란히 조선업체들이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환헷지 비율이 높은 경우는 그 손실분이 선수금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조선업체들은 신규 수주를 거의 받지 못하게 되면서 운영자금난에 봉착하게 되었고, 각 회사별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발주취소가 현실화 한다면 그 충격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2.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그동안 조선업체가 한국 경제 저력의 상징처럼 부각된 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발주취소가 상당한 규모로 일어나고 조선업체들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면 주식시장 전체에도 충격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3.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문제는 외환시장에 가해질 수 있는 충격입니다. 조선업체들은 선물환 매도를 통해 미래에 들어올 달러를 미리 외환시장에 내다 판 셈이 되었다는 사정을 앞에서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달러가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조선업체들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여 은행에 지불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환율이 뛸 수 있습니다. 발주취소의 규모가 커진다면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상의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 뿐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
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4. 11. 오후 11:15
1.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2. 러시아, 패권 몰락의 비극 3. 콘드라티예프와 경제의 순환 주기, 그리고 미국 4. 미국 패권의 선택 1925년 러시아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관찰, 연구한 결과, 자본주의 경제환경에는 장기순환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관찰근거를 바탕으로 이 순환주기의 존재를 입증했고, 주기가 48~60년 정도 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혁신(Innovation)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 역시 경제에 장기파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54~60년 주기의 장기파동에 대해 ‘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고 명명했습니다(1935년). 다음 그래프는 1780년 이래 미국의 도매물가 변동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대략 60년 주기의 장기파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의 장기금리 변동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역시 대략 60년 주기의 장기파동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콘드라티예프 파동은 증권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300년 동안 증시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미국 증시의 존재 이전에는 영국 증시를 연결시킨 것입니다.  역시 대략 60년 주기의 장기파동을 볼 수 있습니다. 남대서양(South Sea) 주식회사 버블은 1711년 영국에서, 남미지역과의 무역에 대한 독점권을 가졌던 남대서양 주식회사 주식에 대한 투기가 불러일으킨 버블입니다. 투기 바람이 열병처럼 번져가면서, 남대서양 주식회사와 유사하게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미래의 고수익’을 내세우며 유혹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각종 벤처회사들이 설립되고 그 주식들에 대한 투기열풍으로 확대됩니다. 2000년에 불었던 코스닥 투자열풍과 흡사합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어떤 현상들이 ‘전혀 새로운 것’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인, 1830년대 미국에 ‘대운하 관련주’ 들에 대한 투기열풍이 불었습니다. 그 버블이 꺼지면서 1837년에서 41년까지 공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뒤 1857년에서 60년까지는 철도주에 대한 투기 결과 빚어진 버블이 꺼지면서 나타난 공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60년 뒤에 나타나는 1930년대의 대공황에 대해서는 잘 아실 것입니다. 이러한 증권시장의 주기를 살펴보면 순환주기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주기이론 내에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합니다. 경제에 순환주기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근거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만,그 중에서 설득력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세대간 순환’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유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제에서 보이는 장기파동은 환영이 아니다. 장기파동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근대 서구 300년의 역사 속에서 이미 전개되고 있었던 정치적 현실의 경제적 반영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이러한 순환이 존재하는 이유로 ‘세대간 순환’, 즉 사회 내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세대가 교체되면서 이러한 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보통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합니다. 이를 토대로 60년의 경제순환주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의 순환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현상도 이를 토대로 설명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처럼 경제에 순환주기가 존재한다는 이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에도 사계절이라는 리듬이 존재합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꾸로 기울고 나면 다시 차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삼라만상은 모두 일정한 리듬을 타고 변해갑니다. 경제현상에 어떤 리듬이 존재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계속 팽창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콘드라티예프의 장기파동 이론은 당대의 러시아 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가 트로츠키와 벌였던 논쟁은 유명합니다. 트로츠키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위기(공황)를 맞게 되며,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고 봅니다. 볼셰비키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콘드라티예프는, 위기 역시 자본주의 순환 사이클의 한 국면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위기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몰락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 체제는 안정성을 가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 조차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찾던 자본주의 최후의 위기는 전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이러한 그의 견해는 사회주의 체제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주장이었으며, 결국 스탈린 집권 이후 1930년에 공개 비판을 받고 시베리아 유형지로 보내지고 맙니다. 그 곳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우리들은 콘드라티예프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 셈입니다. 그의 말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자본주의 체제는 공황이라는 순환 사이클을 반드시 거쳐가야 영속적인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거듭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자본주의 시스템의 팽창국면은 신용(통화)의 팽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신용의 팽창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한 번은 지나치게 팽창한 신용을 터뜨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본주의 시스템의 안정성이 유지가 되는 것입니다. 끝없는 팽창이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 로마의 황제들은 이러한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패권을 주도하는 세력들은 이러한 이치를 당연히,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위에서 지난 300년간 증권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제시해드렸는데, 지금으로부터 50년쯤 뒤에 다시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경제의 순환주기 상으로도 그렇고, 이치를 따져봐도 그렇고, 2008년부터 시작된 ‘2000년대 대공황’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신: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드렸는데, 다음 번 글은 하루 늦춰서 월요일 아침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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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3. 22. 오후 5:46
1.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2. 러시아, 패권 몰락의 비극
3. 미국 패권의 선택
많은 학자들이 팍스 로마나에 견주어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태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패권의 몰락’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러므로 패권 세력 입장에서는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필사적일 수 있는 것인지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권의 몰락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는 러시아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있습니다.
러시아(소비에트 연방)가 미국과 양극체제를 이루던 절반의 패권을 빼앗겼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다음은 1991년 소련 해체기를 전후한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표입니다.
30년대 미국 대공황 조차도 비교가 안되는 급격한 경제의 몰락을 겪고 있습니다.
정말 비극적인 결과는 경제성장률 표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이후 러시아가 출현했을 때 인구수는 1억 4800만명이었습니다.
2005년 러시아의 인구수는 1억 4300만으로 500만명이나 감소합니다.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과거 소비에트 공화국들에 거주하던 러시아 민족 수백만명이 러시아로 이주해 들어갔음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처럼 외부로부터의 러시아 민족의 유입이 없었다면, 패권의 몰락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인구 감소는 1000만명을 넘었을 것입니다.
이 정도의 인구 감소는 큰 규모의 전쟁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래 표에서 러시아의 출생자수와 사망자수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러시아의 인구 증감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매년 0.7%, 거의 100만명씩 인구가 줄어든 셈입니다. 14년동안 500만명 감소에 그친 것은 주변 공화국들로부터 러시아 민족의 유입이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입니다.
왜 이렇게 출생자수가 줄어들었을까요?
러시아의 패권 몰락은 러시아 국내에 아기 낳기를 두려워할 정도의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피임과 낙태의 결과입니다.
표를 보면 사망자수는 미국의 두 배임을 알 수 있습니다.
91년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은 71세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4년이 되면 기대수명이 59세로 확 떨어집니다.
무슨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요?
패권의 상실로 러시아는 아비규환의 혼란에 처했습니다.
결핵, 심장병, 에이즈 등의 질병이 만연했습니다. 심한 흡연, 알코올중독과 관련 질병들, 교통사고, 산업재해, 자살, 살인 등이 러시아 남성들의 주된 사망원인입니다.
지금도 러시아의 인구 감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06년에도 0.5%가 감소했습니다.
인구학자들은 대재앙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광활한 영토에 견주어 국가의 존속이 힘들 만큼 국가가 쇠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패권 상실이란 이런 것입니다.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세계가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덜합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러시아에서는 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세계를 경영하는 패권국가 입니다. 전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연구합니다. 자신들이 패권을 상실했을 때에도 같은 비극이 생겨날 것임을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러시아의 경우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체제가 변경되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흔히 얘기되듯이 미래에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게 되거나 그 절반 정도를 빼앗아 올 정도가 되었을 때 미국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요?
앞선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기업 하나의 권력을 놓고도 부자지간에 소송을 벌입니다. 일국의 국가권력을 조금 일찍 놓는 것이 싫어서 아들을 죽이는 사례를 역사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패권국가는 세계 패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패권국가인 미국은 정보기관과 싱크탱크가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세력들이 잠재적인 패권위협국들(중국도 유력합니다)에 대해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고 대비책도 세워놓지 않았다고 본다면 그것은 매우 천진한 생각이 될 것입니다.
추신:
주말에 올렸던 글에 댓글로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결과를 놓고 보니 제가 투정을 부린 모습 비슷한 것 같아 매우 민망합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반론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앞에서 아무도 믿지 말라고, 거기에는 저도 포함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검토나 반론을 하실 때 감정을 배제해주셨으면 하고 요청드립니다.)
제가 느꼈던 좌절감은 사실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쓰려는 글은 좀 미묘한 것이고 오해를 사기 쉽겠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생각했던 방식대로 쓰면 안되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면 인식을 방해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의 생각을 바꾸어 표현하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해를 줄이면서도 제대로 서술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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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3. 22. 오후 5:44
1.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2. 러시아, 패권 몰락의 비극
3. 미국 패권의 선택
서양인들은 고대의 로마 제국에 대해 대단한 동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세 때도 ‘신성로마제국’을 탄생시킴으로써 로마 제국을 되살리고자 하는 염원을 보여줍니다. 또 중세 프랑스 왕의 행적을 보면, 프랑스 땅의 통치보다도 이태리 반도에 더 관심을 쏟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로마 제국에 대한 동경은 서양 각국의 국가 문장에서도 나타납니다. 서양사에서 가장 강대국은 항상 로마의 독수리 문장을 쓰고자 했습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도 독수리 문장을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독수리를 국가의 문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서양을 건너간 미국의 국가 문장도 독수리 문장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독수리 문장은 1달러 지폐의 뒷면에 보면 나와 있습니다. 독수리가 오른발에 들고 있는 올리브 가지는 평화 추구를, 왼발에 들고 있는 화살은, 평화가 위협받을 때는 전쟁도 불사함을 나타냅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 라틴어로 ‘로마의 평화’라는 뜻)란, 로마 제국의 전성기 즉,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BC 27~AD 14)부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때(161~180)까지 대략 200년간 로마 제국의 지배를 통해 지중해 세계가 평화를 누렸던 시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용어의 영향으로 그 뒤 서양에서는 제국의 지배체제가 완성된 상태를 일러 Pax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19세기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라고 부르고, 오늘날 미국의 지배에 의해 세계의 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을 일러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고 부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팍스 로마나와 팍스 아메리카나를 비교해보면 기막히게 닮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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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2002-09-25, 영국 언론, 로마제국을 닮은 미국을 이야기 하다 , 중에서
압도적인 군사력
로마는 당시의 초강대국으로 최고의 훈련과 엄청난 예산, 최상의 장비 등으로 무장한 군대를 자랑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국방예산이 뒤를 잇는 9개국의 국방예산 합계보다 더 큰 것은 물론 지구상 어느 곳에든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세계적, 기술적 우위로 미국은 이제 군사력에 있어서는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식민지
미국은 과거 로마나 영국이 했던 것과 달리 공식적인 식민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40여 개 국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거나 군사기지 사용권을 갖고 있어 이들 국가가 식민지인 것과 같은 힘을 갖고 있다.
역사학자 챌머스 존슨은 전 세계에 걸쳐 수백 개에 달하는 미국의 군사기지들이 과거 로마제국 식민지의 현대판이라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의 190개 회원국 가운데 132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구석구석에 군부대를 두고 있는 미국은 생각보다 훨씬 더 로마적이며, 제국주의의 극치이다.
제국건설의 시작
로마제국의 경우 줄리어스 시저가 100만 명을 학살하면서 골족을 정복하고 거대 제국을 건설해 나갔다. 미국도 19세기 체로키족, 이러쿼이족, 수족 등 인디언들을 전멸시키면서 서부개척을 하고, 로마가 지중해 정복에 나섰던 것처럼 제국건설을 연습했다.
검투사 경기와 군사작전 중계방송
로마의 제국교과서 제1과는 거대한 군사력을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전 세계가 그 힘을 알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마는 당시의 선전기술로 콜로세움에서의 검투사경기를 통해 세계에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미국이 군사작전을 CNN 등을 통해 24시간 중계방송함으로서 이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도로와 라틴어, 인터넷과 영어
제국교과서 제2과는 기술의 중앙집중이다. 로마는 병력과 보급물자를 이후 1천년이나 따를 나라가 없을 정도의 놀라운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곧은 도로를 건설했다. 게다가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이 엔지니어링의 혁신이 로마를 상업적으로도 부흥시켰다.
로마의 이 곧은 도로들은 오늘날 미국에서 정보고속도로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인터넷도 군사적인 도구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미국 상업의 중심이 됐다. 또 그 과정에서 영어는 로마시대의 라틴어처럼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꼭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을 통해서, 영어를 통해서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목욕, 중앙난방과 코카콜라, 디즈니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정복은 창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피정복자들을 유혹하는 힘에서 나왔다고 본다. 영국 원주민들은 로마식 겉옷과 목욕, 중앙난방 등을 '노예화'의 상징인지도 모른 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도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미국의 스타벅스, 코카콜라, 맥도널드, 디즈니 등이 점령해 나가고 있다. 피정복자들은 로마제국 때나 21세기나 유혹의 함정을 모르고 있다.
식민지 원격조정
로마시대 영국의 서식스의 토지두브누스라는 사람이 로마에서 교육을 받은 뒤 고향에 돌아와 친로마 괴뢰정권의 우두머리가 됐으며, 기원후 60년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로마에 항거하는 봉기가 크게 일어났으나 그가 다스리던 서식스만은 예외였다.
오늘날에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어 국내의 반미정서를 억누르고 있다. 마치 영국 서식스의 토지두브누스가 2천 년 전에 로마를 위해 한 것과 똑 같은 상황인 것이다. 워싱턴의 일류 사립학교는 '친서방' 아랍 왕족과 남미의 대통령들, 미래의 아프리카 지도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변방의 반란과 후세인, 빈 라덴
로마제국의 변방에는 로마인들의 특권과 풍요를 나눠 갖기를 원하는 변방족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이 한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총애했던 사담 후세인과 미 중앙정보국(CIA)이 한때 훈련시켰던 오사마 빈 라덴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반기를 든다.
로마에도 9.11이 있었다
기원전 80년 그리스 왕 미스리다테스는 추종자들에게 특별한 날을 정해 그리스 안에 있는 모든 로마시민들을 살해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그리스 전역에서 8만 명의 로마인들이 몰살당했다. 당시 로마인들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으며, 9.11테러 이후 미국신문에 자주 나온 말인 "왜 우리가 그렇게 미움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똑같이 했다고 한 고대사학자는 말했다.
인종적 다양성
로마와 미국 모두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여 다양한 사회를 형성했다. 로마는 심지어 북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황제가 되기도 했다. 똑 같이 미국도 전 세계 인종의 전시장처럼 되어 버렸다.
마지막 공통점
미국인들이 로마와 자신들을 닮아있다고 생각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제국은 깨뜨려지거나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로마를 멸망으로 이르게 한 '과잉확산'의 유혹에 굴복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는 게 반미주의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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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씌어진 위 기사 내용을 보충하자면, 로마의 흑인 황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는 곧바로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생각나게 합니다.
위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은 공통점을 더 생각해보자면,
고대 로마제국에도 오늘날 미국이 외국의 엘리트 젊은이들에게 제공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있었습니다. 로마는 식민지의 귀족자제들이 로마로 유학을 오도록 적극적으로 장학금을 제공하고 유치하여 親로마化 합니다. 이들이 식민지 본국으로 돌아가 나중에 親로마 성향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로마 제국의 쇠퇴기로 접어들면 과거에는 용맹했던 로마시민들이 군대를 기피하게 됩니다. 그 결과 로마군단은 점점 이민족 용병들로 채워지고 결국 나중에 서로마제국은 게르만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당하고 마는 결과가 됩니다.
오늘날 미국의 주류인 백인사회는 미국 군대가 백인들의 입영 기피로 점점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로 채워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뜻밖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매우 흥미있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수출산업이 빈약했던 로마 본국을 상대로 소아시아 식민지들이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막대한 흑자를 내지만, 제국 로마는 이들 식민지를 상대로 세금을 거둬감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 글에서,
미국과의 무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내는 2개 그룹인 동아시아 3국과 중동 중심의 천연자원 수출국들이 흑자를 낸 만큼 미국에게 돈을 빌려주고(미국 국채 매입),
미국은 이 돈(빚)으로 happy하게 과소비를 계속(2개 그룹으로부터 수입)해온 구조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관련글: 패권 국가 미국의 고민
미국이 제국 로마로부터 이 시스템을 배워오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습니다.
제국이 쇠퇴기에 접어들게 되면서 국고가 고갈되고 그로 인해 기축통화의 위기, 화폐의 위기가 나타나게 된다는 점도 똑같습니다.
로마제국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제국의 국고는 비어가는데, 이민족과의 전쟁으로 인한 군비 등 지출은 오히려 늘어만 갑니다.
이 상황에서 로마의 황제들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맙니다. 그것은 당대 로마의 화폐인 금화와 은화의 금, 은 함량을 줄이고 다른 금속으로 채워넣는 변조를 저지른 것입니다.
당시까지 로마의 금화와 은화는 모두 순도 100%의 금과 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로마에서 화폐의 순도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순도 100%의 화폐에 변조가 가해졌다는 것은 당대의 로마인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화폐의 변조가 시작된 것은 네로 황제때 부터였습니다. 그 뒤로 로마 제국 쇠퇴기의 황제들은 국고가 부족할 때마다 금화와 은화의 금, 은 함량을 계속해서 떨어뜨렸습니다. 마지막에는 은화의 은 함량이 0.02%에 불과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로마 제국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적절하게 수습되지 못하고 장기간 지속됩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되면 모두가 화폐로 지불받기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물물교환 시대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교역은 쇠퇴하고 지역적으로 고립된 경제단위가 만들어집니다.
바로 유럽에 중세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상황도 유사합니다.
군사비를 비롯한 미국의 각종 지출은 현 미국의 경제력으로는 지탱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그 결과 미국도 국고가 고갈되고 있습니다(쌍둥이 적자). 미국이 매년 쌍둥이 적자를 내는 금액 만큼이 바로 경제력이 부족한 부분입니다.
만약 쌍둥이 적자를 견디다 못한 미국이 윤전기를 돌려 달러를 추가로 찍어내서 공급하게 되면, 로마의 황제들이 금화와 은화의 금, 은 함량을 줄인 것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일이 이렇게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그로 인해 미국 화폐인 달러의 가치가 의심받고 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빚어질 지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앞 글 ‘패권 국가 미국의 고민’에서,
약해져버린 경제력 대신 미국의 패권을 유지해주는 원동력이 바로 달러 기축통화 체제임을 설명드렸습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무너지면 미국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요소들이 모두 다 무너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기축통화 체제의 붕괴가 곧 미국 패권의 붕괴로 이어지고, 미국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해서, 수년 전부터 경제학자, 사회학자, 미래학자들이 이런 위험을 지적한 책들을 ‘달러의 위기’ ‘제국의 몰락’ 등등의 제목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로마 제국과 오늘날의 미국을 비교해보면, 그 양상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로마제국의 몰락을 바탕으로 미국 패권의 몰락을 얘기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학자들의 주장은 한 가지 사항만 빼놓고 보면 매우 논리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한 가지 사항은,
학자 한 사람이 아는 걸 미국 패권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모르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미국 패권을 주도하는 세력,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라고 보면 벌써 80년 이상 전세계를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는 세력들이,
일개 학자가 아는 사실, 로마제국의 몰락에 얽힌 사정을 모르고 있을까요?
대비책을 연구해놓지 않았을까요? |
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3. 22. 오후 5:42
저는 앞에서 서구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검은 백조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인 믿음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검은 백조라는 개념을 매개로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느 방향이라고 생각하느냐 묻는다면,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 한다’는 대답이 나올 듯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한 믿음들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과연 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 하고 있는가?
그에 대해 확신을 가져도 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당연한 거 아니냐?
뻔한 거 아니냐?
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非常 시기, 즉 通常적인 시기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통상적인 시기에 통하던 통념에 젖은 채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같은 비상 시기일수록 근본원리로 돌아가서 판단하자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통념에 빠지면 안됩니다.
현 정부가 과연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가?
이에 대해 당연한 거 아니냐, 는 태도로는 곤란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볼 여지는 없는가, 진지하게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현 정부의 의도를 알려면 먼저 대통령의 발언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이고 결국 대통령의 의중이 정부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08년 9월 9일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이때의 대화 내용 중에 두 가지,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IT산업은 키워봐야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도 된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스쳐 지나가는 듯 하는 한 마디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을 수 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스스로 우리나라에 대해 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현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에도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여준 분입니다.
서울시의 교통체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고, 청계천을 복원했습니다. 본인이 70, 80년대 개발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인데도, 복개했던 하천의 ‘복원’이라는 21세기의 키워드를 선점하는 모습을 보면, 전략적인 선택에 있어서도 탁월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경선과정도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똑똑하든지, 똑똑한 참모를 부릴 줄 알든지, 어느 쪽이든 리더로서의 역량이 뛰어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IT산업은 키워봐야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이 말은, 현 정부 임기 내내 우리나라 IT 기업들에게는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민과의 대화가 있었던 작년 9월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이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집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도 된다"
실제로 작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집값은 더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집값을 올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 이라는 해석이 대세인 듯 합니다. 대통령의 말은 속마음과는 다르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일방적으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대통령은 이날 집값 관련하여 구체적인 발언들을 몇 가지 더 했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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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9 국민과의 대화
-8ㆍ21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이 올라) 서민들의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신도시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출퇴근이 어렵고… 도심 재개발·재건축이 신도시보다 효과적이다. 분양 주택은 물론 임대 주택도 지어 임대도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주택정책을 생각하고 있다. 임대 전세 분양정책과 무주택자에게 우선 분양하는 복지정책을 추진할 생각이다. 최근 집값 떨어지는 것은 걱정 안 한다. 조금 더 떨어져도 괜찮다. "
-분양가를 낮출 방법이 없나.
"서민의 집이나 서민이 아니라도 집을 처음 갖겠다는 분을 위해 국민주택을 짓고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대량으로 공급하려고 한다. 만일 꼭 필요하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땅값을 내리고 건축비를 내려 가지고, 아마 정부가 그렇게 분양하면 지금 주택 거래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대통령은 이날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주택과 관련해 “국토해양부 산하 주공이나 자치단체 산하 공사 등 주택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며 “정부의 계획대로 분양하면 지금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경제에서 민간주택은 강제로 가격을 내릴 수 없지만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은 공급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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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 그린벨트를 해제 해서라도 땅값을 내린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대량으로 공급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주공, 토공 등 공공기관)은 공급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것 등등 매우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음이 주목됩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을 보면, 그 의중의 진위 판단에 앞서 최소한 현 정부 하에서는 동탄, 용인 등 서울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에 대한 투자는 두번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집값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은 그 뒤로도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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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0 TV 원탁대화
임금 떨어지면 집값도 떨어져야 하는데... 정부가 집값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주택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집값이 비싸서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 정부가 값싼 주택을 분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강남 부동산 규제완화... 미분양 아파트 사는 것은 집값 올리기 아닌가?
= 집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고 기업을 살리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지방에 대부분 있고 분양가의 60, 70%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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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대통령은 매우 흥미있는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임금이 떨어지면 집값도 떨어져야 한다… 집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고 기업을 살리려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그동안 줄기차게 잡셰어링을 통해 임금을 낮추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임금이 떨어지면 집값도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것이 집값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 집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고 기업을 살리려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대통령의 이 대답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논리에 따르면, 건설회사를 살리는 것과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별개입니다. 이 부분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저는 바로 앞선 글에서,
건설회사들은 아파트를 보유하지 않는다, 모두 분양해버린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건설회사의 이해관계와 아파트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98년 경제위기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폭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아파트 가격 폭락이 대자본 건설사들에게 나쁘기만 한 것이었나?
가만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뒤 2001년부터 2007년 초까지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사상초유의 대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이 때의 대호황은 어떻게 해서 가능하게 된 것일까요?
98년에 아파트 가격의 큰 폭 하락을 거침으로 해서 이제 부담없는 가격에, 편안하게 장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98년의 큰 폭 하락이 없었다면 그 뒤의 대호황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앞 글에서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둘러싼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가 더 이상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고,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건설족의 입장에서 볼 때,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를 더 이상 확대재생산으로 이어가는 것이 너무 무리라고 판단된다면, 이제 새로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확대재상산이 불가능한 기존 피라미드를 붕괴시키고, 다시 작은 피라미드로 새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쪽이 부담도 없고, 무리가 따르지 않는 편안한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정권 입장에서도 집값을 왕창 떨어뜨리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단 이런 선택을 하려면 적절한 핑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선택을 섣부르게 했다간 정권을 날려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세계 경제위기라는 더 없이 적절한 ‘핑계’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은 이 상태로는 평생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집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결혼도 미루고 있습니다. 아이 낳기를 두려워합니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사회, 국가를 꾸려갈 수 없습니다.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준다면 이와 같은 젊은 세대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정권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어떨까요?
기성세대들도 현재와 같은 집값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모르게 인정합니다.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부는 재산상의 큰 손실을 입더라도 자신들의 탐욕을 한탄하면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현 정부의 ‘고정표’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 전략상으로도 합리적인 면이 있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선거는 4년 남았습니다.
3년 정도 집값이 빠지더라도 마지막 1년 동안 반등을 만들어낸다면 전통적인 지지층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들을 고려한다면 과연 현정부가 집값이 계속 오르기를 원한다, 라고 한쪽 방향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들은 무엇인가?
첫째는 전통적인 지지층들을 위한 립서비스일 수 있습니다. ‘집값 더 떨어져도 된다’는 말만을 립서비스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는 듯 보이는 조치들이 립서비스일 가능성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최소한 이런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들을 가지고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계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둘째는 하락의 속도를 조절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빠른 하락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게 되므로 완급을 조절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셋째로 종부세 무력화 조치는 부자 감세의 일환인 것이고 집값을 올리려는 조치로만 볼 것은 아닙니다.
한 편으로,
작년 말에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만약 정부의 의도가 집값 상승이라면 이는 명백하게 반대되는 조치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팔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팔 기회를 주는 조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에 서민들을 위한 국민주택을 대량으로 지어 공급하겠다는 정책도 집값 상승에는 반하는 것입니다. 건설사의 이익에는 부합합니다.
결론적으로,
건설사의 이익과 집값 상승은 별개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정부는 항상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려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간,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백조와 마주치고 충격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지 모릅니다.
추신:
ㅇ 제 책에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ㅇ 앞으로는 최소한 이틀에 한 번은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집중해서 글을 쓰기 위해 아무래도 저 스스로 구속을 설정해두어야겠습니다.
그 동안 제가 달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는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진실은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고, 저는 제가 보는 만큼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전에 하루에 한 번씩 글을 올릴 때 어떤 분이 일일 학습지 같다고 하셔서 재미있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올릴 것이니 이제는 격일제 학습지가 된 셈이네요 ^^
덧붙이는 글:
어제 자기 전에 글을 올렸는데 아침에 들어와서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글에 예상치 못했던 댓글들과 답글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게 합니다만, 일단 급한 대로 몇 자 덧붙입니다.
먼저 제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표현을 잘못한 부분이 있는가?
검토한 결과 본문에서 고쳐야 할 내용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몇 줄 덧붙임으로 해서 제 생각을 보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저의 여러 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지금 전 세계와 우리 나라에 닥친 경제위기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 몇 가지 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에 전체의 구조를 조망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전체의 모습을 조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의 글들은 거의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글을 처음부터 읽지 않은 분들께 어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가급적 저의 처음글부터 다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글들의 분량이 너무 많아진 듯도 하네요.
최소한 이번에 올린 글을 제대로 평가하시려면 바로 이전에 올린 ‘집’에 관한 글들은 모두 읽고 나서 판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파고들다 보면 결국 가장 근본은 부동산 문제, 집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바로 이전 글들에서 집중적으로 집 문제, 아파트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어보신 후에 평가를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번째는,
대통령의 업무능력에 대해 평가를 한 것이지, 그 방향이 옳다고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도덕적으로 옳다고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이전 글들에서 여러 번 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찰에서 자신의 희망과 호불호를 배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상대를 우습게 여기고 얕잡아본다면 오히려 상대방의 의도 달성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로,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려 한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지 않게 하려 한다, 는 것이 정부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 저의 말처럼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양쪽이 똑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고해드리고 싶은 것도,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려 한다, 거품이 터지지 않게 막으려고 한다고 확신하지는 마시라고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네번째로,
저의 이번 글의 의도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분들에게 경고를 해드리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불패신화의 근거 중 하나로 정부가 부동산 붕괴를 어떻게든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듯 하여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번 경제위기로 최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들 중에, 지난 수년 간의 부동산 상승기 동안 과도한 빚을 지고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글에 대해서 저 대신 해명해주신 분들도 계시네요 ^^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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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3. 22. 오후 5:39
저는 앞선 글에서 서구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검은 백조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인 믿음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산분리완화를 둘러싼 논의를 볼 때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시킨다는 것입니다. 지금 금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대기업(산업자본)이 은행(금융자본)을 지배하려 한다는 우려가 주류입니다.
생명보험사연합회인가 하는 단체에서 금산분리완화를 조속히 시행해달라는 촉구 메시지를 내는 것을 보면, 대기업들이 금산분리 완화를 열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대기업들이 검은 백조의 날갯질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큰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우리 금융자본은 서구에 비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이 대기업들에게도 좋습니다. 지금 논의 과정에는 이 부분이 도외시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금산분리 완화의 결과는 십중팔구 외국 금융자본에 의한 한국 산업자본 지배가 될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됩니다.
98년 경제위기시 우리나라에 금산분리 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면, 그때 이미 우리 대기업들 중 상당수가 넘어갔을 것입니다.
앞으로 같은 경우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경제에는 순환주기가 있습니다. 경기는 항상 변동합니다. 산업자본은 금융자본보다 경기의 변동에 취약합니다. 물론 최근엔 금융자본이 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최근의 위기를 전대미문이라 표현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평균적으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보다 경기변동에 훨씬 취약한 것입니다.
산업자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금융자본은 이를 출자 전환하여 주식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매우 쉽게 산업자본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구조상 금융자본이 이길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고 금융자본에게 이자를 내야 합니다. 반면 금융자본은 신용창조를 통해 무(無)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조달하는 데에 어떤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예대마진이 보장됩니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경기변동이 몇 차례 발생하기만 하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시간문제’라고 합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증이 된 사실입니다. 몇 번의 금융공황을 거치다 보면 결국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완전히 지배하게 됩니다. 미국도 그렇습니다.
김태동 교수께서는 우리나라가 겪은 3차례의 금융위기와 산업자본(재벌)의 관련성을 명쾌하게 지적해주셨습니다.
관련글: 재벌에게 은행 주면 안되는 11가지 이유...
97년말 1차 금융위기시 산업자본이 지배하던 종금사,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 많은 금융회사들이 도산했습니다.
2003년 2차 금융위기시 대기업에서 운영하던 신용카드사들로부터 카드사태가 촉발되었고 대기업 계열 카드사가 무너졌습니다.
1차, 2차 금융위기시에는 금융회사들만 망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은행법 개정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습니다)을 통해 보험지주회사에게 비금융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결국 보험지주회사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하면, 보험사가 넘어갔을 때 대기업 계열사 전체의 지배권이 넘어가게 됩니다.
대기업에서 경영하는 보험사는 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AIG가 넘어갈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생보사가 AIG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나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나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동걸 前금융연구원장께서는 이임사에서 준엄한 충고를 했습니다.
관련기사: [이동걸 원장 : 이임사를 대신하여] 한국금융연구원을 떠나면서
재벌의 지배 아래 있는 우리나라 증권사, 보험사들은 비록 국내시장에서는 1류 행세를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2류, 3류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재벌들은 은행의 소유를 욕심내기 전에 우선 자기들이 소유한 증권사, 보험사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히 타당한 말씀입니다.
대기업은 은행에 대해서까지 과도한 탐욕을 부리다 결국 그 탐욕으로 인해 자기 자신마저 외국 금융자본에 예속당하고 마는 결과를 빚게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대기업들 스스로 검은 백조를 상기해야 합니다.
앞으로 대기업 계열 카드사, 생보사 무지 어려워질 것이라 봅니다.
우리는 왜 자꾸 한쪽 방향만 볼까요?
왜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쏠린 믿음을 갖고 있을까요?
그 만큼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특이한 것이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한쪽 방향만 경험했습니다. 근대 경제를 발전시켜오는 과정에서 거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앞 글에서 South Corea는 미국에 의해 육성된 쇼케이스 국가라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South Corea는 전세계 제3세계 국가들이 선망할 자본주의의 성공모델 국가로 육성하고자 했습니다. (월트 로스토우의 ‘근대화 이론’, 1959년 ‘(미국)대통령을 위한 군사 원조계획 검토위원회’의 보고서 내용)
관련글: 경제학과 역사 - 한국은 어디로...
South Corea 스스로에게는 북한이라는 라이벌이 존재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했을 당시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잘 사는 국가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라이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실제 취했던 정책들을 보면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력한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은행은 관치금융의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우리가 은행에 대해 갖는 인상은 허구헌날 정부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불쌍한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싶다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약한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은행에 대한 이런 인식(넓게는 금융자본에 대한 인식)은 세계적으로 보면 유례가 없는 것입니다.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가령 미국인들에게 은행은 어떤 존재일까요?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분노의 포도는 대공황 당시 미국 중서부 농경지대(오클라호마)에 살던 주인공 일가가 대대로 농사를 짓던 땅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스타인벡의 묘사가 탁월하다 보니 결말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중간에 가슴이 미어져서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소설엔 안 나오지만 먼저 이들이 왜 땅에서 쫓겨나게 됐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그 과정이 아주 비정상적인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개척한 신대륙이었습니다. 인구에 비해 땅은 무한하다 싶을 만큼 넓었습니다. 미국은 개척 초기부터 이민자들에게 땅을 무상으로 불하했습니다.
1862년 링컨 대통령은 ‘자작농법(Homestead Act)’을 도입하여 농민들에게 대대적으로 공유지를 무상 불하합니다. 원하는 모든 농민들에게 땅을 무상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각각의 농민들에게 불하된 면적이 160에이커, 우리 면적 기준으로 약 19만 6000평이었습니다. 무려 19만 6000평! 우리 기준으로는 대지주라고 할 만 합니다.
그 농민들이 왜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땅으로부터 쫓겨나게 되었을까요?
미국 인구통계청은 1890년에 토지 개척이 마감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즉 1890년까지도 무상 불하가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분노의 포도 주인공 일가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땅으로부터 쫓겨나고 있습니다. 무상으로 19만 6000평이나 주어졌던 때로부터 불과 40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일까요?
은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9년에 열렸던 미 상원 청문회에서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나옵니다.
“1920년 초에 농민들은 매우 부유했다. … 그들은 대출을 얻어 새 땅을 사들였다. 그러나 1920년 하반기에 갑자기 들이닥친 통화(대출)의 긴축으로 그들은 대규모 파산 사태를 맞았다. 1920년에 발생한 농민 파산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상당수의 농민들이 1920년에 파산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불과 30년 전에 19만 6000평이나 무상으로 주어졌고 1920년초에 매우 부유했던(1차 대전의 영향으로) 농민들이 1920년 하반기에 갑작스레 대규모의 파산사태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20년 초 미국의 은행들은 저리로 농민들에게 대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중서부지역의 농민들에게 대출을 권유합니다. 대출을 통해 새로운 토지를 구매하도록 합니다.
많은 농민들이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920년 하반기에 중서부지역에 금융위기가 몰아닥칩니다. 엄격한 통화의 긴축(대출 억제)이 가해집니다.
전개과정을 보면 은행들은 중서부지역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돈을 풀었고 또 너무 갑작스럽게 역시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돈줄을 조여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상원 청문회에서 1920년의 대규모 농민 파산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에 대한 당시 미국 농민들의 인식은 어떤 것일까요?
이를 한 번 가만히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앞으로 우리에게도 은행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는 분노의 포도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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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들 모두는 자신들보다 더 크고 힘센 무엇에 이끌리고 있는 것이었다. … 마치 은행이 생각이나 감정을 가진 무슨 괴물이나 되는 존재여서 자기들에게 고약한 일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말투였다.
그래서 자기네 같은 대리인들은 은행을 대신해서 어떤 책임을 떠맡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자기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대리인이며, 은행은 어떤 불가항력의 기계 같은 조직체로서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그런 식이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이런 냉정하고 강력한 지배자의 심부름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자도 있었다.
…
“하지만 아시겠소? 은행이라는 곳은 그런 일은 못 해 주는 데요. 요 괴물들은 공기로 숨쉬는 것도 아니고 고기를 먹고 사는 것도 아니오. 무얼 가지고 사느냐면 말이요, 이익을 숨으로 들이마시고 돈과 이자를 먹고 산단 말이요. 그놈이 돈이나 이자를 못 먹으면 그냥 죽어요. 당신들이 숨 못 쉬고 고기 못 먹으면 죽듯이 말이오. 참 슬픈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런 거요. 꼭 그렇다니까요.”
…
은행이라는 괴물은 항상 끊임없이 이익을 먹어야 한다. 잠시도 그냥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면 죽게 되니까… … 괴물은 잠시라도 성장을 중지하면 죽는다. 그래서 그것은 한가지 크기로 남아 있는 법이 없다.
…
물론 그렇겠지. 허나 우리 소작인들 생각으로는 이건 바로 우리 땅이다. 우리가 이 땅을 측량하고 나누고 갈았다. 우리는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죽어온 사람들이다. 이제 쓸데없는 불모의 땅이 되어 버렸을지라도 이것은 우리 땅이다.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일생 동안 일했고 그리고 여기서 죽어왔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이 땅에 대한 우리들의 소유권이다. 그것이 진짜 소유권이지 숫자 나부랑이 몇 개 적어 놓은 종이 쪽지가 소유권은 아니다.
…
참 안 된 일이지만 우리가 하는 짓이 아니다. 그 괴물이 문제다. 은행이란 놈은 사람 같지가 않단 말이다.
하지만 그 은행이란 것도 다 사람들이 하는 노릇이 아닌가?
아니지. 당신들이 바로 그걸 잘못 생각하는 거야. 그게 틀린 생각이다. 은행은 사람이 아닌 다른 물건이다. 공교로운 일이지만 은행에 있는 사람들은 은행이 하는 일을 다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은행은 그것대로 일을 해 나가지. 은행은 말하자면 사람 이상의 어떤 존재다. 바로 괴물이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면서도 인간이 마음대로 다스릴 수 없는 괴상한 물건이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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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은행(과 금융자본)이 무서운 존재(?!)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 눈에는 은행이 불쌍하고 우스운 존재처럼 보일 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보면 무서운 존재라는 것이 객관적인 모습에 가깝습니다.
국가의 운영,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이 민주화되면 될수록 결국은 금권이 지배하게 되더라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입니다. 그 금권의 핵심엔 금융자본이 있습니다. 산업자본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 4대은행의 지분구조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 지분율을 보면 4대은행 중 3곳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은행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이 3곳의 은행은 외국 금융자본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들을 우리나라 은행처럼 느끼는가? 왜 이들이 그토록 조용한가?
금산분리라는 족쇄에 매여있기 때문입니다.
금산분리가 없었다면 98년에 이미 이 은행들은 국내기업들을 장악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은행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지금과는 양상이 달랐을 것입니다.
금산분리라는 족쇄가 풀렸을 때 은행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는 다음 기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은행이 무서운 기업들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보면 완화대상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라고 한정해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한번 풀린 빗장이 이후에 계속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은행들이 PEF나 보험사 등을 통해 우회하지는 않을까요?
국가의 백년, 천년지대계를 눈앞의 작은 이익으로 그르쳐선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98년에 다 개방을 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3대 시중은행은 이미 외국 금융자본인 셈입니다.
앞으로 여러 번 반복될 수 있는 금융공황시에 서구의 앞선 금융자본의 지배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금융산업이 취약한 우리로서는 철저한 금산분리 만이 우리나라 산업자본이 살 길입니다.
어느 대기업이 보험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한다 쳐봅시다. 앞서 말했듯이 AIG가 넘어가듯 보험지주회사가 넘어간다면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일거에 외국 금융자본(3대 시중은행일 수도 있습니다)에게 빼앗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대기업들이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검은 백조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금산분리 완화방안을 보니 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더군요.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는 PEF가 은행을 지배하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은행이 우리 PEF의 차지가 되기는 할 지부터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나? 외국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PEF와 비교시 누가 더 자본조달능력과 금융노하우가 뛰어난가?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국내 대기업이 스스로 막강한 금융자본의 위치로 올라서겠다는 그림일까요? 외국 금융자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김태동교수께서 지적하셨듯이 우리나라가 겪었던 1차, 2차 금융위기시 국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보여온 모습은 어떤가요?
이번 경제위기 관련하여 국내의 대기업들이 어떤 상황 인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대응전략들을 짜놓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직 확고한 전략이 굳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반드시 이기는 전략을 충고드리고 싶습니다.
반드시 이기는 전략이란, 자연의 이치에 맞는 전략, 역사의 흐름에 맞는 전략입니다.
아메바의 지혜를 배우시길 바랍니다. 아메바의 세포에 아로 새겨진 지혜는 46억년 동안 지구가 진화해오면서 터득한 가이아(지구)의 지혜입니다. 탐욕에 바탕을 둔 인간의 어리석은 지혜는 46억년 동안 진화해온 가이아의 지혜를 당할 수 없습니다.
관련글: 이런 아메바 만도 못한 놈!
이 가이아의 지혜가 아메바의 세포에만 새겨져 있을까요?
우리 인간의 세포에도 아로 새겨져 있습니다. 앞으로 불황이 심화되면 우리들은 그동안 탐욕에 취했던 인간들이 가이아의 가르침에 따라 무의식 중에 스스로 변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리라 봅니다.
어려운 시기가 오면, 그동안 혼자 잘났다고 돌아다니던 아메바도 가족을 찾습니다. 서로 도우며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불황’에도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고 합니다. 불황이 오면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의식이 고취된다고 합니다. ‘불황’은 개인이 혼자 잘났다고 돈벌이에 매달려 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사회의 어두운 곳에까지 신경을 쓰게 만듭니다.
미국 대공황 때도 그랬습니다. 좀 더 바람직한 사람 사는 세상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탐욕을 충동질하고 경쟁심을 부추기고, 효율을 내세우고 그렇게 속여 넘어갈 수 없습니다.
과도한 탐욕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이를 더 큰 탐욕으로 넘어가려 해선 안됩니다. 그것은 필패의 전략입니다.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전략입니다.
지금 국내의 대기업들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대한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보입니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성원을 받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기업으로 변할 것인가?
그리스의 모습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는 소수의 가문이 족벌체제를 통해 경제를 지배하고 정치마저도 지배한다고 하는군요. 국가 전체가 소수의 가문에 장악당한 모습. 이런 모습을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는 것인가요?
모든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더라도 그것은 무지렁이들의 시각일 뿐, 국가 전체를 지배하고 독점이윤을 누릴 수 있으니 좋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스와 같은 지배상태가 얼마나 가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현 시점에서 피끓는 한국사람들을 상대로 그리스와 같은 지배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필패의 전략을 취하지 말고 필승의 전략으로 나가시길 충고드립니다.
미국은 필승의 전략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의 패권을 주도하는 그룹들이 전략적으로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연의 흐름, 역사의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타는 전략은 반드시 성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전략가들도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배우길 바랍니다.
미국이 취하는 전략이 어떤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가려는 지는 다음 글에 잘 나와 있습니다.
관련글: 같은 경제난에 이렇게 다르다니!!! 오바마 vs MB
미국은 대공황 직후의 뉴딜정신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앞에서 뉴딜은 삽질이 아님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진정한 뉴딜정신이 어떤 것인지,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려는지 알고 싶으시면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를 참고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동안 한국의 기득권층에서는 국민들을 상대로 항상 ‘미국’을 외쳐왔습니다. 이제 와서 미국과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그리고 그 주장이 국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인데, 국민을 상대로 이를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 보시는지요?
현명한 전략을 선택하시길…
추신:
저는 이번 완화방안 중 ‘연·기금의 은행주식 보유 확대’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연·기금의 지배권 확대가 그나마 낫다고 봅니다.
연기금을 통해 정부가 은행에 관치 개입할 것을 염려하고 있지만, 최소한 정부는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그나마 낫다고 보는 것입니다.
차선조차 되지 못하는 방안일 수 있지만,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므로, 찬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
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2. 28. 오후 11:07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편 정도를 목표로 하고 최소 일주일에 한 편은 글을 올려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일주일을 넘기고 말았네요. 혹시 기다리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아파트와 관련하여 그 동안 댓글 주셨던 내용들 중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번 글 ‘아파트와 화폐환상’까지 해서 집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제가 앞선 글에서 향후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게 될 거라고 말씀드리면서, 인구통계를 언급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주신 글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보충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선 글에서는, 경제의 흐름를 예측하는 지표 중에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견해가 있다고 말씀드렸고,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세대는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대와 50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40대와 5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자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되고, 반대로 이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이 4,50대 인구 비중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피크를 치고 한참 지난 뒤가 아니라 피크를 친 시점 직후부터 자산시장에 급격한 하락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경우를 보면, 이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피크를 이룬 시점이, 일본의 경우는 1990년,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2006년으로 자산시장이 피크를 이루고 붕괴를 시작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2015년을 전후로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피크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구통계학 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은 2015년까지는 상승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직후부터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상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부동산 가격 예측은, 그 동안 부동산 가격의 대세 상승 지속을 주장하는 논리 중의 한 가지로 얘기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구통계학 측면에서만 보면 저도 2015년까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봅니다. 여타 다른 변수의 변화가 없었다면 그렇지요. 하지만 LTV, DTI 규제가 도입되었고, 보유세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상승하지 못했을 것으로 봅니다(물론 이번에 규제들이 완화되고 있긴 하지요.). 거기다 이번에 경제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상승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 나라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 현재 47세~55세)의 은퇴 시작이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에 대해 인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1971년생이므로 베이비 붐 세대 기준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연령별 인구수를 그래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2005년의 통계청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71년생이 가장 인구수가 많긴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71년생을 중심으로 한 2차 세대간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를 맞아 이들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후속 매수기반이 취약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의 경제위기와 인구통계학적 위기 요인이 맞물린다는 점입니다. 이번의 경제위기가 대략 3년 정도 지속된다고 보면, 그 이후에 바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기와 40, 50대 인구의 감소기로 연결됩니다. 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후속 매수세는 받쳐주지 못하게 되는 사태를 맞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경제위기가 3년 정도로 수습된다고 해도 한국 부동산 시장은 90년대의 일본처럼 L자형 장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객관적인 인구’수’의 문제를 넘어 ‘88만원세대’라고 하는 세대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으로 토지이용의 효율성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고층아파트로 지었을 때도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긍하기 어려우신 듯 합니다. 관련기사: "뉴타운사업으로 주택 수 절반으로 축소" 앞 글에서도 소개해드렸던 이 신문기사를 보면 뉴타운 사업 결과 주택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면서 그 원인을 대형 평수로 지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 뉴타운 아파트의 사례를 직접 들여다보겠습니다. 신문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가재울뉴타운 아파트 중 아이파크 아파트의 세대수를 살펴보았습니다(출처: 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분양면적 기준으로 14평에서 43평까지 362가구입니다. 이렇게 지었을 때 가구수가 재개발 사업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들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여 가구수를 2배로 늘린다면 재개발 이전과 가구수가 같아질 것입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은 전용면적으로 따지므로 아파트의 전용면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을 했을 경우 표에 보시는 것처럼 전용면적 4.9평에서 17.3평짜리로 지어야 재개발 이전과 비교하여 가구수가 줄어들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용면적4.9평 ~ 17.3평이란 전혀 대형평형도 아니고 재개발 이전 가구들의 전용면적과 비교해도 더 열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고층아파트로 개발할 때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별로 높아지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재개발 이전 주거단지는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극히 낮은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초기 재개발 사업들은 모두 사업성이 높은 곳, 즉 저밀도 주거지역들(1층짜리 단독주택들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저밀도 주거지역들을 2~3층짜리 단독주택과 3층 정도의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이 어우러지는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면 고층아파트보다 얼마든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파트의 대안으로 단독주택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라면 일정비율로 공동주택 거주가 맞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50%가 넘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들에 우리 같은 고층 아파트들 없습니다. 공동주택 = 고층 아파트,가 전혀 아닙니다. 즉 우리 같은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재개발 사업이 일률적으로 ‘고층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고, 공동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고층아파트 말고도 얼마든지 대안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추신: 그동안 환율이 많이 올랐습니다. 저는 연말 경에 실수요자 분들은 가계에 외환보유고를 쌓는 개념으로 분할 매수하시도록 권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환차손이 염려되신다면, ‘보험’의 논리로 생각하시도록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제 많이 올랐다는 생각에 매도하실 생각마시고 지속 보유하시길 권해드립니다.수익이 났다고 매도를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애초에 보험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수익이 났다고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매도해버리지는 않습니다. 가계의 외환보유고도 마찬가지 개념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환차손, 환차익이 나더라도 개의치 마시고,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통장에 외환보유고를 쌓아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수익을 염두에 두고 단기대응을 하는 분들보다 보험차원에서 마음을 비우고 계신 분들이, 나중에 돌아보니 결과가 더 좋았더라, 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무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시도록 권해드렸습니다. 어제 날짜 매일경제를 보니1면 머릿기사로 ‘1500원대 고환율은 일시적’이라고 나왔더군요.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저는 초기 글들에서 외환시장을 둘러싼 수요와 공급 상황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주식시장에 ‘재료보다 수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봅니다. |
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2. 28. 오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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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8. 오후 11:06에 업데이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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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래 말씀드렸던 것보다 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 글은 우리 나라의 아파트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입니다. 저는 아래의 책을 읽지 않고는 한국의 아파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가 쓴 이 책은, 어떤 사태의 본질을 외부자가 더 객관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한국인인 우리들은 물고기가 물을 느끼지 못하듯이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가 왜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연구한 것일까요? 그것은 한국, 특히 수도 서울의 아파트 문화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93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줄레조 교수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규모에 놀라고 또 아파트가 중산층의 주거로 환영받고 있다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거기다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라니… 그녀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주제로 한국의 아파트를 선택합니다. 그녀는 프랑스의 동료학자들에게 자신의 연구 대상인 한국 수도 서울의 아파트가 빈민계층의 주거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습니다. 파리의 아파트는 바로 그런 곳이니까요. 2005년 파리에서 일어난 과격한 소요사태가 외신을 타고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차량과 건물이 불타고 경찰관들이 부상을 당했던 그 소요사태가 일어난 지역이 파리의 아파트 밀집지역입니다. 그리고 그 곳은 주로 이민자를 위시한 빈민계층의 주거지이고 경찰관들도 들어가기를 꺼리는 곳입니다. 미국의 할렘가와 유사합니다. 구미의 경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이처럼 전세계를 놓고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매우 특이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막연한 짐작과 추측에 근거한 것일 뿐, 객관적인 근거를 결여한 것입니다. 줄레조 교수는 맨 먼저, 도대체 왜 수도 서울에 이토록 많은 아파트가 필요한가 질문합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그것도 모르냐? 한국은 땅덩이는 좁고 인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고층아파트가 필요한 것이다, 라고 당연한 것을 묻는 어리석은 이방인 취급을 합니다. 이에 대해 줄레조 교수는 서울에서 단독주택 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 오히려 인구밀도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제시합니다. 같은 땅 면적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수가 줄어듭니다. 즉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의 직관과는 정반대되는 사실인데, 아파트가 고층이라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많이 높아지는 것 같지만, 층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동간 간격도 더 넓게 잡아야 하므로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그다지 높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연하게 여기고 한번도 의문을 품어보지 않았던 전제가 일거에 무너졌으니까요. 최근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결과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이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기사에서는 아파트를 대형 평형 위주로 짓기 때문이라고 원인분석을 했지만,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고 토지이용의 효율성 자체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뉴타운사업으로 주택 수 절반으로 축소" 아파트를 대형 평형 위주로 지었기 때문에 세대수가 줄어든 것인가, 는 추론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짓고 나서 세대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니 각 아파트를 절반으로 쪼개어 소형평수 아파트로 바꾸어도 세대수는 뉴타운 재개발 이전과 동일할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즉 세대수는 늘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뉴타운 재개발 이전 상태는 단층 주택도 많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재개발 사업을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3층 높이 정도의 타운하우스 형태로 짓는다고만 가정해도 고층 아파트보다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오히려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아파트 뉴타운 사업은, 사실은 주택수를 줄이는 사업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들이 아파트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인상은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좁은 국토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럼 왜 계속해서 지어져 온 것일까요? 그것은 가장 기본적으로는,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가 대자본 건설사의 건축사업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정도의 건축사업은 속성상 소규모 자본 건설사의 영역이지, 대자본 건설사가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눈에 보이는 경제성장 내지 발전의 상징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몽골의 아파트를 보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몽골 대초원에 놓인 아파트는 생경하기만 합니다. 땅덩이는 좁고 인구는 많으니 필연적인 주거형태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대도 몽골에서도 아파트가 지어집니다. 중국과 몽골,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식 아파트가 지어지는 데에는 우리 나라의 책임이 큽니다. 권위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형태인 박정희 모델은 이들 각국 정부에게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중국에서 박정희 정부의 경제성장 모델을 관심깊게 연구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 몽골에서도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 모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몽골 대초원의 아파트입니다. 아파트가 권위주의 정권과 대자본 건설사의 이해관계에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처럼 대량으로 보급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요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기 이전에는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아주 저렴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되기만 하면 바로 ‘돈’이 됐습니다. 또한 정부의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분양권이라는 로또에 당첨된 아파트 입주민은 순식간에 체제의 찬양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체제의 수혜자인 셈이고, 아파트에 당첨되는 순간 스스로를 중간계층으로 올라섰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로또 대박을 바라는 수요가 구름처럼 몰려들게 되었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체제의 찬양자가 되어 아파트 지역 = 정권의 지지기반, 이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지어 대량으로 공급하는 만큼 체제의 굳건한 지지세력이 대량 생산되는 구도가 된 것입니다. 이 구도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정권과 대자본 건설사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구도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정권과 대자본 건설사 입장에서 해피한(?) 구도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앞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부동산 중심 경제성장 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국가정책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손쉬워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습니다. 빈부격차를 야기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언제나 적정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고 과도한 상승(거품)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결국 그 거품이 터졌을 경우 국가경제에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그 외에도 수도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30년짜리 시한폭탄을 우리에게 안긴 것입니다.
현재 아파트 재건축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 강남 대치동의 은마 아파트입니다. 14층 짜리 아파트인데, 그 재건축이 사업성이 적어서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돈이 된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계기가 잠실 주공아파트의 재건축이었습니다. 5층 짜리 잠실주공아파트를 평균 25층 정도로 재건축을 하니 '돈'이 됐겠지요. 하지만 은마아파트처럼 14층짜리만 되도 사업성이 적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향후 20층, 25층짜리 아파트의 재건축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당장 입에 단 곶감을 먹기에 바빠서 시한폭탄을 애써 모르는 체 덮어두고 있다고 봅니다. 터지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미래세대에게 떠넘기기만 하면 그만일까요? 작년 말에 잠실에 새로 입주한 재건축 단지에 지인이 살고 계셔서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신평면으로 새로 지은 아파트인지라 실내구조는 이전 아파트와 비교할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용적률입니다. 용적률 275%에 19층~33층 높이로 지어진 아파트… 아파트 단지 안에 서면 대번에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들이 인간을 위압하는 형세입니다. 90년대 이후에 새로 짓거나 재건축이 이루어진 아파트단지들의 평균 층수는 20층이 넘습니다. 그 단지들에 들어가 보면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인간들도 잘 자라지 못합니다. 이 과도한 용적률이 문제가 되어 최근 몇 년간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용적률에 제한을 가했던 것입니다. 현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재건축 ‘규제완화’라며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완화했습니다. 용적률을 제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용적률 300%짜리 아파트가 대량으로 들어서면 그 곳이 강남 3구이건 어디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90년대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사용연한이 다하고 재건축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는 상상이 잘 되지를 않습니다. 줄레조 교수는 책의 끝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맺습니다. 대단지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관리와 유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필연적으로 그 비용을 더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도시 형태의 견고함을 취약하게 만들어 프랑스에서처럼 쇠락의 길로 접어들거나, 한국에서처럼 일상화된 재개발의 결과를 낳는다. 주택이 유행상품처럼 취급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는 저자의 진단에 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해답을 잘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층, 25층 짜리 아파트를 재건축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리모델링을 한다? 자산가치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집주인들이 동의할까요? 특히 대단지의 집주인 모두가 한꺼번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투자가치가 높다 하여 선호하고 있습니다. 시한폭탄이 터지고 나면 아파트가 ‘대단지’라는 사실이 재앙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리모델링 추진사례를 보면 대단지 아파트 안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산가치의 상승이 불분명하거나, 불가능함이 명백할 경우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낡은 상태로 그냥 계속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가 낡아갈수록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관리비가 급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줄레조 교수는 책에서 실제 조사한 사례를 제시합니다.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관리비가 급증하니 부녀회에서는 관리사무소에 비용 절감을 요구합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비인력을 줄입니다. 요즘 아파트 단지는 예전에 비해 경비원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대신 CCTV를 설치하고, 출입구를 암호를 입력하는 자동개폐문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과연 이런 상태의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사용연한이 거의 찬 낡은 아파트에서도 다들 잘 버티고 있습니다.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생활의 불편과 관리비 부담을 보상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대감이 사라졌을 때 어떻게 될까요? 제 생각엔 슬럼화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욱 컸고, 이에 대한 원인 분석들이 여러 가지 나왔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의견 하나가, 이들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이제 낡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신도시에 가보면 도시 전체가 낡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신도시는 서울에 비해서도 아파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도시 전체가 아파트로 이루어진 아파트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노후화가 더 진행되어 재건축 연한이 찼는데도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봅니다. 어떤 단지는 어렵사리 재건축을 이루어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아파트인데 바로 옆 단지도 시기를 맞추어 재건축이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바로 옆 단지가 슬럼화된다면 내 단지를 재건축 한들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슬럼화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제 때에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못해, 도시전체가 낡은 느낌 정도가 아니라 우중충한 인상을 주기 시작하면 그 자산가치가 유지되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인간은 매우 섬세한 존재입니다. 그 느낌이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는 100년, 2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내린 선택과 행동에 대해 평가하곤 합니다. 똑같이 100년, 20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지금 우리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평가할 것입니다. 저는 이미 손가락질 당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어떻게 가급적 줄여나갈 것인가가 남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욕을 덜 먹을 수 있도록, 그래도 뒤늦게나마 깨닫고 부작용을 줄여보려고 노력했다는 말은 들을 수 있도록… 이 문제의 해결은 100년 뒤, 300년 뒤, 500년 뒤에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 대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10년, 아무리 늦어도 30년 내에는 슬럼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경제위기, 그리고 우리 나라만의 세대간 불균형 문제와 맞물려 더 빨리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 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는 현재 47세~55세입니다. 이들의 은퇴시기가 곧 닥쳐옵니다. 빠른 경우는 이미 은퇴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는 800만명 정도로 이들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8%입니다. 이렇게 하면 실감이 잘 안납니다. 이 세대가 초등학생이던 1965∼1968년 초등학교의 학급당 인원 통계를 보면 65명입니다. 이를 1960년(57.4명), 1978년(53명)과 비교해보면 이 세대가 앞뒤 세대보다 인구비중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대가 현재 47세~55세로 지난 수년간 인생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고 자산시장에서 왕성한 구매력을 보였습니다. 지난 수년간의 자산시장의 상승은 이들의 구매력에 기반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거꾸로 보면 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를 맞아 이들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후속 매수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의 흐름를 예측하는 지표 중에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세대는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대와 50대입니다. 이 40대와 5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질수록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자산 시장은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반대로 이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경우를 보면, 이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 일본의 경우는 1990년,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2006년으로 자산시장의 붕괴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2015년을 전후로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총인구의 감소는 2018년(통계청)부터지만, 자산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4,50대 인구 비중의 감소는 이보다 더 빠른 것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기와 4,50대 인구 비중의 감소가 시기적으로 겹쳐서 일어납니다. 이렇게 보면 단순하게 인구 구성 측면에서만 봐도 우리 나라 자산시장에서 후속 매수주체가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떠나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이 땅의 기성세대(어느 연령대까지가 기성세대인지 모호한 개념입니다만)들은 다음의 책을 꼭 읽어봐야 합니다. 88만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저) 저자는 지금 이 땅의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장이라곤 비정규직 밖에 없는데, 20대가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 임금을 계산해보면 한 달에 88만원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 이 땅의 88만원세대들은 세대 전체가 많이 아픕니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지어 신체적으로까지 세대 전체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꼭 이런 시기에 결혼해야겠냐?"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가 아프게 되면, 나라 전체가 건강할 수 없습니다. 경제란 모든 것이 맞물려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자산이 넉넉하니 남들은 가난해도 상관없다, 는 식으로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넉넉하니 다음 세대는 어찌돼든 알 바 아니다, 는 식으로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현재의 88만원 세대들에 비해 많은 자산을 축적해놓았습니다. 아마 대부분 부동산 형태로 축적해놓았을 것입니다. 자산이란 제대로 매각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지금 4,50대 연령대가 은퇴기를 맞아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자 할 때, 그 뒤를 잇는 후속세대들이 아파트를 비싼 가격에 사줄 수 있을까요? 구매력이 부족한 다음 세대는 당장 기성세대의 안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4,50대들도 경제위기로 많이 힘드실 것입니다. 하지만 88만원세대들은 더 힘든 정도를 넘어 세대 전체가 심각하게 아픈 상태입니다. 힘들더라도 기성세대들이 다음 세대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이번의 세계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와 4,50대 인구비중이 줄어드는 2015년을 앞두고 버블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했던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선두인 1955년생은 올해 55세로 빠른 경우는 이미 은퇴를 시작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해가 갈수록 인구 구성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이번 세계 경제위기가 겹친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파를 맞이한 것입니다. 아파트가 대한민국 중산층의 최고 관심사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파트에 관한 제 글과 관련해서 댓글을 통하여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비교하는 많은 글들을 올려주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직도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관한 선입견 내지 통념이 강한 듯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아파트의 대안으로 꼭 단독주택 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을 벌인다면 단독주택과 3층짜리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 모두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을, 스카이라인과 동선을 고려하여 배치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일단 아파트와 가장 대비되는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이니 단독주택 위주로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건초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참고했습니다. 건초님은 아파트를 옹호하기 보다는 단독주택의 논리를 철저하게 검토해보자고 종합해서 올려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ㅇ 아파트의 편리성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편리하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생각이 형성된 것은 초기 아파트 입주붐이 불던 시절, 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에 형성된 것으로 봅니다. 당시 단독주택에서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아파트는 중앙난방이 공급되었고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 물이 콸콸 나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깔끔한 입식부엌. 당시 열악했던 단독주택 상황과 대비가 되어 가정주부들의 찬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다세대주택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다세대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뭐가 다를까요? 가스보일러로 난방 잘되고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 물 잘 나오는 것 동일합니다. 예전의 단독주택들은 허술하게 날림으로 지은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 단독주택들은 건축자재, 단열처리 등이 훌륭합니다. 아파트에 비해 춥다는 것도 예전 경험의 소산이라고 봅니다. ㅇ 아파트의 환금성 아파트의 장점으로 환금성이 얘기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는 ‘환금성’이 얘기되는 자체가 이미 한국에서 아파트는 폰지 게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폰지 게임, 투기의 기본적 특징 중 하나가 후발주자가 더 비싼 가격에 내 물건을 사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매입하는 것입니다. 아파트는 표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가 편리하고 환금성이 좋다고 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붕어빵 틀에 찍어내듯 대량생산된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것에 대해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집단수용소나 군대 막사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그렇게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는 끔찍한 주거형태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저는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이 더 맞다고 봅니다. 사람의 삶의 터전인 주택이 표준화되어 있고 주식처럼 사고파는 투자상품이 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봅니다.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개성이 강한 것이지요. 삶의 터전인 주택은 그 터전의 주인을 반영하여 개성을 갖는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주택은 환금성이 적은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택이 환금성이 높은 거래상픔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고 있다는 미국, 영국, 스페인이 모두 그렇지 않고, 부동산 버블 붕괴로 유명한 일본에서 조차 주택이 환금성 높은 거래상품으로까지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게 되면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에서 주택(아파트)이 환금성 높은 투자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상당한 버블이 끼어있다는 증거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생물학, 의학에서는 종 내에 다양한 변종들이 존재할 때 종 전체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나중에 아파트 단지의 슬럼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아파트에 대해 탈출 러시가 빚어진다면, 아파트가 표준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일대 재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아파트 내가 인테리어 새로 했고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를 잘했는데… 우리 단지는 공동으로 유지보수비를 많이 투자해서 관리를 잘해왔는데… 라는 항변이 시장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입니다. 이에 비해 단독주택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개성이 강하므로 감가상각에도 잘 견디어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담쟁이가 벽을 덮고 있는 낡은 단독주택이 까페로 리모델링되는 경우들을 봅니다. 낡은 창틀은 알루미늄 섀시로 교체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운치를 높여주는 존재가 됩니다. 주택이 낡아서 감가상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색창연함이 오히려 가치를 더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도 주택도 표준화되어 있는 것보다 개성이 강한 것이 가치가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 단독주택은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 한 그루가 그 집만의 가치를 더합니다. 감가상각 기간, 수명문제도 그렇습니다. 건초님께서 콘크리트의 공학적 수명이 65년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목조건물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입니다. 경북 안동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늦게 잡아도 1368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은 역시 늦게 잡아도 1376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이 두 목조건물은 600년이 넘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것입니다. 흔히 콘크리트가 자연재료에 비해 엄청 강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한 것입니다. ㅇ 아파트의 안전성 많은 분들이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는 듯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생각해볼 여지가 많이 있다고 봅니다. 객관적인 통계를 비교해보고 싶은데 자료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통계수치를 비교하려면 비교대상 선정이 중요합니다. 난개발 상태이고 방범활동이 허술한 곳과 아파트 단지를 비교하면 대상 선정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지요. 일산의 정발산을 배산으로 하고 자리잡은 단독주택 단지(마을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김대중 전대통령의 거처가 이 곳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치는 않습니다)가 있는데, 이 곳과 아파트 단지의 범죄 발생률을 비교해볼 수 있다면 좋을 듯 합니다. 이 마을을 선정한 이유는 우리 나라 단독주택 단지 중에서 그나마 제대로 개발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단독주택 단지의 특징은 담이 없습니다. 이 글 뒤에 설명드리겠지만 담이 없는 것이 범죄발생률을 낮춥니다.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고정관념도 80년대 초에 형성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 뒤로 아파트의 안전성은 많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저는 여기서도 우리들이 느끼는 체감의 지체현상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좀 오래된 아파트를 보면 건물 입구마다 경비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아파트를 짓고 입주했을 때는 입구마다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 수를 줄였고 그 때문에 여러 동을 한 사람의 경비원이 지킵니다. 그 대신 CCTV를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자동출입문을 설치해놓았습니다.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작년 3월경에 9시 뉴스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모 아파트 엘리터이터 안에서 초등학생을 마구 때리고 성폭행하려 했던 범행장면입니다. 그 뒤 더 충격적인 장면이 보도되었는데, 이 범행이 있기 직전에 범인은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근처의 여러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를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CCTV에 잡힌 그 장면이 보도되었고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CCTV와 자동출입문은 전혀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지 못합니다. 중국집 배달부도 비밀번호를 알고 있고, 모를 경우 주민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다 따라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나는 범죄도 많습니다. 아파트 현관의 우유투입구를 통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절도사건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범인들이 우유투입구를 통해 기구를 집어넣고 문을 여는 동안에도 아무 꺼리낄 것이 없는 것이 아파트의 구조입니다. 제가 보기에 매우 우려스러운 범죄형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빈 아파트임을 확인하고 아파트 층간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부녀자가 혼자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따라 들어가서 범행을 저지르는 형태입니다. 이 범죄형태는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문만 걸어잠그고 있으면 사방이 막혀있어서 안전하다는 생각도 강한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집안에 사람이 있고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한 범죄가 발생할 확률은 무척 낮습니다. 이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범죄의 대부분은 빈집 절도이거나 아니면 검침원 등을 가장하여 집주인 스스로 문을 열게 만들거나, 집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을 노리거나 하는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이 경우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없는 아파트가 더 위험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보기에 계단식 아파트보다는 복도식 아파트가 범죄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적을 것입니다. 우유투입구를 통해 문을 열었던 절도범의 경우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보는 눈이 있거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누구나 자산가치가 더 높다고 선호하는 계단식 아파트의 경우 범죄를 막아줄 주변의 지켜보는 눈이 없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미국에 있는 외삼촌 댁을 다녀오시고 들려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미국의 단독주택들은 담이 없고 길에서 집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외숙모에게 물었답니다. 미국에는 흉악한 범죄가 많다고 하는데 이렇게 집에 담장도 없고 해서 방비가 되겠느냐고요. 이에 대해 외숙모는, 담장이 없는 것이 더 안전하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담장을 둘러쳐서 침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지켜보기 쉽게 담장을 없애고 최대한 주변 시선에 집을 노출시킴으로써 범인들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방식이 범죄를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정발산 마을이 이런 사고방식을 도입하여 담이 없는 마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들이 대낮에도 출입하기를 꺼리는 곳이 아파트입니다.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한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슬럼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줄레조 교수는 흥미있는 지적을 합니다. 서울시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안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기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인 서울의 시민들이 안전노이로제에 걸린 듯이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합니다. 우리 모두의 통념과 달리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맞습니다. 전세계에서 젊은 여자 혼자 밤길을 걸을 수 있는 대도시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안전노이로제에 걸려있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80년대초에 형성된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고정관념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울이 평균적으로 매우 안전한 도시라서 범죄발생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객관적인 통계치가 없지만 사실상 단독주택보다 범죄발생률이 더 높은데도 전체 평균 자체가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느낌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당장 선택의 문제로 가면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은 저도 인정합니다. 일산의 정발산 마을 정도되는 단독주택 단지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주택단지들이 그동안 많이 개발되었다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지금도 존재하겠지요. 과거 단독주택 단지였던 곳들도 모두 허물고 다세대주택들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아파트로 재미(?)를 보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단독주택 지역은 trigger-happy한 상태로 주거환경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야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면도로 거주자 우선 주차제, 공용주차장 설치, 지역주민센터 활성화 등이 시작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 민간의 영리사업으로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단독주택과 3층짜리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 모두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 배치된, 그리고 지하주차장도 설치된 복합 단지 형태로 개발되어지기를 희망해봅니다. 아파트 만이 선택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참고로 타운하우스의 town은 영영사전을 찾아보면, a place with many houses, shops/stores, etc. where people live and work. It is larger than a village but smaller than a city 라고 나옵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우리말 번역을 생각해보면 ‘읍내’, ‘도회지’, ‘시가지’ 정도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구에서 타운하우스는 전혀 전원주택이 아니고 웰빙을 추구하는 주거형태도 아닙니다. 그러려면 단독주택 형태가 되어야지 옆집과 벽을 공유할 이유가 없지요. 실제로 서구의 타운하우스들은 모두 시가지 내에 지어지는 것입니다. 시가지 내에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짓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타운하우스가 웰빙을 추구하는 주거형태, 고급스런 주거형태로 포지셔닝되고 있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입니다. ㅇ 주식시장에 대해서 이 글의 주제와 어긋나는 것입니다만, 주식에 관한 글을 별도의 글로 쓰고 싶지가 않아서 여기에 같이 적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요사이 주식시장 흐름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고자 합니다. 예전 글에 대한 AS차원입니다. 제 글을 처음부터 읽어오신 분들은 제가 초기부터 우리 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들을 제시하면서도 주식시장은 당분간 오를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려온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먼저 상당폭 오르고 나서 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간 후에 뒤늦게 투자에 뛰어드는 분들이 생길 듯 하여 그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월 중순의 급락 가능성을 말씀드린 적이 있고, 1월 중순에 상당한 하락이 나타난 후에는 오히려, 이는 예상보다 한 템포 빠른 것으로 오히려 1월 중순의 대폭락의 위험성을 건너뛰게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정을 거친 뒤 다시 한 번 상승흐름으로 이어질 듯 하다고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요 며칠 동안 급락이 있었습니다. 어제의 미국 다우지수를 보니 간신히 급락을 멈췄고 75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저점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부터는 지난 번보다 훨씬 판단내리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럽은행들이 불안해보인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동유럽발 금융위기로 서유럽 은행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아고라에 올라온 글 중에는 미국에서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의 규모를 능가하는 폰지사기 사건이 조만간 가시화할 듯 하다는 글도 보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구체화한다면 증시는 언제든 급락을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흐름을 보면, 증시는 다시 한 번 상승흐름 쪽으로 갈 듯도 합니다. 이 상승흐름과 경제상황 악화가 서로 힘겨루기를 할 테니 결국 어찌될 지는 모릅니다. 이전보다 판단을 내리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다만 여전히 상승으로 가려는 흐름이 존재한다는 정도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신문기사 중에 잘 정리된 그래프가 눈에 띄길래 소개해드립니다. 98년 외환위기시의 주가흐름과 현재의 주가흐름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제가 전에 소개해드린 대공황 당시의 차트도 유사하다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모든 대폭락의 흐름은 유사합니다. 시장 속성상 중간에 상당한 규모의 반등이 없이는 큰 폭락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장 속성상 나타나게 마련인 흐름과 현재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러 움직임들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았고, 경제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우리 주식시장은 그래도 저점대비 상당히 상승한 상태이지만 미국 다우지수를 보면 전저점 수준입니다. 다우지수의 상당한 상승이 나온 뒤에 폭락으로 가는 흐름이 시장 속성과 부합합니다. 그리고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대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동안 주식시장의 흐름을 이끌어온 기대감은 경기부양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금융구제안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입니다. 이전과 다른 것은 동유럽발 위기가 구체화하는 등 경제상황이 훨씬 악화됐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향후 흐름은 모르겠습니다. 시장 속성과는 다르게, 그리고 시장에서 예전의 패턴을 인식하고 있는 참여자들이 많다면 또 이를 거스르게 되는 것이 시장의 흐름이므로, 대폭락의 와중에 나타나는 베어마켓 랠리가 본격적인 랠리가 되지 못하고 기간 조정 정도로 끝을 맺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소개해드린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구조, 우리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러 움직임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고 그 뒤로 진행된 우리 주식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보시면 어느 정도 흐름을 읽어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AS는 오늘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제 끝내려고 합니다. |
게시자: Who Am I ? That is what I am, 2009. 1. 22. 오후 4:47
안녕하세요? 일처리가 좀 늦어지는 바람에 이제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본격적으로 다시 써나가기 전에 이번 글에서는 몇 가지 질문사항들에 대한 답변을 하고자 합니다. 글을 쉬고 있던 그동안도 아고라를 가끔씩 눈팅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저에 대한 오해가 일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밖에도 답변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되는 댓글 질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ㅇ 99%의 진실과 1%의 거짓? 우선 저의 글에 대해서 99%의 진실에 1%의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넣음으로써 오히려 결정적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음을 알고 당황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제 눈에 보이는 사실과 저의 생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해드리고자 노력하지만,제 글에는 틀림없이 일부 ‘무지’가 섞여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저도 글을 쓰기가 많이 두렵습니다.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거짓’은 섞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그 이상의 변명은 제 글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글을 통해 시종일관 ‘스스로 판단하시라’고 강조드렸습니다. 오히려 제 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 글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저를 계속 괴롭히는 ‘무지’의 우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80:20 법칙이 꽤 유명합니다. 자연계 여기저기에 80:20의 법칙이 적용되는 걸 보면 인간의 앎이라는 것도 최대가 80%, ‘무지’가 한 20%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쓸 때에 20%쯤 될 무지가 끊임없이 저를 두렵게 만듭니다. 특히 ‘글’이라고 하는 불충분한 표현수단을 사용해야 하니 두려움이 더욱 커집니다. 저의 글은 경제문제에 대한 판단인지라 혹시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저의 생각이나 느낌이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손실을 끼치고 부작용을 초래하지나 않을지 두렵습니다. 그래서 표현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곤 합니다. 새옹지마의 교훈도 있습니다. 인간의 알량한 지식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로 80%의 확률이 들어맞았다고 한들, 중기적으로만 봐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아고라에 글을 시작한 직후 급격히 늘어나는 조회수와 댓글을 보며 느꼈던 부담감 중에 하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님이 장님에게 길을 가리키는 것이나 아닌지… 꽤 고민을 한 끝에 다잡은 결론은, 결국 인간은 불완전한 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이 여지껏 쌓아올린 문화와 문명이라는 것도 불완전함이 쌓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완전함이 누적된 것이고,위태위태하긴 하지만 제법 볼만한 것쯤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사랑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완전무결한 결론을 알고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채로, 결말을 알지 못하는 채로 손을 잡고 가는 것이다, 어떤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내달리기도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불완전함을 재료로 하기에 사랑이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장님끼리라도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그래도 혼자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 등등을 해봤습니다. 저는 제가 아는 순도 80% 짜리의 진실을 전달해드리려 최대한 노력할 뿐입니다. ‘거짓’은 섞여 있지 않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겠으나, 틀림없이 20% 쯤은 ‘무지’가 섞여있을 것이고 그 부분은 저도 두렵습니다. 적당히 에누리하여 읽어주시고 스스로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관련하여 떠올랐던 몇 가지 생각들을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혼란스런 상황들이 전개될 때 자신의 앎이 80%짜리라 생각하고 ‘여지’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00% 확신은 절대 금물이라고 봅니다. ‘검은 백조’의 논리를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세계에서 검은 백조를 가장 많이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경제주체들의 주장을 들을 때나 나타나는 경제현상을 관찰할 때, 확신을 바탕으로 한 넘겨짚기는 절대 금물이라고 봅니다. 저는 경제학이 철학, 정치, 외교와 따로 떨어져 존재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찰을 할 때는 철학을 배제해야 할 것입니다. 관찰에 철학 내지 자신의 희망이 반영되어 속단에 이르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일련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요새 계속하게 됩니다. 맑은 눈으로 보는 것, 아이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나는 과연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것인가 끊임없이 되묻게 됩니다. 저의 글 관련하여 당부드리고 싶은 것도 하나 있습니다. 저의 글 전체를 다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전체를 다 읽고나서 판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글은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분만 보시게 되면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체를 다 읽으셔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고 부분만 읽으시게 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ㅇ 저금리 정책에 대해서 가령 제가 저금리 정책을 주장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듯 합니다. 제가 글을 잘못 썼나 싶어 초기 글들을 돌아보았는데, 초기 글들에 금리 정책에 대한 저의 생각들이 들어있습니다. ================================ 부동산은 어떻게 계속 오를 수 있었나 -... 편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글이 들어있습니다. 어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모두의 예상을 깨고 1%P나 대폭 낮추었습니다. 예금 유치를 통한 문제의 해결 즉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포기한 듯한 행보입니다. 10월의 예금 유치 실적을 보면 근본적인 해결, 정석 플레이에 따른 문제 해결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를 살려나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화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고 매우 애석한 대목입니다. 환율과 인플레이션 편에 보면 다음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했다고 해서, 지난 번 한국은행의 1%P 금리 인하를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 저는 부정적인 쪽에 가깝습니다. 아고라에도 소개되었던 ‘이머징 국가에게 금리인하는 사치일 수 있다’는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다만 이번의 1%P 금리 인하 조치는 한국은행이 스스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디플레이션 조짐이 그만큼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돌이켜보니 표현이 부족했고 다른 글의 흐름 속에 묻혀 있습니다. 저의 글은 정부정책보다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대응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다 보니 그리 된 것 같습니다. 정부의 금리 정책을 살펴보자면, 작년 10월 한 달 동안에만 21.6조원의 예금이 은행에 몰렸는데, 그 당시 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6.31% 였습니다. 엄청난 고금리가 아니라 이 정도의 수신금리만 허용했어도 예금을 유치함으로써 과도한 예대율 문제를 의미있는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앞 글에도 썼듯이, 11월에 기준금리를 1%P 대폭 낮추는 시점에, 예금 유치를 통한 문제의 해결 즉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포기하는 행보를 취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당국의 실책이라고 봅니다. 단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생각해 볼 점들이 있는데, 그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점들이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이 정도 저의 생각을 밝혀둡니다. ㅇ 통계에 대해서 예전에 제 글, 환율과 인플레이션 편에서 아래와 같은 환율과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을 정리한 표를 올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뒤에 나타난 수치를 보완하면 작년 12월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로 11월보다 상승률이 조금 더 둔화됐고, 08년 전체 평균으로는 4.7% 상승으로 이는 98년 7.5% 상승 이래 10년 만에 최고 물가상승률입니다. 특히 이전 3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8%, 2.2%, 2.5%로 연속해서 2%대였기 때문에 체감 물가상승률은 더욱 높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 표를 근거로 저는 통계상 디플레이션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상세한 내용은 저의 앞 글 환율과 인플레이션 참조). 이에 대해 정부측에 의한 통계의 조작가능성을 거론한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한 나라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조작되긴 어렵다고 봅니다. 서슬퍼런 전두환정권 하에서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은 밝혀졌습니다. 한국은행 통계국을 거쳐나오는 통계수치 자체가 조작되었다고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통계수치가 체감물가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으신 듯 합니다. 먼저 위 도표를 해석할 때 저는 추세를 말하고 있는 것임을 인식해주십시오. 추세는 디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연평균 4.7%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분명히 높은 게 사실입니다. 4.7%의 상승률은 10년 내에 가장 높은 수준이므로 가계 입장에서는 물가상승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7월 이래 추세가 꺾였다는 것,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추세가 꺾였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상세한 내용은 저의 앞선 글 환율과 인플레이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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